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너무 심심하다
지루하다 늘 쿵쾅거리는 집안이라서 그런지?
요즘은 학교카페도 혼자서 북치고 장고치려니 신이 안 나서 그냥 으름덩쿨만 잔뜩 올려 놓고
나왔다 발밑의 신문에선 스승의 날이라고 훈훈한 스승의 이야기가 내 눈에 쏘옥 박히고
다시 번뜩 스치는 양념같은 인사를 남기려고 카페에 들어가서 글 남겼다
"샘날~~ 엉뚱발랄한 우리아이들 가르쳐주는 친구 샘들~~정춤샘, 영정샘,삼주샘, 인순샘~~
그 동안 참 욕봤어요 ...
이왕 내친짐에 더 욕보고 알라들한테 졸업 후 취직 빵빵되거로 부탁할께예"
이렇게 글 날리고 나왔다
아차 또 두분샘이 빠졌네
"원춘샘, 진식샘 울알이들 건강 잘 챙기주이소~~감사감사~~"
라고 추가글 남기고 나와서 밖에 나가 서너시간 보내고 들어왔다
오후 다시 카페에 들어 갔다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하고 출석한 친구들에게 댓글도 달아주어야하기 때문에
이것또한 부지런해야 한다
'남기고 싶은 글'
"ㅋㅋㅋ 나도 샘은 샘이제 제자가 없어서 그렇제 맞다 맞다 너그아들 건강담당 샘
맹수가 그 동안 잘 있었제 바뿌다는 핑계로 마이 몬 드랏제?
미안타 니가 보내 준 갈치젓 입맛 없을때 한통갈씩 묵고 밥 묵으모 밥맛이 꿀맛아이가
인자 몇통갈 안 남았다 내년에도 또 기대해볼까? 그라고 묵을때마다
맹수기 생각안하나?"
아 이래놨다
참 웃기는 깨금이 ... 깨금아, 또 오도방정 손잡고 떨어볼래?
깨금이는 겨울에 나랑, 울신랑한테 보약을 한재씩 공짜로 지어보냈다
세상에 이런 고마울데가 사실 깨금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생으로 나랑은 한 번도
같은반을 해 보지 못한 남자동창생이다
학교카페에서 글로 만난 친구다 ㅋㅋㅋ
이웃동네에 살긴했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학교카페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친해지질 못했을게다
참 좋은 세상이다 깨금이랑 친할 수 있었던 재미난 일이 한 가지
어느 날 닉네임 '깨금' 이라는 친구가 들어왔다
깨금이도 나처럼 비슷한 글의 분위기를 내지 않나?
친구들은 배꼽을 잡고 발랑 까무러치기도 했단다 깨금이는 나 보다 한수 위
그런데 깨금이는 날이 갈수록 오리무중이었다
첨 들어왔을땐 알 것 같아서 친구들이 물어오면 본명을 이야기 해 주었는데
아니라고 툭툭 시침을 떼는 게 아닌가
하루는 제대로 꼬리를 잡아보려고 내가 깨금이가 되어 깨금이처럼 글을 남겼네
그러니 깨금이가 할 일이 없어진것 ???
우리는 쪽지로 서로를 확인했어 친구들이 눈치못채게 입 다물고 깨금이가 약속한 100일동안
참아 주었네 그 동안 얼마나 잼있었는지
깨금이는 글도 참 잘 썼다
나도 한 때는 오해를 하기도 했었다
도토리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의사로 의사들이 즐겨 쓰는 용어를 쓰는 걸 보고
우리신랑은 착각을 했다 아마도 도토리일거라고 도토리는 초등학교때부터 한반이라서
늘 잼있었고 아는 것도 많고 잘 생겨서 인기도 많았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사이지만 그 놈의 카페에선 닉네임으로 들어오면 알 길이 없었다
에고 데고 그래도 익명에 가까운 닉네임이란 게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부터 걸쭉한 이야기까지
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없지 않다
어쨋거나 깨금이는 자기가 여자인것처럼 행동하며 신랑이 죽고 묵고 살라꼬 호프집을 냈다는 둥
하여튼 백일정도 되는 날 늘 우리는 배꼽을 잡았다
게다가 시를 남기다가
수필을 남기다가 내공이 무궁무진해서 그냥 좋은 글밭이었다
그런 깨금이가 년말에 갑자기 찾아왔다 우리는 반갑게 악수하고 그 동안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옛이야기에 밤늦도록 수십년 쌓였던 이야기를 다
꺼집어냈다 나랑 울 신랑도 동기동창이라서 어떤 이야기도 다 통하는 잼난 사이여서
그 시간 내가 여잔지 남잔지도 구분이 안 갔다
시간이 흘렀고 또 우리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 왔다
"깨금아, 너랑 약속지킨다고 내 입이 얼마나 건질거렸는지 아나?
바람 부는 날 나는 대밭으로 가서 소리 지를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그래 맹수기너그집 대밭에서 소리 질러 깨금이는 진식이다~~~다~~다"
얼마나 입이 간질거렸는지 참는다꼬 나 엄청 욕 봤다
말하고 싶은 걸 못하면 이것처럼 고통이 있을까?
비밀? 비밀이란 걸 지켜내기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다
우린 늘 쪽지를 주고 받았는데 얼마나 재미 있었는지 깨금이가 궁금 한 100일동안 친구들은
궁금하고 모두 설레어서 카페엔 밤낮없이 대 만원이었고 카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어떤 날은 카페에서 밤샘도 하였다
깨금이가 장사가 잘 안 되어 속이 상해 한 잔 하고 끼라졌는데 꼬장주에 오좀을 싸고
호프집 바닥도 오좀으로 아예자기 오줌으로 호프를 대신해도 사람들은 모린다고 안 하나 맥주맛이나 오줌맛이나 술 취하고나모 모린다꼬...
그라다가 어느 날 디리닥친 짭새한테 한달영업정지 무땃캐가
우리가 한달 팔아주로 가자꼬 난리가 나고...
깨금아, 정말 고마웠어 그 때 병원일도 얼마나 바빴을까?
그런중에 짬 내어 친구들한테 즐거움 주느라고 시간내어 준 것 정말로 고마워
진짜로 바람 부는 날 난 대밭으로 달려 갔다
"깨금이는 진식이다"
라고...
그래 알겠다
올 겨울에도 갈치젓 보내주고 대구도 외포가서 큰 놈으로 골라서
보내줄게 친구들이랑 모여서 끓여먹어
그리고 늘 웃음 주는 행복처방전 날려 줘~~~
깨금이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의사다
블로그를 만들라고 해도 시간이 잘 안난다고 하면서~~
훗날 아마 좋은 시집이나 수필집을 또 몰래 우리에게 보내줄지 모를 일이다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 망 증 (0) | 2007.05.19 |
---|---|
용혜네 (0) | 2007.05.18 |
쉿! 비밀이야 (0) | 2007.05.14 |
아주 오래 전 슬픈 기억 (0) | 2007.05.12 |
포리 이 간나들 엎드리뻣쳐!!! (0) | 2007.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