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용혜네

이바구아지매 2007. 5. 18. 07:48

"지은아, 집에 있나? 요 귀한 손님 델고 온다"

 

"어무이 목소리? 누가 온신다꼬? 우짝고 집이 헝클리가 엉망인데?"

 

거실에 늘려 있던 장난감을 고마 한 가슴 안아다가 귀염이방에 쳐 넣고 방문 잠가삐고

 

슬리퍼를 달달끌며 대문으로  쫓아갔다

 

" 형수님, 접니다 용일입니다 어무이하고 같이 왔어요"

 

"예 어서오이소 첨 뵙겠어예  "

 

이렇게 우리집에 귀한 손님이 오셨다

 

어무이랑, 용일이삼촌, 그리고 아지매랑 거실에 앉았다

 

"마실거라도 내올게요"

 

'아이다아이다 니가 낼로 알것나? 모리제 아이구 참 미안타 너그 혼인할 때 꼭 와보끼라고

 

맴을 묵었꼬마는 참말로 행팬이 디숭시러바가 몬와봤다

 

내 오늘 작심하고 니를 안 찾아왔나 너그어무이가 내 이야기 쫌 안해주더나?"

 

'와예 마이 들었는데예 제작년에 용일이삼촌이 와서 이야기 다 듣고 있었어예"

 

"나도 너그 어무이한테 너그소식 다 들었는기라 개안타 젊어고생 사서도 한다안캤나

 

좋은날 있으끼다  심 내고 앉아보거라 니가 고생많다 그래도 고마 세월지나모

 

요고생쯤 너무일매키로 이야기 할 날 온다

 

우짜든가 아푸지나말고 아 잘 키우고 머라캐사도 니는 부잰기라 아들이 다 금띠아이가!!!"

 

첫방문한 귀한 손님을 대접할새도 없이 아지매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쳤다

 

"나가 송정을 떠난지가 33년짼갑다 너그어무이집 볼꼰 젙에 안 살았나

 

너그어무이가 내 이야기 마이 했을거로? 너그서방하고 우리 용혜는 동갑이었는데

 

요 살 때는 부재로 안 살았더나 용혜네 아부지가 상선 배 타로 댕길때 상선탈라꼬 하는 사람들

 

보증을 마이 서 주가 그 많던 재산들로 보증빗으로 다 안 날릿나

 

집 뒤 산캉 너그도 팔아무삔 너말반지기 논을 너그어무이한테 팔아묵고 산도 논도

 

 밭때기꺼정 다 날리삐고 눈물바람으로 너그어무이집에 논일하로 가모 우째그리 눈물이 나던고

 

나락묵낌서 아이구아까바라 문전옥답이 다 날라가삐고 내  팔자야 이기머꼬

 

이람서 한숨내 쉬다 들이쉬다 고마 눈물바람으로 울모

 

"시끄럽다마 나가 이논살 때 너그사정이 하도 딱해가 웃돈 얹어주고 사줏더마는 아직도 조래 우네

 

고마울거라 보기 싫다 산 입에 거미줄안 친다 엥가이 울고 모독심씨고  살아보자"

 

"너그어무이가 이라는기라 다 옛날이다

 

또 옛날 이바구 할라쿵께 눈물부텀 나온다 우리 용혜랑, 용일이랑  저그아부지

 

빗보증으로 재산 다 날리묵꼬 친척하나 없는 객지로 살아보끼라꼬 이삿짐을 싣고

 

거제대교를 지나강께 어찌나 눈물이나던지 나가 오늘 닐로 꼭 찾아와보자캔거는 다링기 아이고

 

용기로줄라꼬 너그어무이보고 가 보자캤다

 

우짜든지 엉뚱한 맴 묵지말고 건강하기 살거라 우리바라 인자 개안타 빈손지고 부산갈때

 

통영다리욱에서 폭 뛰 내리고 싶더마는 이악다물고 부산서 행상부터 안 해 봉기 없다

 

인자는 개안타 우리 용일이가 요새 돈 참 잘 버린다"

 

"형수님 어무이가 또 저랍니다  어무이 고마하이소 자꾸 젊은사람들 앞에서 그러면 안됩니다

 

형님하고 형수님이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

 

"아니라예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맞아예 사업이라쿠는거는 팍 일어서기도하고

 

팍 엎어지기도 하는기라예 우리는 그래도 결혼첨부터 어려운 시기로 출발해서

 

다른사람들하고는 다릅니다 며칠 굶어도 끄덕없어예 우리는 인동초아입니꺼

 

걱정하지말고 오래사이소 우리가 날린 재산 그것보다 더 넉넉한 마음부자니까

 

안타깝게 보지마이소"

 

"그래 고맙다 그리 생각항께"

 

'삼촌은 집이 어려운데 우찌 음악할 생각을 다 했어요? 섹스폰하신다고 들었어요"

 

"먹고 살려고 한 거죠 원래 음악도 좋아했고 부모님들이 저 하고 싶은대로 두더군요

 

이렇게 삼십몇년전에 고향 떠난 이웃사촌이 찾아와서 반가운 한 나절을 보냈다

 

 

연두색 마이를 곱게 차려입은 아지매는 요즘 중국에 왔다갔다 하면서 보따리상을 하는 모양이었다

 

살만하다면서도 코에 바람도 넣고 이젠 더 늙기전 몸거동할만할 때 만나볼사람들

 

 만나보러 댕기신다고 하셨다

 

갈길이 멀다며이야기주머니를 홀치매고 집을 나섰고 난 인사드렸다

 

"여름에 또 놀러오세요  바다구경이나 하시게요"

 

이렇게 배웅하고 와서

 

밤에 신랑한테 용혜네이야길 하니

 

"용혜는 잘 사는가 보고 싶네 나랑동갑이고 볼꾼 옆 삽작젙에 살았는기라

 

용헤집이 졸딱 망하고 이삿짐 차가 떠날 때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가 그 집 전답들은 우리가

 

다 샀는데 내가 그 살림 또 다 날리묵고?  일찍 왔으모 함 봤을긴데

 

용혜도 시집 가서 잘 산다는 소식을  제작년연봉이 동생 죽었을 때 용일이가 와가 이야기 해 주더라

 

요즘 용일이는 섹스폰 잘 불고 있는가 ? 밤업소에 나간다고 하던데..."

 

 

 

 

참 인연도  묘하다 날 찾아와서 위로를 해 주는 아지매???

 

난 그렇게 쫄딱거지도 아닌데 ... 슬프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는데

 

하긴 우리도 빗보증에다 돈마이 날린거는 똑 같구나

 

사돈 남말하고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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