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내 작은 몸을 더 오그라들게 한다.
우리집은 주택이라 바람 구멍이
곳곳에 있어 가만 있어도 서늘하다.
거실에 있어도 항상 이불속을 못 빠져 나온다.
그야말로 어린시절 오돌오돌 떨며 이불속에서 갇혀 있던 그 시절과 흡사하다.
내가 사는 현실은 어린시절보단 업 되긴 하였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향수로 이야기하듯 하지는 못한다.
아직 우리집에는 겨울바람도 여유롭게 드나든다.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있자니 또 진저리나도록 묵어대던 몰랑고메 생각이 간절하다.
곰곰 생각 해 보았다.
시장에서 구한 것 말고 직접 심은 것이 있을 만한 곳들을 머리속에서 뒤져 본다.
'혹시 모르지 엄마한테 알아 봐 달라고 해 보자.'
" 따르릉, 엄마, 혹시 고구마 구할 곳 없어요.?"
"묵고 잡나."
"우리가나는 고메를 묵어야 아토피가 좀 덜 할 낀데..."
"그라모 쌔기 와 바라 쪼매 구해보께."
이리 수월하게 전화를 내려 놓았다.
구할 수 있다니. 칠천도나 황덕도까지 안 가도 되것다.
오늘은 힘들테고 낼모레 친정나들이 가야것다.
요번에 가모 지난번에 다 못들은 동네 이야기도 마저 듣고 고메도 가져와야지.
이리 수월하게 올겨울 고메를 실컷 삶아 묵고 옛날 추억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봐야지.
김치에 걸쳐 먹을 배추김치도 적당하게 익었고.
김치를 걸쳐 묵는 고메는 적당하게 몰랑거려야 더 단 맛이 나는데
바같 날씨는 좀 싸늘한 기운 돌고 게다가 양재기에 담아서 볕이 가득 드는 양지쪽에 오무리고 앉아
묵느기 제맛인기라.
낼은 지은이가 가는 날이니 부산에 보내놓고...
오메는 고메구하러 간다.
나도 이제 불혹의나이에 접어드니 옛것이 사무치게 그립구나.
우리아이들은
"우리엄마는 옛것을 엄청 좋아해 물건도, 음식도"
"너희들도 어른이 되어 봐 엄마랑 똑 같아진다."
인생의 의미가 그 안에 녹아 있으니... 고메 한소쿠리가 있는 친정으로 달려 가서 친정어매더러
"한소쿠리 더 구해 보소"
그라고 그 자리에서 한 솥 가득 삶아서 맛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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