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눈이 코가 되고 입이 귀에 걸리고 손은 왜 또 두개뿐인지???
우리어무이 일흔셋 되시는 날 생일상을 차린다고 난 내가 아니었다
벌써 사나흘전부터서 준비를 했다
어무이는 생신상 차려드리겠다니 얼마나 좋아하시고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도리를 멋지게 해 두셔서 내가 어무이집에 도착하니 집 뒤 언덕베기에 거물처럼
얽혀 있던 인동초 꽃냄새만 흐드러져서 내 기분을 꽃내에서 흐느끼게 만들었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상에 차리니 어느듯 동네 할매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아이구 연과이각시 시어메 생일상 채린다꼬 난리네 우리는 고마 배가 고파 성질급하거로
미리 때도 안 되었는데 왔다 개안나?"
'하모요 개안치요 요기 떡 먼저 드이소 우리어무이가 쑥 캐가 인절미 맨든깁니다
둘이 묵다가 셋이 죽어도 억울토 안할맛입니다?"
'그렇나 요새는 둘이 묵다가 셋이서 죽는법도 생깃나?"
"예 말이라쿠는거는 맨드는사람, 즉 오야맴아입니꺼?"
"하모하모 니 맴이제 그러나저러나 요새 사람들 상채리는거 심들다꼬 다 외식한다꼬 난린데
참 용타 동네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 상볼라모 오늘 몸살깨나 날낀데..."
"개안심니다 어무이가 다 해 놓으시고 저는 생색만 안 냅니까?"
다행하게도 음식솜씨 좋은 용하엄마가 와서 많이 도와주었다
식혜도 만들어주고 잡채며 미역국도 맛잇게 끓이는걸 한 수 배우기도 했다
드디어 점심때가 되니 동네 할매 , 아지매들이 곱게 외출복으로 차려입고 줄줄히 오셨다
"연광아, 생일 축하한다 맨걸로 와도 개안나?"
'나도 오라쿤께 고마 입만 달고 왔다"
"개안타 고마 오늘 실컷 묵고 놀다 가라"
어무이는 온 동네 할마시들이 오니까 좋아서 물찬제비처럼 몸이 날래게 날랐다
"저 보라모 우찌그리 동작이 빠리꼬? 지 생일상 지가 채린다꼬 안 우습나?"
하고 태희네 어무이가 너털웃음을 날리며 소리쳣다
아랫몰 할매들과 아지매들도 많이 오셨다
"세상 참 좋다 우리 오늘 요서 맛있기묵고 등걸티에 가서 인동초 꽃잎 따 오자
그게는 말칸 돌비들만 있는데 인동초꽃무더기속이라서 인동초세상인기라
너그 인동초 흰꽃, 노란곷 입으로 쏙 뽈아무밧제 얼매나 달더노
술담그로 따로 가자"
하고 점순네 아지매가 숨 넘어갈듯 하면서 꽃따로 가자고 했다
'인동초꽃잎 따로 갈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하고 철구네가 엄지손가락을 쭉 내미니 분희네랑 병구네가 올라붙었다
'인동초꽃 그 달작지근한 맛 참 좋제 술 담아도 좋고 허리 아푼데랑 그래 좋단다
등걸티에 가모 인동초꽃등살에 너그 다 나자빠지기다
얼매나 좋은지 연과이각시니도 갈래?"
하고 팽구네아지매가 내게 물었다
'저도 함 가보까예?"
"저 보라모 백지대고 가자고하모 안 되제 고마 따라내띨라고 안 하나 집에 손님상은
누가 보고 갈끼라쿠노? 그라고 그돌삐가 꽉찬 데 가모 비암이 우굴우굴할낀데
마라라이 아가 다섯이다"
하고 우리어무이가 숨 넘어가는 소리로 말리셨다
"저바라 저거 매느리 비암한테 물리끼라꼬 저리 섬긴다아이가"
"참말로 이집 시어매하고 매느리는 우찌그리 위해 주는지 고마 우리 델고 가서 비암한테
팍 물리거로 함 해 보까?"
하고 철희네아지매가 함박웃음으로 호응을 청하니 여러 할마시들이 막 웃어제겼다
"바기미에 인절미하고 부치미, 그라고 식혜도 좀 챙기도 그라고 그게 나 아까 가서 반바기미땄는데
비암 한마리도 엄따 가자"
이렇게 해서 먹을거 좀 챙기고 동네 아지매들과 할매들이 등걸티인동초꽃따러
나섰다 돌담길 돌아서 가는 송정골 아지매,할마시들의 뒷모습은 아직도 고왔다
옛날 처녀시절 꽃놀이 가는 기분으로 나선 길 감나무에서 아직도 떨어져내리는 담색 꽃잎도
질투나는지 할매들 발밑에 툭툭 떨어졌다
온 언덕가에 인동초꽃들이 나비랑 벌을 불렀다
꽃내가 가히 현혹적이었다
인동초꽃내가 짙은 들길을 걸어오니 오늘 힘든 일상도 스르르 꽃내에 흐물흐물거리며
나른하게 잠이 왔다
참으로 뿌듯한 하루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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