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숨막히게 멋진 애인이 생겼어요

이바구아지매 2013. 4. 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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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랑지만한 겨울 해가 서산을 넘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

"사랑해 ...  나 애인이야 이제부터 당신이 좋아서 죽고 못 사는 애인이 되어주기로 했어 그러니 오늘부터  애인이 하자는대로만

하면  돼 알았어? 그럼 지금부터 모시러  집으로 갈테니  예쁜 옷으로 갈아 입고 외출준비하고 기다리세요"

스무날째 까칠하고  시니컬한 기분이었는데...

퇴근 후, 제트기보다 더 빠르게 날아와서   숨을 헉헉거리며 애인이라고 힘 주어 말하는 한 사내가  차를 들이대며 타란다

친절하게도 차 문을 열어주고 곧 이어 안전벨트까지  채워주더니 꼼지락거리는 손을   덥석 잡는다

"왜 그래 지금 뭐하자는 시추에이션?"

"응 애인이 하는 코스를 제대로 밟는거야  애인은 차를 타면 먼저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 주는 거야

그리고  한손으로 운전을 하며  사랑해 사랑해 라고 연신 속삭이며 분위기를 잡는거야"

"피피피  갑자기 왜 애인이 되겠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행동을 하는거야~~

  애인이라면 적어도 송승헌같이 감성적으로 생겨야지 ?  배불뚝이에다  머리는 홀라당 까진 멋 없는

 사내랑은  애인하기  싫어 "

"그래도 멋진 애인 될테니까 두고 보라지  쫀득쫀득한 애인  될테니까 믿어 보라고.

난 말이야   근사한 애인이 되는 방정식을 다 알고 있어

따라만 오세요 "

"어딜 가시려고...?"

"먼저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최고 명품 식사를 하고  음악회에도 가야지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커플룩을 사서 입고

언제나 다정하게  손을 잡고 함께 걷는거야 그리고 밤 하늘의 별을  세기도 하고   가끔씩  손을 허리에 두르고  감미로운 이야기도 들려  주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살짝 안아주며 갑자기 키스세례를 퍼붓는거야 그리고  애인이 원하면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다고 용감하게 약속하며

이 세상 떠나는 시간까지 변치않는 사랑으로 지켜준다고도 해야겠지

음 그러고 보니 내일 모레는  크리스마스군  그 날은  근사한 이벤트도 열어주어 애인이 깜짝 놀라 감동하도록 해 주어야겠지   기대하시라"

"왜그래  평소대로 하시지 갑자기  행동이  바뀌면 죽는다고 하던데 아저씨 살짝 맛이 갔어요?"

"아니 애인더러 아저씨라니  자기야 , 혹은  오빠라고 불러야지"

그리고  100m 달리기 결승점에 골인하듯 헉헉대며 달려 간 뚱보 애인이 음악회의 티켓을 간신히 사고  음악회의

시작과 동시에 자리에 앉았다.

애인이 좋아할거라는 생각으로 분위기가 썩 괜찮은 음악회에서

또다시 머슴같은 손으로  덥석 손을 잡는다

정말   적응 안 된다

24년간  굳게 지켜 온  우정을 이제 사랑으로 옮겨가려는 어느 사내의 방향설정이 그냥 힘들뿐이다.

사내는  음악회에서도 은근슬쩍  분위기를 잡더니 그 감미로움을 계속 이어  가야한다며 집에까지 따라온다

그리고 방안까지 쫓아 들어와서

멋진 애인이 되려면 사랑하는 연인의 꿈속까지 지켜주어야 한다며  미인은 잠꾸러기가 되라하고?  애인은  불침번을 서야한다나?

"자 사랑하는 애인님,  제 손을   잡고 달콤하게 잠 드세요  "

 어느 날 갑자기 요런 숨이 막히게 멋진 애인이 생겼다.

경상도 사내의 이런 행동은   돌발상황이라 많이  부담스럽다.

 

 

혹시  이런 애인 필요하신 분 안 계세요? 잠깐만이라도  빌려드릴게요   ㅎㅎㅎ !!!

 

이 글은 2009년 12월 23일에 썼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