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어제 오후 4시의 맛있는 수다

이바구아지매 2013. 12. 3. 16:39

 

 

 

 

 

29376

 

 

 

 

1)  그녀가 시장에 간 까닭 

 

 

 

오후 4시,

 고현 시장에 가서    바다 냄새가  날아드는  파래 2000원어치와  쪽파  한웅큼을  샀다.

뭐 이정도라면  시장을 본 게 아니라  시장을 보긴  보았는데   빠뜨린 게  있어  추가로 샀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알뜰한 시장보기를 했다.

아참  막내가 좋아하는 붕어빵도  1,000원어치 샀다..

 2013년 12월 현재 붕어빵 가격  1,000원에  3마리다.

 작년보다  무려 1마리씩이나  줄었다.

그럼 내년에는 1,000원에 2마리?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붕어빵도 있으니 

아직은  지옥물가  아니고  견딜만한 대한민국 물가이다.

 오늘은  더 이상 충동구매  따윈  않겠다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 본다. 

다행히 엊그제  김장을 하였으니  한열흘  정도는  몇가지의 김치로  불긋불긋 

 왕후의 찬으로 손색없는 식탁을  꾸며 볼 생각이다.

가만 생각 해 보니 일일  시장비로 5,000~ 10,000 원 정도에  맞출 수만  있다면   

    분명  살림의 달인 되시겠다.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지만 가난했던   1950년대를 생각하며  허리띠 한번 바짝  졸라매어 볼까?

꼭 그렇게 실천한다면  아마도

책벌레 막내가  읽고 싶어하는  명작  몇권은 식생활비에서  아껴서   사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알뜰한  상상을 마음껏 그려보는  60초가   고소한   깨소금맛이다. 

언제나  머릿속에 세상의  잡념을  모두 모아   담아 다니는  나는 영락없는 사차원 아지매다.

하지만 묵묵히 앞서 가는 그림자를 밟으며 차들이 질주하는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향해 침착하게 간다.  

걷는 동안 폰으로 시시각각의   다양한 정보를  훑으며  가다가  누군가의 어깨에 그만 '턱 ' 하고 충돌 사고를 내고  말았다.

 고개 들어 무조건  미안하다며  씽긋  웃었다. 그리고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자  괜찮다며 그녀  또한 내가  괜찮은지  물었다.

 

우하하가는 말이 고와서  오는 말도 고왔나?

 

 

 

 

 

 

 

오키   2)  행복한  뜨개쟁이 할머니

 

 

 

 북적대는 시장길로 안면도 없는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수런수런  소리를 내며 가다

   1m 앞에  오똑 섰다.

화장품 가게와 금방 가게로 이어진 벽면 모서리가 이어진  틈새 공간에 못보던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손뜨개를 하고 계신   모습이 고흐의 그림중에 나올법한  ,

'뜨게질 하는 여인' 이란 제목에 어울릴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억센  텃세로 소문난  시장 사람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난전을  용캐  뚫고 들어와서 

  한자리를 차지하셨는지도  무지  궁금하였다.

   얌전하게 무릎을  모아 앉은 아래로 여러가지 뜨개질한 것들이   곱게  펼쳐져 있었는데

 목도리 , 귀마개, 화장품장식함,식탁보 등이었다.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들여 다  보며   정성을 쏟아 한올한올   손뜨개한 주인공이 바로  할머니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셨다. 사실은 아무것도  팔고 싶지 않는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것들이라며.

그런데  이 할머닌  마치  '눈의 여왕' 이  태어난  동화의 나라  라플란드에서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슈웅'  날아온  이미지를 하고 계셨다.

혹시 몰래  타고 왔던  마법의 빗자루를  벽모서리 어딘가에  살짝 기대어 놓았을까 

 하고 두리번거렸지만 찾지 못했다.

어쩌면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꼭꼭 숨겨  두었는지 모를 일이다.

"  여기 펼쳐 놓은 것들은  모두  할머니게서   직접  손뜨개한  작품들인가요?"

" 응 다 내가 짰어  난 뜨게질하는 게  너무 좋아   꿈속에서도 난  늘 이짓만  하고.  있단다.  호호호   참하지! "

"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여든 두살,  나 그것 밖에 안 먹었어  앞으로  꼭  400살 까지만 살거야  호호호  "

" 그러세요  할머니, 성함은요 ?"

"이종순   상동동에 살어 "

" 날씨도 추운데 집에 계시지  왜  나오셨어요?"

" 응  재미있잖아  이거 팔아서  우리 손주들 책도 사 주고 ,,초콜릿도 사 주고 , 용돈도 주고  그럴려고  나왔지  "

"할머니  참  고우세요. 마음씨도 곱고  솜씨도 좋고. 아이들한테 옛이야기도  맛있게  들려 주실 것 같고...... "

그러면서  파란 목도리 하나를 골라 들었다. 

"할머니 , 파란색 색상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

라며  목도리 값을 무릎 위로 살짝  얹어 놓으며,   마수걸이를 해 드렸다.

 앞으로도 계속  손뜨개를  하고 싶다시는 할머니

  아이처럼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셨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씀 드리니   정말로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 올라가는  것 처럼 흉내를 내며 흠뻑   좋아하셨다.

할머니의  맑은 순수에  덩달아 내가슴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절대로 충동구매는  않겠다고  맹세한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파란  목도리를 또 즉흥적으로 사고 말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끄적이는 이시각까지 찬바람을 맞으면서 손뜨개를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벽에  걸린  액자처럼  선명하다.

가까운 옛날  유행했던    반짝이 저고리를 장농속에서  다시 꺼내 입고,

 누비로 된  무릎덮개를 하고, 손뜨개로 직접 짠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둘렀던  어여쁜  규방각시  이종순 할머니를 만났던  날,

 

평범했던  하루가  또 얼마나 소중한지 ,,,,

 

 어제 오후 4시의  맛있는  수다를  잊지 않기 위해 오랜만에  일기장에 기록해 본다.

 

"

 

 

 

 

 

 

 

 

 

 

 

 

 

손뜨개가 좋아서 ,그동안 짜모은  여러가지를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들고 나오셨다는...

 

 

 

 

 

 

 

언제나   뜨개쟁이 할머니

 

 

 

 

 

 

 

 

목에 두른 목도리도, 머리에 쓴 모자도 다 직접 짰다고 해요.

 

 

 

 

 

 

 

사 가면  좋고 구경만 하고 가도 좋다시는  할머니

 

 

 

 

 

뜨개쟁이 할머니

 

 

 

 

 

살짝 검은 망토를  걸치고   모자까지  쓴다면  완전 잘 어울리는 마법할머니 되실것 같다는...

 

 

 

 

 

 

겨울에는 손뜨개로   한껏  멋내기  해  보라고 , 조언을 아끼지 않는   뜨개쟁이 할머니

 

 

 

 

 

 

 

 

 

 

 

 

 

 

 

 

 

 

 

할머니의 손뜨개

 

 

 

 

 

 

지나가는 사람들이 뜨개쟁이 할머니깨   칭찬을 듬뿍  놓고 가네요.

 

 

 

 

 

행복한 뜨개쟁이 할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