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밤 바 다

이바구아지매 2007. 8. 16. 09:24

 

갑자기 바다가 생각났다

밤바다, 낮의 바다는 늘 보던 바다요 밤바다는 어둠속에서 신비하고

애써 찾아봐야 눈에 들어오는 오묘한 신비감이 바다에 가득 떠 다니기에...

 

오늘 밤   기어코 특별한 바다이야기를  줍고 말테다

이렇게 다짐을 하고...

 

넷째, 막내랑  남편이 퇴근 후에 상가행이라서  우리끼리 밤바다를 실컷 즐기기에도 얼마나 좋은가  함께 가도 좋지만  따로 가도  늘 본전을 확실하게

건져낸다는  느낌

 

오늘도 마찬가지

 

아들과 딸  손  잡고  가는 곳은 집 주위 바다... 등대불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반짝거리는 능포바다  가끔씩 나가 보는 바다를 다시 가도 설레인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고

"오늘은 바다에서 무얼 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이야기한 뽈찌 고동을 주워보았으면 좋겠어요

빨강등대 옆에 있을 것 같은데 게도 잡고..."

 

"엄마, 나는 거북이 볼래 거북이가 오면 같이 놀래"

 

그런 행운이 올까??? 거북이를 만나는 행운이??? 거것도 바다거북이를???

 

"그럼 거북이 만나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를 해 봐 가나야,"

 

"응 엄마, 거북아, 거북아 나오너라 가나랑 놀자 물속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우짜노  온데 물뿐이라서 재미 없을걸 나랑  놀자

내 선글라스도 씌어 줄게"

 

우리가 도착한 밤 바다는 찰랑이는 물결소리로 가득하고 갱변에도 가득 물이

들어 신작로길에도 게들이 옆으로옆으로 기어가고, 기어오고 밤바다의

풍경 하나를 보여 주었다

 

가로등불이 훤하고 밤 바다에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돌고래 쑈 하듯 풍경 두개를 보여 주었다

 

"엄마, 바다가 참 재미있어 저 봐 물결들이 노래도  하는것 같아 ' 뽀글뽀글 팍팍 척 쏴아아 ' 이렇게  노래하는거 맞지?"

 

우리가나는 세상이 온통 신기한 아이다

오늘은 또  거북이를 꼭 만나겠다고 벼르니  이것 참 걱정이다

거북이가 쉽게 만나고 싶다고 만나지는가?

 

바다냄새가 풍겨나는 밤바다에 귀를 쫑긋 세우고 빨강등대로 가고 있는데

바로 옆 바닷물에 물이랑이 크게 벌어지더니 아니 이게 무엇인가?

 

"엄마, 거북이다 거북이가 나왔어"

 

'와 바다거북이잖아  거북이가 ? 진짜로 나왔네 우리 가나가 보고 싶다고 하니

바다거북이가 소원을 들어 주네"

 

"바다거북아, 안녕  이리 와 나랑 놀자 빨리 와"

 

가나는 소리치고  거북이는 그 소리를 들은 듯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아닌가

두꺼운 갑옷 입고  눈이 초롱초롱 가로등에 빛나고 헤엄도 어찌나 잘 치던지

몸무게가 50kg정도고 길이는 70cm 정도나 되었을까???

 

가까이서 바다거북을 만나다니 바다엔 많이 가 보았지만 이렇게 큰 바다거북은 본 적이 없다 얼마나 놀랐을까? 카메라도 못 가져 왔는데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거북아, 거북아 어디 가 이쪽이야, 이리 와 가나쪽으로"

 

거북이는 알아듣기라도 하듯 눈을 초롱이더니

한 번 불쑥 튀어오르고 다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버렸다

그리곤 다시 나오지 않았다

물이랑은 곳곳에 일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거북이는 나타나지  않고

잠시 얼마나 놀라고 설레었는지...

 

"엄마, 능포바다에도 바다거북이가 사나 봐요 그런데 거북이는 몇살까지 살아요?"

 

아들의 질문

 

"아마 500살정도 살걸? 바다 거북이가 그 정도로 산다고 알고 있는데

거북이가 파충류란 것 알지?" 거북이가  지구상에 존재한 게 약2억3천년정도?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지 범일이가 아는 것만 해도 서너가진 될 것이고

범일아, 너 혹 비키니섬의 거북이란 말 들어 봤니?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해메이는 처지를 말한단다

 

너도 언젠가 한 번 이 말 써 먹어

 

비키니섬은 미국의 핵폭탄 실험 장소로 유명하다 비키니 섬에 투하되었던 핵 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보다 천배 이상 강하다는구나

엄청난 핵폭탄 실험 가운데 이리저리 헤메이기만 하고 방향감각을 잃은 거북이를 보고 실패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 종종 이런 빗댄 말을 쓰기도 하지

 

거북이가 꼭 좋은 뜻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란 걸   기억해 두면 좋겠지?"

 

아들과 딸이 밤 바다에 소리를 지르고 좋아했다

빨강등대가 있는 방파제를 향해 가다가 목이 말라서 전에 보아 두었던

조롱박 모양의 약수터로 가서 약수물을 마시니 어찌나 시원한지

세상의 기쁨을 한자락 얻은 것 처럼 기분이 산뜻해지고

방파제 산발이들이 파도에 부딪쳐서 소리 내는 물결소리도 좋고

바다 건너편 진해에서 빤짝이는 불빛은 별빛처럼 고았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낚시대로  메가리,장어,가자미도 잡아 올리고

이마에 후레시를 달고 낚싯대에도 불빛달고 바다에 밤을 맡끼는 강태공들과

그 부인들 방파제엔 텐트가 줄을 서고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하고

어둠속에서도 아는 사람 인사 건네고

 

"아저씨. 이 낚싯대는 얼마면 살 수 있어요? 한 2만원 해요?"

'그 놈 눈쓸미가 있네 이건 좀 많이 비싼 거고 싼 것은 그 정도면 살 수 있어

아저씨 오늘 많이 잡았다  요 정도면 낼 아침거리까진 되것다"

 

"아저씨, 낚시오면 몇마리 정도 잡으세요?"


 

"매일 다르긴 해도 우리집 매운탕거리는 시장 안 갑니다 이레 맛난 싱싱한걸 두고 시장에 뭐하러 갑니까 저는 회사도 안 가고 맨날 낚시만 해서매운탕만 묵고 삽니다"

 

"아닌것 같은데요 아줌마 화장품도 사줘야하고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래지어 신발 이건 다 누가 사 줘요 낚시만 하면 쌀도 못사겠구만"

 

"그건 마눌이 지 알아서 합니다 도다리 몇마리 줄까요?"

 

'아니에요 매운탕이나 끓여서 한 그릇 가져 오세요

오늘 밤 바다구경하며 먹게요"

 

"하하하 그럽시다 요기 딱 계세요  후딱 댕겨 올게요"

 

아저씨네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고 우리는 빨강등대밑에 앉아서

 

양지암의 등대랑 건너편의흰 등대불을 보면서

퐁퐁 튀어오르는 고기들의 은빛 날개를 보며 박수를 쳐댔다

 

오랫만에 밤 바다 풍경을 보며 가슴속 답답함을 훌훌 털어냈다

이만하면 낼 또 오고 싶은 밤바다  풍경,  내가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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