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직장생활을 접고 있어 아이들 뒤치닥거리 한다고 바쁘긴 해도
생각을 조금 정리 할 수 있어 참 좋다.
내가 늘 아쉬워 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내가 학원을 운영할 때 스쳐 간
자잘한 이야기들을 한 줄 꾸러미로 꿰어서 매달아 놓는 일이다.
학원 생활 약 10년 동안 돈은 벌지 못해도 아주 소중한 인생경험을 남겼으니
이것은 돈으로도 못 사는 나의 인생바구니라고 해야겠지.
우리 학원에 다니는 '이 성륜'이라는 정말로 이름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는 개구쟁이
녀석이 있었다.
학교에서 일찍 마치고 난 날은 학원에 일찍 도착해서 수업시간이 채 되기도전에
혼을 빼놓았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성륜이를 보면 잔뜩 긴장을 했다.
그런데 공부는 잘 따라해서 행동과는 반대로 머리도 있는 녀석이었던 성륜이.
어느 날, 그 날도 성륜이는 일찍 학원에 와서 가방만 팽개치고 근처에 있던 아파트놀이터로
달려 갔다.
마침 책상위에 내동댕이 쳐 있던 가방속 물건이 책상끄트머리에서 퍼시시 무너져 내려서
가방속 에것들이 다 쏟아져내렸다.
마침 그 광경을 본 내가 쫓아가서 가방을 바로 세웠으나 가방속의 것들은 바닥으로 일부 굴러떨어졌다.
가방속에 다시 정리하여 넣다가 일기장을 발견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요녀석 일기는 안 봐도 뻔 할 걸?"
그대로 가방에 넣었다.
"아니지, 이 녀석 일기 한 번 봐야지..."
모월모일 날씨 맑음.
학교에서 돌아 와서 현관 문열 열었다.
오랫만에 집에 온 엄마의 토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엄마,"
하고 달려 들어 가니 엄마는 거실바닥에 마구 토하고 있었다.
급한 나는 얼른 가방을 팽개치고 엄마의 등을 두드렸다.
엄마를 방에 눕게 했다.
그리고 나는 손으로 엄마가 토한 구토를 가득 담아 버리고 또 버렸다.
조금 진정이 된 엄마는
"성륜아, 왜 손으로 그래 쓰레바퀴로 받아 내고 휴지로 닦아,"
"엄마, 엄마가 토한건데 뭐 어때요. 괜찮아요."
하니 엄마가 벽쪽으로 돌아 누우며 훌쩍거리셨다.
"엄마, 걱정마세요, 엄마는 병만 나으면 좋겠어요,"
나는 우리 엄마의 토악질에 익숙해져서 내 손으로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다.
엄마는 내 똥에선 냄새도 안 난다고 하셨는데...
아픈 엄마지만 학교에서 돌아 오면 엄마가 있는 우리집이 너무 좋다.
이런 일기 글을 보고 여태까지 본 성륜이의 개구쟁이모습을 연결 시키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성룬이,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우리학원 선생님들깨도 늘 따뜻하게
맞아 주고 한 번 씩 안아도 주게 했고 나 역시도 맛난 것이 있으면 챙겨 주고 숙제는 제대로 했는지
이거저것 관심을 많이 가져 주었다.
그 당시에 성륜이 엄마는 뇌종양 말기로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마지막 치료를 받고 있었다.
성륜이가 아버지께 내가 챙겨 주는 것을 다 안 다음 어느 날 찾아 와서 성륜이엄마
소식을 다 말 해 주었는데 얼마 못산다며 가는 날까지 잘 해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가끔씩 성룬이엄마한테 전화해서 성륜이때문이라며 일부러 학원에 오라고 해서
성륜이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선생님, 우리 성륜이 개구쟁이지만 참 속 깊은 아이에요,"
하며 흉 허물 없이 고통스러운 생활이야기를 해 주었다.
"성륜이아빠랑, 성륜이, 동생 다 너무 불쌍해요. 못 난 에미 만나서 이 고생을 하고..."
시간은 잘도 흘렀다.
서로를 조금씩 알아 갈 쯤 성륜이는 아주 반듯하게 행동하고 모범생이 되어 갔다.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일은 참 흐뭇햇다. 작은발전... 그것은 관심이었다.
죽음... 성륜이 엄마의 죽음... 초상... 예견 되어 있었지만 성륜이네 남아 있던 가족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정말 많이 울었다.
그래도 사는 사람은 살아가게 되어 있다고.
동생도 우리 학원에서 챙겨주며 한 동안 엄마 없는 아이들과 홀로 된 성륜이아버지를
보기가 늘 미안 했는데...
어느 날 대우조선소에 근무 하던 아버지의 직장가까이로 이사를 갔다.
아이들과 가족의 새로운 출발이 , 새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사를 갔다.
참 잊혀지지 않는 슬픈이야기다.
세월이 좀 흘렀다.
성륜이네 가족들이 환하게 웃으며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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