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아주아주 오래 전 여름 밤에...

이바구아지매 2006. 6. 23. 11:00

지금부터 30~40년전에 우리동네는 이맘때 쯤의 밤 풍경이 너무 신비스러웠다.

장마가 끝나고 7월에서 8월까지의 낮은 더위땜에 다들 싫어했지만 밤 풍경은 너무도

좋았다.

해가 지고 으스름 초저녁이 되면 마당에 모깃불이 피워지고 대로 만든 평상에는 둥근 도레상(호마이커상)이 펴지고 상위에 구수한 된장찌개,밥 위에 살짝쪄낸 호박잎,열무김치를 보리밥과 실컷 배불리 먹고 ,그 동안 모깃 불은 회색 혹은 흰색의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 올랐다. 모깃불에서는 구수한 풀냄새가 피어 오르고...

모깃불에는 쑥이 단연 제일 많았다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 우리는 쑥향을 맡으며

밤 목욕을 갈 준비를 서둘렀다.

약속이란게 따로 없어도  항상 '동네입구로 들어 오는 다리에 가면 어른이며 처녀,총각 그리고 우리같은 아이들과 아주머니,아저씨 어떨땐 우리동네 이웃집에 서울이나 부산에서 온 친척들이 와서 이 다리에 초대받기도 했다.

어른들은 둥글게 모여앉아 온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처녀,총각들은 도시이야기며 미래의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나누고 내가 어려서 사랑이 뭔지는 잘 몰라도 쪽지편지는 가끔 전달 해 주는 우편배달부도 했으니 ...

사랑이란 ? 아리송한것이라고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 나이 또래에서 서너살 위 까지는 항상 어울려서 같은 놀이를 하고 놀았다,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이런 놀이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갑니다."

"똑똑, 누구십니까? 손닙입니다. 들어오세요."

참 즐겁고 잊혀지지 않는 놀이들이다.

이 정도로 신나게 뛰어 놀고 나면 우리몸에 땀이 흠뻑 젖어들고 우리들은 '노천탕'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는 큰 강이 흘러가고 있어 경치도 좋지만 여름에 멱 감는데는 최고였다. 비오는 날만 아니면 하루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목욕을 했으니...

우리동네 목욕터는 이름도 여러개로 불릴만큼 크고 길고 멋있는 낭만을 갖고 있었다.

이웃마을에서도 목욕을 원정 올 정도로 그 때 우리 동네는 멋진 개울덕에 텃새도 만만찮았다.

아이들은 밤이라는 핑계로 옷을 사정없이 홀라당 벗어던지고 그 시린 물에 풍덩 뛰어 들었다.

아! 그때 그 시원함이란, 꼭 얼음속으로 굴러 간 느낌  잘 못하면 심장마비가 일어 날 수도 있는데... 우리의 심장은 아마 강철만큼이나 강했는지 모르겠다.

준비운동도 없이 물에 후다닥 뛰어들고 물 속에서 담박질도 하고 물속에서 남의 뒷다리를 잡아당기고는 '귀신이다.'하고 소리치고는 후다닥 물밖으로 나올때 둑 저멀리로 반짝반짝 이는게 있었는데 아이들을 놀린다고 '귀신이다, 귀신이 나타났다.'고 고함치며 얼른 물밖 갱변으로 달려 나가면 물 속에 있던 아이들은 무서워서'엄마야', 하고 소리치며 엎치락 뒤치락 달려 나왔다.

그 때 아찔한 기억은 물귀신이 발을 잡아 당기는 느낌. 매일 만나는 물도 이럴 땐 얼마나 무서운지  그 때 반짝이던것은 반딧불이(개똥벌레)였다.

목욕을 하고 집에 가서 누우면 그대로 꿈나라로 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고향 노천탕(선녀탕,신랑탕,각시탕,열녀탕) 그  여름밤 풍경 이 다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