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통잠이 들지 않아서 뜬눈으로 새벽을 맞고
남편과아이들이 자는 새벽에 '디카'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사방은 고요하고 정작 가려고 하는 조각공원 위는 어둠만 가득 내려 앉았다.
발걸음이 겁에 질려 갈등을 일으켰다.
양지암으로 가는 건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해안도로쪽으로 용기를 냈다
조각공원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내려다 보니 밤바다의 파도소리만
규칙적으로 싸아!~~~ 파도를 만들어 냈다.
능포방파제의 흰등대랑 빨강등대는 사이좋게 불빛으로 반짝이며
고기잡이 배들이 안전하게 불밝혀 주었다.
높다란 아파트들도 잠을 자고 있는 듯 바닷가 동네도 아직 기지개를 켤 시간이 아닌듯
참 조용하다.
어둠사이로 늘 보는 태평양 바다의 남성다운 장엄함이 어둠 속에서 갇혀서 내가 바라는 그 무엇도 아직
만들어주지 못한다.
가로등 불빛만이 새벽산길을 밝혀 주니 무서움은 배가 되고
숲에서 삐리링 소리를 내며 잠 깬 산새가 날아오르니 내 뒷머리가 꼿꼿하게 선다.
"괜히 왔잖아. 도깨비, 귀신이 날 것도 같은데"
바닷가랑 숲속엔 일성암, 해원암 이런 암자도 불이 훤하다.
정월초하루의 아침을 산사에서 염주알 굴리고 합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우리집에도 올 해는 수험생이2명이나 있는데
나의 기도가 있어야 할려나?
길을 사뿐사뿐 걸어가도 좀체 아침은 오지 않고 나는 귀신만나는 체험을 하는 길에 나선 사람 같다.
낮에도 이 길은 길 양쪽으로 무덤이 간간히 있어 혼자 가기가 무서워 항상 가나랑 오는데...
가나도 사람이라고 의지가 된다.
오늘은 나 혼자 어둠을 밟고 나선 길...
다행히 내 발걸음을 귀신이나 도깨비는 잡지 않았다.
해안도로쪽으로 발길을 돌려 몽돌개쪽으로 갔다.
한참을 걸었다. 수많은 사람들... 경찰, 구급차 이런 것들을 보니 해돋이길이 복잡하리란 생각이 발길에
부담을 준다.
바다가 서서히 아침빛을 드러냈다. 몽돌개에 도착하기 전 중간쯤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위며, 언덕에
모여서서 해를 맞이하려 했다.
서서히 하늘빛도 노을빛으로 물들고 바다는 제 색깔을 찾아갔다.
고깃배 넘나들고 조선소의 시운전 배들은 오늘의 운치를 더욱 그림으로 어울리게 했다.
노을빛과 해돋이 빛깔은 거의 비슷해보인다.
바다에서 떠오르고 바다로 쓰러져서일까.
서서히 해가 제빛깔을 내기 시작하며 장엄하게 떠오른 시간은 7시30분이 지나서였다.
나의 디카는 쉴새없이 오늘의 거룩함을 담느라고 분주했다.
이 모습을 담으려고 집을 나선지가 6시경 아니었나?
너무 황홀하다.
눈과 손은 디카를 내 마음은 우리집의 안위와 행운을 쉴새없이 빌어댔다.
"와, 멋있다." 붉은 햇살 그 찬란함이 바다에서 힘차게 하늘로 박차 올랐다.
환희. 장엄 사람들은 저 한개의 해에게서 영험함을 부여받고 싶어한다.
인간의 운치 있는 행동들은 다 예술하는 사람 같다.
디카로 혹은 휴대폰으로 시종 이 장엄함을 담고 어떤 전문가들은 아예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심혈을
기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블로그에 찾아 다니면 오늘의 이 멋진 모습들이 작품으로 담겨 있을 것.
벌써 설레인다. 나도 잘은 못찍지만 카페에 오늘을 옮겨 놓는 뿌듯한 일을 할 수 있을테니까?
좋은 아침 좋은 출발 올 한 해도 기쁨과 건강과 경제적인 여유와 아이들의 성적에 100% 행운있기를...
어둠속에서 느낀 싸리나무가 날 밝으니 개나리꽃 아닌가!!! 개나리꽃들이 동백꽃이랑 이 아침을 미소짓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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