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 온 소>
"햐~~아 참말로 골 때리네
오늘 내 할일이 얼매나 많은 줄 아나?
장발단속에다가 사창거리 식당에도 단속나가야되고 꼭 이레 바뿐날에사말고 요놈의 소떼거리까지
일로 맨들아주네 바라바라 정식아,(방돌이~ 방위)"
"예 경사님,"
"니 이것들로 어데서 또 끌고 왔노???"
"예 출근하다가 삼거리지나다 보니 다릿거리서 어슬렁거리가?"
"참말로 이거 안되것네 요가 지서제 어데 우시장이가? 와 너그들은 집구석에서 주는 꼴이나
단디묵고 퍼질러 자모 되는기제 맨날 잘 쳐 묵고 띵까띵까 놀고 그것도 모자래가 산에 놔
주모 칡덩쿨이랑 소쌀낭개나 뜯어묵고 실컷 놀모 되제 머한다꼬 또 너무 밭을
쓰데댕기고 또 강냉이 다 넘가삐고 깨 심어논거 다 정치고 고메줄도 몬씨거로 작살내고
참외, 수박도 다 깨났었끼다
아이구 골 아파라 이것들은 지서로 뭘로 보고 겁도 없노 고마 몽디로 찜질로 해 보까?
똑 바리 몬서나? 음메(끔뻑끔뻑) 망할놈의 소새끼들 내 이것들땜시 머리샌다카이
정식아, 요로 소똥밭 맨들기전에 이장집에 기별해라 연세동네에 파딱 연락해가
밭에 정친 것 주인 찾아가 물어주고 쎄기쎄기 소 찾아가라캐라
안 그라모 소 죄이다 팔아무삔다꼬해라 오늘 안에 안 찾아가모 소시장에 보내삔다캐라"
"예"
이 순경은 아침부터 열이 받았다
"내 이것들이 적어나 말끼로 알아들으모 엎드리뻗쳐를 팍 시킬긴데...
하고 침이 팍팍 튀어서 이 순경한테 욕을 바가지로 듣고 섰는 소들한테 튀었다
실컷 욕을 바가지로 들어도 눈만 끔뻑거리며 침이 튀겨도 발길질만 해 대는 소들...
되새김질에다 파리가 올라붙으니 꽁지로 훽훽 젖기만했다
"음머 ~~"
"뿌리릭푸디딕 ~~퍽 ~~"
"아니 요기가 어데라꼬 똥까지 싸 어쭈 삼겹주름살 똥 을 어이쿠 기어코 일 저지르네
똥포리들 다 모이것네 이 일을 인자 우짜모 좋노 "
소떼들은 꼭 불만이 있어가 데모하로 온 것 맨치로 이 순경을 빤히 쳐다만 보고 말없는
시위를 했다.
< 부룩때기(황소)는 암소를 좋아한다>
그 날 우리는 냇가에서 옷을 입은채 물속에서 물구나무를 서기도하고 물속에서 개헤엄쳐서
가만 서 있는 친구 다리를 접칠기도하고 물속에서 지나가는 탱바리를 덥치기도하였다
햇살은 땡볕을 머리위로 쏘아대니 물밖에만 나오면 금새 머리가 따갑고 등이 아려오는 더위를 느꼈다
아이들이 멱을 감는 근처엔 방천이 있고 그 방천둑에는 포구나무(팽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그늘과 맑은 물은 우리들의 멱감는 멋진곳이기도 했지만 우리동네 소들의 휴식처이기도 했다
건넌마을 두원이네 부룩때기는 이 그늘나무가 있는 물가의 왕초였다
여름이면 날마다 이 물가에서 신선놀음을 했고 돈도 벌고 재미도 실컷 보는 세상에서 젤
배짱좋은 부룩때기 우리동네에선 멀쩡한 사내의 남자노릇이 실망스러우면
"어이구아이구 고마 그 고치따가 저건네 부룩때기 갔다주거라 우짜모 부룩때기보다 몬하노
그래가 어데쓰것노 00네집 부룩때기는 바라 그 짓 해가 돈도 잘 버리주더마는..."
이렇게 남자들 기를 팍 꺾어 놓는 아지매들도 종종 있었다.
