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오색문방구

이바구아지매 2006. 6. 7. 18:39

능포동으로 이사 온 며칠 뒤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집 주위에 어떤 것들이 있나

궁금해서 돌아봤다.

시장도 돌아보고 바닷가도 돌아보고 ,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찼지만 많이 실망도 했다.

우리가 이사 온 곳은 아주 오래전에 도시로서의 성장이 거의 멈춘 그런 곳이다.

도시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모두가 떠나가는 곳 그런 느낌이 드는곳.

그런 곳으로 우리가 이사를 온 것이다. 아이들은 동네를 돌아보며 실망을 했고

우리집이 살기 힘들어졌다는것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을때

집에서 3분정도 거리에 있는 능포초등학교 앞에서 작은 문방구 하나를 발견했다.

"오색문방구"

"어, 이름이 참 이쁘구나.오색문방구?'

초등학교앞 문방구에서  기분이 참  좋아졌다. 이름 하나로...

그 문방구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어쩐지 동화같은 이름이고 동화같은 가게 분위기일것 같아서 마음이 설레었다.

작은 미닫이 문을 열자 문이 삐이익하고 소리를 내며 억지로 열렸다.

가게엔 작은방이 하나 딸려 있어 무소리가 나니 할머니 한분이 나와서

"머 사끼고"

딱히 뭘 사야 할지 정하지도 못하고

"할머니, 문방구 이름이 너무 예쁘네요"

"아, 우리 손녀딸이 지었단다 능포초등학교에 다닌다.'

손녀딸이 예쁠것 같았다.

이름도 짝퉁인 불량식품 같은 과자 몇개를 샀다.

학교앞 문방구는 항상 아이들이 북적댄다.

꼭 살일이 없어도 학교 갈때면 꼭 들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곳

우리가 간 시간은 아이들이 북적대는 시간은 지나고 할머니가 방에서 느긋하게

지낼수 있는 시간. "어데서 왔노. 못 보던 얼굴이네?'

"고현에서 이사를 왔어요"

"시내에서 살지 이런 곳에 이사를 다 오고,사연이 있는가베?'

피식 웃으며 나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주룩주룩 퍼 븃는다.

일찍 눈을 뜬 가나가

어제 가지고 놀던 공을 찾아서 울고 보채서 할 수 없이

학교앞 문방구를 찾아갔다.

비오는날 초등학교 앞은 빨강,파랑,노랑 우산들이 학교앞을 예쁜 모습으로 비오는날의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었다. 너무 이쁜 모습들 가나가 등에서 좋다고 고함을 쳤다.

비가오면 또 비가오는데로 아름다움이 있어 "오색문방구'의 이름도 더 잘 어울리는것 같다

이름예쁜 문방구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이 물건을 사고 불량 과자도 사고 있었지만 밉지 않았다.

아는 아이몇몇은 인사도 하고  전자오락을 하는 아이는 지각이라도 할까봐서 염려스럽기도 했다.

"공 하나 주세요. 이쁜공으로요".

"숨겨놓은 공이 하나 있는데 우짜꼬 .이건 우리 손녀 줄라꼬 안팔라고 했는데..."

우리 가나 그걸보고 고함을 치며 좋아했다.

"우리애가 이리 좋아하는데 우짭니까?"

봉지에 싸서 숨겨놓았던 공을 꺼내 풀었는데 빨강색이 검은색과 예쁜 문양을 만들며 휘감은 공 월드컵 축구공이었다.

2002년 월드컵때 신나게 차고 놀았던 축구공과 닮았다.

기분이 참 좋아진다 할머니는 한마디 당부도 하셨다.

"운이 따라야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기라고 응원 마이해라"

스누피연필 한자루도 200원 깎아서 사고 나왔다.

오색 뮨방구 할머니 고맙습니다.

'온 종일 축구차고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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