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그래 접시를 깨자

이바구아지매 2007. 6. 4. 08:24

아따마 정신 차릴라고 정지로 갔네

 

눈을 부시시 뜨고 정지간에서 흐릿한 정신으로 간 밤 묵다 만 음료수컵이

 

있는지도 모리고 손으로 싹 밀쳤더만 쨍그렁하고 소리가 ???

 

이거무신소린가?

 

순간 내 정신이싹 군기잡혀 들어오네

 

'에이 재수없어 오늘 아침부터 재수꽝이네 "

 

이런 재수 나쁜 일은 될수록 빨리 잊어야제

 

오래오래 맘에 두고 있으모 재수 길길이 나쁜 일만 연달아 일어나지

 

아침세수로 거울보며 다짐하는나~~ 그래   오늘도 즐건날로 옮겨가는거야

 

일욜아침도 여전히 해가 솟아오른다

 

날마다 회사에서 열심인 울 신랑은  밤늦도록 공부하다가 새벽에 잠들었고

 

아들딸들 일주일 부족한 잠 모아자고

 

나는 마늘장아찌부터 만든다고 온 집안에 간장 냄새 풍기고

 

간장다리는 꼬랑쩝쩝한 냄시로 집안에 꼬랑한 냄시가 스멀스멀 기어드니

 

코가 다 간지럽는지

 

"이기 무신 냄시고 개똥냄새가?"

 

잠결에도 냄새는 코를 간질이고 깨우는갑다

 

"일년 먹을 반찬 맨드는데 그깟 냄시를 몬 참으모 우짜노?"

 

"그래도  천처이하지 똑 자는데 발꼬랑내도 아이고?  개똥냄시도 아이고 참 냄시 더럽다"

 

"그라모 인자 묵지말래? 냄시는 이래도 맛은 기똥차제"

 

유리컵이 깨어지더마는 넘도 아인 내 신랑이 지 묵을 반찬 한다고 바뿌고마는

 

  뭣이라 냄시가 고약타고 ?

 

그라모 갈치젓, 고등어젓, 멸치젓 냄시는 우짜것노 고런 것 할 땐 대한민국 포리들이

 

몽땅 다 날라오는데  고것들이 날라오모 그 꼬랑내가 좋다고 백만천만번 손발비비고 아부함서

 

한 번 만이라도 고 뽕맛 맡아보자고 간신짓을 다해대는데도

 

'필요없어 하늘겉은 우리남편 반찬에 감히 너그들이 엥기들어

 

너그는 요 말고 저 바다 갱변으로 가 보거라 고기 거물몰라는데 가모 멜치홀친것도 있고

 

갈치꼬래이도 비쩍 고라진것 많더라 그 이상 뽕맛이 어데있노?"

 

이리 쫓아보내고마는 앞으로 더 꼬랑내니 이래사모 고마 포리들한테 도매금으로 다 넘가뿔끼다

 

이렇게 반 나절이 홀라당 가버리고

 

참내 흘어논 일욜이 이레 잘 간다

 

빨래들도 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빨래줄에 널려서  찜질을 하고

 

여관집아지매가 우리가나 아토피에 좋을끼라함서 준 잘 모린 칡뿌리로 물에 넣고 끓였더니

 

칡내가 풀내처럼 피어올라서 보리차빛깔 나는 맑고 은은한 물은  마시고 뿌리가득

 

 삶은거는 목욕물로 했더니 다라가득 , 욕실안이 칡내로 은은했다

 

세상 참 좋다 유노하나랑 장미꽃을 물에 띄워 목욕하고 다시마를 개워 몸에 바르고 얼굴엔

 

오이팩을 하고 무슨시상이 이레 좋아졌으꼬?

 

우리 아들이 담 목욕때는 무엇으로 몸 씻을낀지  궁금타고 하네

 

 

오전은 그리 끝났다

 

오후엔 해안도로로 갔다 넷째의 숙제가' 유채꽃 꺾어오기' 지금도 유채꽃이 있을까?

