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반가운 손님

이바구아지매 2007. 8. 14. 07:59

 

어제 동서네가 온다고 서너차례 전화가 와서 밤늦도록 집 대청소한다고

아이들과 땀을 흘리며 노력한 결과 집이 대낮처럼 훤해졌다

그러나 웬일인지 밤12시가 되어도 오지 않아 전화 해 보니

사촌동서 하노이신부 쯔엔이랑  저녁을 먹으며 담소하느라고

못오겠다하며 오늘로 약속을 미루는게 아닌가?

 

"청소 괜히 했잖아?"

 

셋째가 투덜거렸다

 

"헐 , 나는 대문앞까지 쓸고 씻고 했는데 좋다가 말았네"

 

넷째녀석이 섭섭해하고

 

"나도 청소했는데, 장난감도 치우고 말도 잘 들었는데..."

 

막내가 오빠 따라서  뭔지도 모르면서 누가 온다면 맨발로 나가서 반가워서

맞아들이는 아이

 

첫째와 둘째는 각각  거실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는 주방을 청소하고 손님이 도착하기전 우리집 풍경은 대단한 회오리

태풍의 모습이다

그 동안 어질러져 있던 모습을  단결해서 땀 흘리며 청소를 하는 것이...

 

다른집들도 이럴까?

 

우리집은 평소에 꼭 돗때기 시장모습이다

자갈치시장의 그 시끄러운 풍경과는 흡사하고...

 

조용한 가족들이 우리집에 오면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서

청소 끝내고 어쨋거나 갈때까지 한마디씩 줄이고 행동도 조금씩

절제하고 가능하면 자기 방에서 조용히 독서를 하던지

공부를 하는 폼을 잡자고  의논이 모아졌다

 

드디어 오늘 낮에 대전의 동서네가 도착했다

어제 부지런히 청소한 덕택으로 시장 봐서 밥을 준비하고

오늘 특별메뉴는그 동안 시동생이 못 먹어 본 젓갈들을  준비했다

전어젓갈, 갈치젓으로 꼬랑내를 풍기는 상을 보고

 

"얼마만이야, 동서 지난 설에 보고?"

"네 형님, 그러네요"

조카 혜민이도 많이 컸고, 더 예뻐지고...

"삼촌 , 요즘도 해외 출장 많이 가요???"

"예 거의 3일에 한번 꼴로..."

"미국으로 가요?"

"인제 지겹습니다"

"밥부터 먹어야지요"

" 와, 꼬랑내 맡으니 고향 온 느낌 확실하네"

"형님, 이건 무슨 젓갈이에요?"

"전어젓갈이야 가을 전어는 깨소금보다 더 고소하다고 하지

가을에 젓갈로 담은 거야 먹어 봐"

"이것만 가지고도 밥 한그릇 뚝딱이지요

우리  거제도 사람은 젓갈 못 먹으면 고향 온 느낌이 안 들어"

"그래요 많이 드세요"

"지은애미야, 혜민이네 갈때 좀 싸 주거라

우리 섭이 억수로 좋아한다 너그 동네는 이런거 없제?

잊어삐지 말고 단디 생각 해 놨다가 쪼깬 싸 주거라

냉장고 한쪽에 넣어 놓고 입맛 없을 때 한 통갈씩 꺼내 묵으모

입맛이 싹 안 도나"

 

밥상머리가  꼬랑하니 아이들이 다 도망을 가고 함께 밥을 안 먹으려하고...

"참 세대차 느끼네 요즘은 어찌된 것이 밥도 한 상에서 못먹어요"


'맞어요 형님 아이들은 된장찌개도 안 좋아하고, 김치도 안 좋아하고..."

"동서는 젓갈 먹을줄 알아?"

"하도 혜민이아빠가 좋아해서 저도 따라 먹게 되어 잘 먹어요

회도 잘 먹고..."

"참 서울내기 동서가 못 먹는 게 없네 거제댁 다 되었네"

 

밥상을 물리고 커피를 마시고, 형님은 회사에 가고 없는 집에서

우리끼리 반년동안 쌓아 두었던 이야기를 몇시간 동안에 풀어 헤쳤다

형제라곤 단 둘 뿐인데, 동서네가 멀리 사니 이웃 사촌보다 못하다

서로에게  반갑지만 손님이다

 

인제 가면 추석 때 보겠네

모르지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 또 못 올지도 모르고

형제라고 해 봐야 둘 뿐이니 이렇게 외롭다

어른이 되어 각자 살게 되면...

 

오랫만에 가족이 11명이 둘러 앉아 보니 어찌그리 복잡해 보이는지

울 어무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신가 보다

그래도 많이 기분 좋으신 모양이다

말 안해도 밥상 준비하고 좋아하는 젓갈 반찬으로 차렸다고

우리 어무이 기분 좋으면 하시는 말

"섭아, 너그 형수가 니 오모 줄끼라꼬 마늘 짱아찌 담아 놓고

젓가리도 안 해 놨나  마이 묵고 열심히 살아라

우짜든지 사이좋게 지내고 내 생전에 자식이 너그 둘인데

의논좋게 살고 알긋제???"

 

복숭아도 큼지막한 것이 단물이 가득해서 맛이 좋았다

동서네가 오면서 준비 해 온 갈비랑 새우, 삼겹살로 냉장고가 넘쳐 났다

다 먹을때까지 동서네를 생각하면서 먹을것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 창떼같은 빗사이로 떠났다

동서네가 떠난 집 우리가족들이 잠시  텅빈듯한 집분위기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꼬랑내도 점점 사라지고...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험학습[01]  (0) 2007.08.17
밤 바 다  (0) 2007.08.16
꿈 꾸는 바다  (0) 2007.08.12
꽃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0) 2007.08.12
나들이  (0) 200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