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야호야호 신난다"
아이들은 손에 돌돌만 통지표를 들고 마구 달렸다
운동장엔 삽시간에 흙먼지가 뿌엿게 일었고 학교 앞 40계단의 돌계단은 탁탁탁 하고 아이들이
건너뛰는 소리로 가득했다
곧 신작로 자갈길에 내려선 쪼무래기들은 불량식품 가득한 1평자리 할배할매집 앞에
우루루 몰려들어1원자리 불량식품 과자, 쫀득이, 또뽑기,공갈사탕, 몰랑거리는 액체가 든
색색깔 빨아먹는 봉지과자며 칵 개물면 팍 깨지는 공갈사탕을 사는 쪼무래기들의 모습들이
웅성웅성이다 다시 헤쳐졌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다가 재수없게 심술쟁이 영호한테 후다닥 또 쫓기고
영호는 이유없이 즉흥적으로 여자아이들을 보면 마구 쫓는다
돌로 차서 맞추기도 하는 원래 놀부의 심술보가 영호의 가슴에 들었는지...
"문디 자슥이 또 쫓아샀네 쎄기쎄기가자"
"저 자슥은 방학내는날까지 저리 몬 잡아무가 난리고"
관암신작로는 방학을 시작한 아이들이 대낮부터 시끌법적했다
문씨상회,관암이용원,옥씨상회 할매풀빵집, 관암식당을 거쳐 삼거리 연일식당 앞에서 딱 멈춰섰다
쪼무래기들은 연일식당의 여급이 무얼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식당안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연일식당 안의 호기심은 싱겁게 사라지고
실망스런 표정으로 삼거리 세 갈래 길에서 아이들은 대부분 흩어졌다
우체국과 택수집 택택거리는 방앗간도 지나고 연초선술집과 삼거리잡화점도 지났다
도근이네 대장간에는 해를 닮은 불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도근이아부지는
불구덕이에다 괭이를 텅텅 치면서
날쎈 괭이 끝을 모양내느라고 도근이아부지는 구슬땀을 비오듯 쏟아내고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함께 오던 자야,순아,혜야가 더워서 땀을 흘렸다
"넘 덥다 우리 목욕하로 가자 억수로 덥제"
하고 하고 순아가 소리쳤다
"그라자 그런데 너그 오좀은 안 내럽나? 나사 오좀이 막 나올라꼬 안 하나
우리 저 다리끝에 앉아서 누구 오좀이 멀리가나 시합하까?"
"그래그래 지나가는 아들도 벨시리엄꼬 우리 치매내리고 앉아서 오좀누모 아무도 모린다
남자들은 서서 바지를 내리고 하모 오좀누는기 딱 표가 나는데 여자들은 치마때미
앉아서 누모 아무도 모리는기라"
헤야가 치마예찬을 해댔다
"어서가서 누자 오좀 나오것다고 말 안했나 그라모 시합에서 일등하모 상은 머꼬 골등하모 벌칙은..."
자야가 자신없는 소리로 궁긍해했다
"일등하모 꼴등이 업고 가는기다 업어주기 꽃밭덤벙까지 업고 가는기다 되엇제 퍼뜩 하자"
명주는 신이 나서 빨리 다리끝으로 달려가서 시합할만한 장소를 골랐다
"좋다 요기가 셋째 다리 난간 사이가 딱 좋것다
빨리 온나 높이는10m 정도고 바라바라 맑은물에 저 물결따라 떼지어가는 은어떼들바라
참 그림 좋다 그런데 너그 조용히해라 저 은어떼들 도망갈라 줄서서 거느리고 자유형으로
헤엄치네 멋지다 잡아서 초고추장에 콕 찍어무모 좋것다'
명주는 호들갑을 떨었다
"자자 요게 앉아바라 요 다리끝에 고무신에 나비달린 끝이 다리끝에 닥 맞거로 그리 앉거라
까딱 잘못하모 발 헛디디가 빠진다 혹 빠지모 그대로 배치기로 해라 알긋제
그라모 배만 좀 아푸고 개안타 "
"오좀 놀라쿤다 어서하자 머하노 옷에 싸것다"
자야가 못 참겠다고 보채고
명주는 슬슬 장난기가 발동해서
"누가 오좀살이 젤 쎄고 멀리가는가 잘 봐라 "
돌돌만 통지표는 옆에 놓고
아이들은 하얀고무신의 나비가 가지런한가를 보고 까망 치마를 살짝 걷어올리고
다리끝에 앉았다
"준비 하모 빤쮸를 내리고 땅하모 오좀을 누는기다 알긋제"
"됐다됐다"
순아의 재촉에 명주가 큰 소리로
"준비, 땅"
"줄줄줄 탁탁탁 촬촬촬 "
오좀줄기가 다리의 공간과함게 울림으로 퍼졌다
물속의 은어떼들이 놀라서 도망을 가고
"ㅋㅋㅋ 오늘의 일등은 순아다 오좀줄기가 저쪽 버드나무까지 안 갔나 꼴등은 자야
니는 와 오좀이 니 신에 다 묻고 사타리사이랑 발�에 다 쏟아삣네
자야니가 꼴등이다 니 오좀줄기는 와 그래 약하노
순아야 니는 자야등에 업히라
자 업고 꽃밭덤벙으로 가는기다 신은 고마 내가 들고 갈께 발도 덥다 바라바라
요바라 땀이 치이서 발에 검은 테가 안 생깃나 어이구 발꼬랑내야
아이구 고무냄시야"
아이들은 논둑길을 지나가다 논으로 지나가는 물재수( 물뱀)를 보고 옴마야 하고 놀라서 도망을 가고
'나 아까 나 궁디가 다리끝에 닿았을때 겁나더라 떨어질까봐서..."
헤야가 궁시렁거렸다
'멋이 겁나노 떨어지모 배치기고 고마 목욕하모 되제 우리 저 디리난간위에서
다이빙 얼마나 마이 해 봤노 그기 머 겁나노"
순아는 확실히 다이빙도 잘했다
"와 꽃밭덤벙도 우리차지다 우리가 일등했다"
아이들은 입은채로 통지표를 냅다 던져 놓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입은채로 물구나무를 서고 치마가 몰려서 뒤집히고 하양고무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자멱질을 해서 물속에서 다른아이 다리사이로 빠져나가고
코로 잡고 누가 물속에서 오래 버티나 시합도하고
하늘엔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몰려 온 구름은 비를 만들어서 이내 쏟을 모습을 하고
꽃밭덤벙 선녀탕은 그 해 여름햇살에 쪼무래기들의 여름이야기를 가득 품어주고
갱변에 사금파리들은 해살에 반짝거리고....
'이야기뱃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창에 빛나는 햇살 (0) | 2007.07.06 |
---|---|
소나기 지나간 자리 (0) | 2007.07.03 |
누렁아, 누렁아... (0) | 2007.06.28 |
6.25가 맺어 준 인연 (0) | 2007.06.25 |
민들레꽃 할머니를 찾아서... (0) | 2007.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