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제사준비를 하고 있다.
제수준비를 조촐하게 하면서 하루종일 '떨어진 꽃닢'을 생각했다.
가슴아프게도 작년 이맘 때 당뇨병을 앓다가 저 세상으로 간 막내시동생...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우리어머니도 덩치만 컷지 마음은 여린 아들을 기어코 가슴에 묻으셨다.
벌써 일년이 지나고 첫제사를 내손으로 지낸다.
우리어머니는 교회에 다니시므로 당연 큰며는리인 내가 제사를 지내겠다고 자청했다.
죽음 후도 얼마나 가련하고 애틋한지...
36살 총각으로 이 세상을 하직하였으니 슬픔이 배가 되었다.
이세상에 혈육한점 남김없이 그리고 죽은 후에도 화장을 원했기에 한 줌 재로 바람타고 훨훨 날아갔다.
지금도 작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제삿상을 조촐하게 차리며 눈물을 훔친다.
넷째범일이와 다섯째 가나가 제삿상 앞에 향을 피우고 절했다.
세상에 이리무심할 수가...
제삿상에 음식을 차리니 향냄새만 고즈녁히 피워 오르고 고요만이 남는다.
형님은 동생이 그리운지 슬며시 방으로 들어가고 이내 숙연해진다.
"삼촌, 이승에서 힘들고 외로웠던 짐 다 내려 놓고 편안히 아버지랑, 형님함께
만나서 정나누세요. 내년부턴 형님이랑 음력9월9일에 제사음식 드시러 우리집에 오세요."
하고 내가 고했다.
향내가 솔솔 문틈사이 바람에 실려 퍼지는게 알았다는 느낌이 든다.
참 착한 시동생 악몽같은 아픔후에 조용히 잠자면서 저세상으로 갈 때
"형수, 나 한 숨 잘게요."
그리고 나서 잠든 후 영혼이 날아간 것 같다.
잠자면서...
겨울바람 거세게 불던 날 욱신은 한 줌 재 되어 훨훨 날아간 그날이 꼭 1년째다.
제사는 내가 꼭 지내주어야지...
아이들이 삼촌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명복을 빌어주라고 해도 웃음이 나는 모양이다.
조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나는 그 고마움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내가 결혼 해서 친정에서 가져 간 꽃모종으로 언덕에 꽃밭 만들고 부침개 좋아해서
부침개 부쳐주면 맛나게 먹던 순진한 고등학생이었던 시동생...
형님이 공부하겠다고 나서자 조용히 대학을 포기하던 심성고운 시동생
형님이 지금 가장 마음 아플것이다.
형님이 공부하겠다고 하자 조용히 물러나서 취직해서 돈 벌던 ...
장가도 못가고... 다 우리 죄가 크다.
세상에 이런 원통한 일이 어디에 있는가.
그 착한 시동생에게 날벼락같은 당뇨병이 찾아 들고 괴롭히고 목숨을 앗아 갔다.
오늘은 온 종일 시동생 생각에 너무 슬프다.
'이야기뱃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륜이의 일기 (0) | 2007.01.05 |
---|---|
기억속의 아이... (0) | 2007.01.04 |
목련 꽃 핀 날의 수채화. (0) | 2006.12.29 |
친구 깨금이... (0) | 2006.12.29 |
갈색머리 소녀를 추억하며... (0) | 2006.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