 

인자 씨들이 볼록하게 씨주머니만 달고 있을낀데

 

가나는 해안도로길에 올라서면 양쪽으로 펼쳐지는 바다랑 바다위에 떠 있는 조선소의 커다란 배들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

 

건강길로 지압길이며 황톳길을 걷다가 길에 움푹  패인 발자국하나도 그냥 못지나간다

 

큰 발자국은 코끼리가 지나간 발자국 작은 발자국은 아기발자국 중간 발자국은 엄마발자국

 

도로 양쪽으로 난 산숲에는 산딸기가 숨어 익고 망개연두색 이파리가 작고 예븐 접시모양을 하고

 

소나무를 횡횡 베베틀어오르는 허여멀건한 안개꽃같은 이름도 모리는 저꽃들은 꼭 신부앞에 선 화동의

 

이마꽃 같기도 하다

 

길섶에 지천으로 깔린 개망초꽃들은 내 어린시절 소꼽놀이의 떡도 되고 부침도 된 추억의 들꽃

 

접동샌지, 참샌지, 이름알지도  못하고 무리지어 동백나무숲에서 포르르 날아오리는 저 새들은

 

저그들끼리만 아는 소리로 지지골배골하며 날아갔다

 

그 옛날엔 사람과 새들이 말을 주고 받았다고 하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새들의 비밀을 이용해서

 

새들이 배신 당하는 바람에 그 후론 사람들이 새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더만

 

권정생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제

 

확 트인 바다를 보는 정자아래를 찾아갔더니 바다를 바라보며 벤취에 앉아 우리가 오는 줄도 모리는

 

할배, 할매가 어깨동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들킬면 무안할까해서 돌아가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이 먼저 소리친다

 

"할아버지하고 할머니하고 어깨동무했대요? 얼레리꼴레리?"

 

"쉿 그러면 안 돼  "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무안한지 벌떡 일어서시더니  머릴 긁적이고  이내 자릴 뜨고

 

큰 굴참나무아래 인동초꽃이 널부러져 나무타고 덩쿨이 올라가고 있어 흰꽃, 노란꽃

 

떼어서 나팔처럼 입에 대고 쪽쪽 빨았다

 

"이렇게 입을 뾰족하게 하고 입심으로 쪽쪽 빨아봐"

 

'와~ 진짜 단맛이 나네? 은은한 단맛이 나네요 엄마"

 

아들이 인동초단맛을 알고 꽃따러 가자고 난리를 쳤다

 

향기도 은은하고 풀숲은 꽃을 피워 올려 아마 이세상 무릉도원이 여기가 아닌가 싶을정도로

 

봄에 피기나선 가을까지 자연의 변화는 영화같다

 

그 느낌을 잠시라도 못 보면 변화하는 과정을 놓친다 안타깝게도

 

뽕나무에선 연두색 오돌개(오디)가 낭개에 두 알 높이 달려 있고

 

피비는 새어선 억새풀처럼 회색은빛을 달궈내고 엉겅퀴도 보랏빛 꽃덩이를 달고

 

뾰족 침으로 자기방어를 하고

 

밭 언덕에 올라서 작은 꽃송이를 아직 달고  있는 유채꽃 몇송이를 걲어들고

 

손에는 퍼런 물이 들고 하늘엔 양떼구름 흘러가고 바다엔 작은 언덕처럼 파도들이 언덕을 만들며

 

달려와선 자갈갱변에서 부서지고

 

아이들은 쓰나미가 몰려 온다고 ? 쓰나미가 오면 우리는 어디로 피해야 하냐고?

 

 

발밑에 기어가는 지렁이 한마리도  햇살 가득한 날에 물기 없는 황톳길을 기어가기가 힘든 날

 

밭고랑엔 고메가 넙적한 잎을 벌려 하늘 향하고

 

세상에 살아있는 것들이 다 저마다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가만 귀 기울여보니 내가 아침에 그릇을 씻다가 깨뜨린것처럼

 

자연의 소리에도 그릇깨는 소리가 들린다

 

하긴 이렇게 온 세상이 살아서 벙글거리는데 접시 하나 깨는 게 대순가

 

그래 너그들도 접시를 깨그라  그깟 것 접시한두개 좀 깨면 우떻노?

 

일욜  좀 복잡하지만 삶의 느낌을 내 방식으로 일기속에 긁적인다

 

다들 접시깨러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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