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깨끗에 가는 길(연사깨)

이바구아지매 2006. 6. 2. 21:56

나 어렸을 때

이런 추억 몇 가지가  어른이 된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시간은 무시로  흘러도 마치 마법에 걸린 거울처럼.

 

그날도 학교에서 돌아와 책 보따리를 마루에 냅다 던져놓고

학교에서 돌아온 동네 아이들과 즉흥적으로 약속을 했다.

"야, 우리 깨끗에 가자"

"그래, 그냥 바구니하고 호메이만 갖고 가모 되는기라"

 

아이들은 마구 달렸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삼거리 연일식당도 지나고

관암다리도 지나고,문씨상회도 지나고

연사들,다나까 농장도 한참동안 달려서

MP다리를 지날때쯤 숨도 차고 우리는 왜 달리는지도 몰랐다.

 

하얗게 목화꽃이 피어있던 MP다리옆 목화밭 그 넓디넓은 목화밭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화꽃 다래가  나오던 그 모습 우리는 목화에

홀려 바구니를 뚝방에 던져놓고 목화꽃사이로 나오던 다래를 실컷 따서 먹고

바구니에도 담았다.달콤한 맛이 났다.

"주인한테 들키모 우리는 고마 맞아 죽는기라"

한아이가 입에 가득 머금고 겁을 먹고 중얼거렸다.

"야, 고마묵고 가자"

아이들은 결국 사고를 쳤다

"야 이놈들아 , 너거 맞아  죽어볼래?"

주인이 멀리서 우리를 발견하고

쏜살같이 달려 왔다.

겁을 먹고 우리는 죽으라고 뚝방길을 달렸다.

한 참 달려서 목화밭이 멀어지자.

"인자는 못쫓아오겠제?"

나는 참 작은 아이였는데 달리느라 숨이 턱턱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작은 바구니속에서 호미가 데굴거리고

바다로 가서 개발을 하려고 달려간 바다는 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물때를 못 맞춘 것이다.

조금이라고 ?

조금때는 바닷물이 갱변을 드러내지 않는다.

뚝방길에서 바라본 바다.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오늘이 초 여드레? 스무 사흘 '

어떤 애가 그제서야 하는 말 어중간하게 바다 사정을 아는 얼치기 아이들

조개 파서 된장 끓여 먹으리라는 우리들의

저녁 반찬거리는 목화밭 너머로 조금때의 바다 속에 숙제로 남기고

목화밭 주인은 어린 꼬마  서리꾼 땜에 낭패를 당하고...

"미안합니데이. 아저씨, 아지매요,잘못햅십니더.'

 

'깨긋에 가는 길'은 이제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바뀌고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가로 바뀌고 밤바다의 물결과 불빛은

새로운 낭만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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