햇살이 팍팍 내리쬐는 그날도 포구나무 아래엔 두원이네 부룩때기가 큰 눈을 끔뻑이며
물에서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깜장고무신, 하양고무신을 뒤죽박죽으로 벗어 갱변에 제 맛대로 날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때 신발을 너무 쎄게 벗어버린 신발 한짝은 물로 날아들어
동동 떠내려 가면 쫓아가서 그 신을 건져 올리기도하고,
아이들은 왁자지껄 첨벙대며 물수제비 뜨기도하고 입술이 파랗게 되도록 멱을 감고 눈알이 빨개지도록 온종일 물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장난이 심한 녀석들은 물속으로 눈을 뜨고 헤엄을 쳐가두원이네 부룩때기의 두 다리가 하는 꼴을 물속에서 뜬눈으로 구경하고
그러다가 그것도 재미업서어지면 물밖으로 나왔다.녀석들의 눈에서는 실안개가 피어오르고 몸은 체온이 내려가 오돌오돌 떨기조차 ...
여름햇살에 소들은 더위를 쉽게 먹어서 그늘아래나 물가에서 있어야했다
소주인들은 한 낮이면 너도나도 이 냇가로 소를 끌어다 박말에다 매어놓고 갔다
두원이네 부룩때기는 운수 좋은 날에는 하루에도 서너차례 상을 붙었는데 우리면내에선
최고의 부룩때기로 상(발정) 을 내는 암소는 무조건 두원이네 부룩때기한테 상을 부치로 갔다
우리는 두원이네 소가 상을 붙는 것쯤은 많이 보아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날 우리가 목욕하는 근처엔 상을 낸 암소가 한마리 냇가 잔디밭에 매여 잇었다
소는 상을 내면 잘 먹지도 않고 '음머 음머' 하고 부룩때기만 찾는다
그렇게 암소가 부룩때기를 찾는데 소 주인은 없었고 날렵한 부룩때기가 암소의 그 울부짖음을
보고 고삐를 힘껏 끈어버리고 단번에 달려가서 암소위에 올라탔다
암소는 부룩때기의 힘으로 살짝 밀려서 몸이 움찔했다
부룩때기는 있는 힘을 다해서 자기의 그것을 암소의 그기에 사정없이 팍 꽂았다
부룩때기의 그것은 길이가 30cm 정도로 분홍색이었고 허연 액이 질 근처에서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흥분한 부룩때기의 입에서도 허연 거품이 양쪽으로 질질 흘러내리고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물가에 서서
"와 상 붙었다 두원이저거소 고치 크다그자 저바라 길다그자 "
'참 아푸것다 피나모 우짜노?"
"아푼거로아나 짐승들은 그런 거 모린다 "
'그라모 저 상붙은거 돈도 몬받고 공짜네공짜"
"참 신기하다그자 저리 상을 붙고나모 고마 암소배가 탱탱 불어가 새끼로 놓는다아이가
참 웃긴다그자 아무리봐도 아무것도 엄꼬 부룩때기 고치만 들어갔는데 와 송아지가 나오꼬?"
"그거는 사람들하고 똑 같은거 아인가?"
"사람도 아메 소처럼 그런거 아인가?"
"바라 사람도 남자는 고치가 안 있나 그런거아인가?"
"몰라몰라 우리 목욕이나 하자 "
하고 물에서 물배통통 찰배통통 놀이를 하는데 이번엔 두원이저거 부룩때기가
첨벙대며 들어오더니만 아이들의 머리위에서 설사똥을 철철 흘리는게 아닌가 물에 너무 오래 서 있었던 관계로 그만
배탈이 옹골지게 난 것이다 꾸렁한 냄새까지 휘날리며...
"엄마야, 부룩때기가 설사를 했다 물이 다 똥물이다 피해라 물도 쓰데가
다 꾸정물이다 우리 저 욱에 독새덤범으로 헹구로 가자"
아이들은 입은옷에 고무신을 거머쥐고 부룩때기를 피해서 맑은 물로 냅다 뛰었다
부룩때기는 날아드는 파리를 긴 꽁지붓으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파리를 쫓고
엉덩이에 붙은 까분디(까만 혹 혹은 사마귀같은 진딧물일종) 랑 눈가에 자잘하게 붙은 작은 까분디에
몸살을 하고 있었다
ㅋㅋㅋ 우리의 유년에 본 부룩때기의 사랑놀이(발정에 교미하기) 참마로 많이 보았다.
짭짤하게 돈을 벌어 준 부룩때기의 근황이 궁금해서 얼마전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두원이한테 물어보니
아파서 팔아버렸다고 .. 늙어서 정력 또한 예전 같지를 않고...
(참 싱거운 두원이의 재미 없는 대답으로 부룩때기가 준 추억도 이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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