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싸아하니 분다.
겨울바람이...
붕어빵 천원어치로 네마리를 받아 와서 책상에 올려 놓으니 고소한 붕어빵냄새가
집안가득 헤엄치고 돌아다닌다.
컴을 켠다.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
오늘의 주인공을 정한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6학년 어느 겨울 날 ... 그 날의 충격적인 내가 목격한 이야기 하나를 남겨 볼란다.
그 날도 학교에 가기 전에 으례히 하는 일로 개울에 가서 요강도 씻고 걸레도 빨고
세수도 하고 개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을 뒤로 하고 한길로 올라섰다.
개울근처 둑에는 우리반 남자아이 '윤 경'이가 우스운 모습을 하고 오줌을 갈기고 있었다.
어깨엔 총을 메고...
윤 경이는 같은반인 나를 보자 멋적어 하면서 바지 지프를 올리려고 했다.
그 순간' 쾅' 하고 우뢰와같은 총소리가 하늘로 진동했다.
내 곁에 서 있는 선혜라는 아이가 그만 총을 맞고 딩굴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총기사건...
우리집앞에는 지서가 있었다.
그 지서에는 총이 많이 걸려 있었다.
무기고라고 해서 총을 가득 보관하는 곳이 있었고 지서사무실 벽에도 총서너자루는 항상 걸려 있었다.
순경 몇사람과 벽에 걸려 있던 숫자가 같았으리라.
그 시절 우리동네 지서엔 옛날의 잔인한 기억은 아물고 평온한 지서로서 민생을 담당하였으며
겨울 쯤엔 사람들이 지서에 와서 총을 빌려서 비둘기며, 고라니를 잡았다.
우리집엔 큰 대밭이 있어 눈이라도 내린 뒷날에는 눈의 무게가 대를 눌러서 새들의 보금자리인 우리대밭
은 사냥군들의 사냥터로 변하기도 하였다.
쾅 하는 소리 몇 발이 나면 포수의 양손에는 비둘기가 두세마리 들려서 대밭을 나오곤 했다.
나는 그런 포수가 참 미웠다.
우리대밭의 새들은 꼭 우리집 새들같아서 총살을 당하면 내 기분이 너무 우울해져서
어떤 날은 포수아저씨가 오면 오지말라고 우기기도 했다.
총에 맞아 죽는 새들이 얼마나 가여웠는지...
요즘도 사냥허가를 내 준다고 한다.
물론 개인이 초을 사유할 수도 있고...
그 때는 지서에서 총을 빌려서 사냥을 했다.
지서 뒷집아이답게 지서사정을 참 많이 알고 있다.
그 날 개울가에서 총에 맞은 선혜는 피를 한강으로 만들며 쓰러졌다.
나는 순간 선혜가 죽었는 줄 알고 소리쳤다.
"큰일 났어요. 선혜가 총에 맞았어요."
고함을 치니 지서에서 순경아저씨들이 부리나케 달려 와서 선혜를 데려 갔다.
오줌을 누고 지프를 올리려던' 윤경' 이는 어쩔줄 몰라 했고 총소리를 듣고
지서에 계시던 경이아버지도 달려 오셨다.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긴 갔지만 총소리의 울림 때문에 공부가 통 되지 않고
무서워서 떨기만 했다.
"선혜가 죽었을거야, 죽었겠지..."
그 사건이 있은 후 우리반 '윤 경'이는 마산쪽으론가 전학을 갔다.
아버지는 상여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 분이셨고 그렇다고 경이가 마산으로 갈 필요가 없었는데...
훗 날 방학이 되어 고향에 오면 가끔 보곤 했는데 그 애는 날 피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나는 그 날 '윤 경' 이가 총을 쏴서 누가 맞았다고 말 해 본 일이 한 번 도 없었다.
순전히 실수였다.
방아쇠만 건드리면 실탄이 나가게 장치를 한 아버지와 순경아저씨의 잘못이었으니까?
그리고 왜 총을 아이에게 매고 가게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순간의 실수로 윤경이는 그 후 고향의 친구들에겐 얼굴을 내민 일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총에 맞은 선헤는 수년동안 병원신세를 지면서도 생명엔 이상이 없어 성형수술까지 하고
이젠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는소문이 간간히 들리고...
선혜를 오래도록 본 적은 없다.
선혜는 나보다 6살 정도 아래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윤경이도 우리학교 카페에 들어오면 참 좋을텐데 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처음으로 윤경이를 떠올리면서 다북하게 글 써 본다.
참 잘 생겼던 물재이 막내아들 윤경이... 어디에 사니? 궁금 해 꼭 한 번 보고 싶구나.
나에겐 이야기 해 주어야 하지 않니?
" 난 아무 것도 몰랐어. 그냥 오줌 밖에 누지 않았어"
라고 이 바보야 니 잘못 하나도 없다구. ...
이젠 기억속의 아이로 떠오른다. 아직도 그지프를 못 오린채 당황하던 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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