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빨간우체통과 우체부

이바구아지매 2007. 4. 16. 14:55

    습관처럼  오후 2~3시경이면   집 근처에 있는 옥수동 시장에 간다  시장 가는   길에는 우체국이 하나 있다

 

그 우체국 앞에는 새로 설치 된 듯한 빨간 우체통이 하나 그리움을 가득 안고 서 있다

 

이곳에 이사를 온 지도 3년이 넘었고 4년에 접어드는데 이 동네에서 늘 보는 우체국앞의

 

우체통은 어찌그리 강렬하고 그 앞을 지날떄마다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그 우체통앞에 범일이와 가나를 앉히고 세워서 기어코 디카로 사진을 두세장 박았다

 

능포동우체국 그 건물앞에 서 있는 빨간우체통은 지금 별 할 일이 없다

 

누가 옛날처럼 편지를 써서 저 우체통안에 집어 넣는 모습도 본 적이 없고

 

그냥 옛날부터 우체국앞에 서 있어서 그렇지 세월이 조금만 흘러도 저 자리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빨간우체통은 하는 일이 없이 백수로 서 있는 것 같은데도 밉지 않다

 

색깔이 빨개서 그럴까?

 

노란색이었다면 미웠을까?

 

검은색이었다면 화가 났을까?

 

 

아주 오래 전  유별나게 편지를 많이 썼던 기억속에  특별한 기억들이 많아서  빨간

 

우체통만 보면 저 우체통의 배는 내가 다 불려 주었다는 야릇한 생각이 곧 들고 일어난다.

 

 

 

 우체통에 대한 기억과 편지를 가져다 주던 우체부에 대한 기억은 

 

살면서 이야기를 계속 해도 끝나지

 

않을 많은 양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 글실력이 어느정도로 쌓인다면  꼭 써 보고 싶은 글이 있는데 바로'' 빨간우체통과

 

우체부'' 누구에게나  멋진 추억이 많이 있겠지만 내게도 있지  못할 추억을 수북하게  선물한 우체부아저씨가 있었다

 

내가 글을 알게 되었을때부터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내가 머물렀던 고향에서

 

내게 한결같이 편지를 갖다 주신 '만이아저씨' 에 대한 그리움은  언젠가 내가 글을 쓰게 된다면

 

가장 먼저 글대상으로 써 보고 싶은 그리움의  꿀단지이다

 

 아저씨는 우체부경력이 25년이상이었는데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편지를 돌리다가 밤새

 

하늘나라로 오르셨다

 

누렁가방에  그려진 비둘기랑함께 ...

 

아저씨는 그 흔한 자전거도 없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늘 걸어서

 

시골의 수십리길을 오가다가 저승길로 가셨는데 아저씨가 가신 날은  유채꽃  가득 피는 봄 4월이었다.

 

"에고 참 착한 양반이 가셨네 추운 날 가면 고생할까봐서 꽃피는 봄에 델고 갔나보네"

 

사람들은 그리 말했다

 

 

  연초면 온 동네엔 나랑 이름이 같은 사람이 한 20명 정도 있었는데

 

만이아저씨는  이름만 보고 그 편지들을 다 나한테 갖다 주는 바람에 아마도 편지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되었을것이다.

 

나한텐 편지가 안 오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까?

 

어느 날 부턴터인가  내게 그리움을 가득 담은 분홍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아저씨는 그 편지에 혹 먼지때라도 묻을가봐 조심조심 내게 주었다

 

내가 기다릴거라고...  

 

학교 가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서 만이아저씨한테서

 

내 편지를 찾아 가는 날도 많았었다.

 

 우체국에 들릴때는  아저씨가 좋아하는 막걸리도 많이 사다 드렸다

 

아저씨는 막걸리를 아주 좋아하셨고 특별하게 맛있던 우리집 단감도  많이 따다드렸다

 

누렁색 가죽가방을 메고 사창거리를 지나 오는 아저씰   보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지...

 

 

 

하루는 빨간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돌아와서 보내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 한

 

나는 변덕스럽게  만이아저씨를 밤에 깨워서 우체통에 가서 열어 도로 가지고 온 일까지 있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아무런 짜증도 한 번 안내시고 그 일을 기꺼이 해 주셨다

 

생각 해 보면 아저씨를 많이 힘들게 했다.

 

지금이라면 철이 들어서 만이아저씨를 피곤하겐 하지 않았을텐데

 

아저씨는  내가 철드는 걸 못 보고 가셨으니 ...

 

이젠 마음으로 아저씨를 그리워한다

 

만이아저씨는 내가 사 다 드린 막걸리를 마시면 힘이 나서 하룻동안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고 하신 말씀은  사실이었을까?...

 

 

 

오늘같은 날은 옛날처럼 만이아저씨가 가져다 주는 분홍편지를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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