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고구마는 어디에...

이바구아지매 2007. 1. 12. 07:43

 

 

시장에서 고구마를 샀다.

 

10000원어치 그래도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두세번에 다 사라진다.

 

언젠가부터 이 고구마마저 금값이 되었다.

 

이렇게 고구마를 사서 먹으면 억울하다.

 

나 어렸을 때 고구마는 지천으로 늘려 있고 집집마다 고구마를 몇가마씩 농사지어서

 

방윗목에도. 마루아래광에도  죽담에도 몇자루씩 있어 요맘 때면 쇠죽끓이고 난

 

불에는 군고구마를 구워 먹고 아침밥에도 고구마가 반쯤 들어 있고

 

따로 무쇠솥에 고구마를 한 솥 삶아 놓았다. 종일 먹으려고...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던 그 땐 온종일 고구마를 신물이 올라 올 때까지 먹었다.

 

고구마를 너무 먹어서 엉덩이는 시도 때도 없이 고구마냄새 날리는 핏방구가 새어 났다.

 

방구냄새가 특히 심할 때는 자고 일어날 새벽무렵 방구들장은 식어가고 여럿이 한이불밑에서

 

자다가 구들식어감을 귀신같이 알고 아랫목으로아랫목으로  남하를 할 때 쯤엔

 

엉덩이가 젤 좋아했다. 두개씩인 궁둥이들이 제각각  고구마 방귀를품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스무리한 방구냄새는 윗목의 흙에 묻어서 자루에서 흙냄새를 날리는 생고구마의 냄새랑 뒤범벅이 되

 

면서 시골의 아침풍경을 만들어냈다.

 

형제들은 발가락으로 이불사이에 구멍이라도 나 있으면 그 구멍에다 엄지발가락을 끼우고 한바퀴 이불

 

호청을 감아서 힘주고 댕기면 촤르르 소리를 내며 이불호청은 스스로 제살을 갈라 놓았다.

 

그런 날엔 엄마의 일거리가 더 늘어 났다.

 

낮에는 바는질은 언감생심인데 이런 날은 우리오매 새벽녁까지 호롱불아래서 찢어진 이불호청 꿰매기랑

 

엉덩이 터더진 곳 꿰메기  양말 꿰매기로 일이 훨씬 많아졌다.

 

, 우리는 그 시절 꽁보리밥과 고구마의 힘으로 살았다.

 

그 때 하루에 먹던 고구마양은 지금으로보면 상상을 초월하고 돈으로치면 하루에 고구마를 먹는 비용이

 

2~3만원은 훨씬 넘을 것 같다.

 

시장에서 사면 상인들이 또 몇 배의 이윤을 남기고 하니

 

 

부탁해서 사야겠다고

 

전화드렸더니 어머니가 곳곳에 알아보니 고구마가 동이 났다고 연락이 왔다.

 

"시골엔 좀 있을낀데요?"

 

"아이가 장사하는 사람들이 동네마다 찾아가서 비료푸대 한포대에 만원씩에 다 사 가고

 

씨가 몰랐다쿠네."

 

이게 무신소리, 세상 한 번 무섭네.

 

우리신랑은 옛날 고구매만 온종일 묵고 개트럼 하던 생각하면 아직도 신물이 올라 온다며 고구마를 삶아

 

서 하나 먹어보라고  권하기라도 하면

 

"너거나 마이 무라"

 

하며 쳐다도 안보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밤까지 들어 오고 도라지까지 다 수입한 것 먹는 신토불이가 그리운 시절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많이 흐르니 토종먹거리도 상인들 농간에 놀아나서 고구마 한가마니는 그냥 인정으로 나눠

 

먹던 그 시절이 꿈 같다.

 

대문도 없이 살 던 그 시절이 이제 시골에서 고구마구경을 못하다니...

 

고구마를 많이 심던 칠천도에나, 황덕도에 가면 있을까?

 

홍꼴 6촌아지매네집에도  고메를 장삿꾼들이 다 쓸어 갔단다.

 

우리가나는 아토피가 심해서 꼭 고구마를 많이 먹여야 하는데...

 

 

내년에는 우리집 밭 가득 고구마를 심어 볼란다.

 

 고구마를 먹고 엉덩이가 웃던  날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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