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어젯밤에 있었던 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7. 8. 23. 07:36

 

짹짹짹 새가 아침 인사를 쏟아 붓는다

 

오늘도 아침이 열렸다 흐리지만 바람이 상큼하니 참 좋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하는 말

 

"아이들  공부하는데 신경 많이 써 공부는 젊어서 해야지

 

나이들어 하면 많이 힘들어 제약도 많고 무슨 일이 있으면 전

 

화하고..."

 

드디어 개학과 함께 부모가 먼저 긴장을 하고 어젯밤엔

 

귀염이의 영어공부를 못 봐 주었다고 아침에 오늘밤 2시간

 

할테니 미리 예습 철저히 시켜 놓으라고 당부하는 말 잊지

 

않고 소담이도 영어공부에 전력을 다하라고 다짐다짐하고

 

갔으니 아침부터 어깨가 좀 무겁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부담주기 싫은데...

 

어젯밤 우리집엔 새벽까지 대청소를 실시했으니 참 난데없

 

는 대청소를 밤중에 한다고???

 

다름이 아니고 아이들이 주방청소를 아주 깨끗하게 대대적

 

으로 청소를 해 준 것이다

 

방학 때 자기들을 위해서 엄마가 고생했다고 나더러 손도

 

까딱 하지 말라며 아빠랑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 하

 

지 않나 학교에서 돌아와서 피곤했을텐데...

 

"엄마,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저희가 주방 청소를 깔끔하

 

게 해 들릴게요 냉장고 청소는 내일하구요"

 

소담이가 벌써 며칠전부터 벼르고 벼르는걸 괜찮다고  했는

 

데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고 우겨서 밀려났다

 

벽돌벽지까지 다시 바르고 소담이의 정리하는 솜씨는 빠르

 

기도 하지만 질서정연하게 아주 잘  정리를 해서 프로주부

 

보다 한 수 위다  나는 어지르면 대충 치우는데 어찌나 반듯

 

하고  깔끔한지  난 엄마지만 늘 미안하다

 

한편으론 기분이  째지고 소독을하고  구석구석까지

 

청소기를 돌리고 씽크대위에 잘 정리하지 않은 채 둔 것들

 

을 다 들어내서 다시 씻고 소독하고  날짜지난 것들은 사정

 

없이 패기처분하고 이럴 때 내가 들어가서  아깝다고 이야

 

 

 

기해봤자 구질구질한 아지매고,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불안

 

 

 

한 엄마로  낙인 찍힐가봐  아까워도 참는다

 

밤9시  갑자기 주방에서 달려나오며 소담이가 외친다

 

"엄마,아빠 지금 불 꺼요 그리고 키스타임하세요

 

알겠죠 이 시간에 키스하세요 아무도 못 봐요 빨리 불 끄고

 

우리는 주방에 있을게요 오늘 밤 9시는 키스타임이래요"

 

"참  웃기네 그라모 이리와바라 쑥쓰럽지만 한 번 해 보자"

 

"아빠, 엄마랑 키스하면 얼마나 오래해요?"

 

하고 범일이가  궁금해 하고

 

'하면 밤새도록 해야지 그냥 키스하면서 잠들면 아침까지지"

 

"와 냄새 많이 나겠네"

 

"아니지 그런 냄새는 향기라고나 할까?"

 

"입냄새지 무슨 향기?"

 

"참 아빠 솔향기를 좀 뿌려 드릴까요?

 

"됐다 그냥이 더 좋다"

 

'웃기네 공식적으로 키스타임을 다 만들어주고 정말 우리나

 

라 좋은나라야 그지 당신  그리 생각 안 해 깨금이는 나 보

 

 고   오늘 밤 9시에 뭐 할거냐고  쪽지를 보내고

 

깨금이는 밤에 별을 켜고 자기 아내랑  꼬옥 껴 안고 별을 셀

 

거래 그래서 나는 그랬지 5분간 뽀뽀할거라고..."

 

"잘한다 내가 너그들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스무살인지

 

서른살인지 분간이 안 된다 꼭 그런 것도 이야길하나"

 

'동창들이 카페 만들어줘 놓으니 쓸데없는 꽁깐다고

 

날마다 별을 센다느니 별을 켠다느니 참 웃기는 시인들이셔"

 

어쨋거나 이렇게 전국적으로 키스타임을 만들어서 여름밤

 

을 멋지게 맨들어주는 것 나쁘진 않다

 

이리 좋은 세상에 살면서 아직도 꿈을 이야기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씹기도 하는 건 분명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낭만아닌가

 

ㅋㅋ 내 스무살에서 몇년동안 밤데이트에 정전이 될 때가

 

있었지  그러면 키스타임이라고 하면서 DJ가 분위기를

 

뛰웠지

 

"자자 키스타임입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이 시간을 충분

 

하게 활용하십시오 이 시간은 자주 있는 게 아닙니다

 

아니 벌써 '쪽쪽 소리가 나네"

 

하면 어느새 불이 들어오고 실제로 그 시간에 키스를 하고

 

진행중인 몇몇도 있었다

 

오늘밤도 참 분위기 좋은 밤이다

 

소나기가 퍼부어서 별을 켜진 못했지만  얼마나  오랫만의

 

황홀한 분위긴가 아이들이 맞장구쳐주고 깨금이가 독촉을

 

하고 ㅎㅎ 덕분에 우리는 알콩달콩 다시 스무살로 돌아가는

 

폼을 잡고, 그까짓 영어공부 땡땡이치고, 주방청소 아이들이

 

새벽까지 해 주고 나 날마다 오늘같으면 행복에 빠져서 허

 

우적거릴지도 몰라 그런 밤이 후딱 지났네

 

자고 일어나니 우리가 한 일들은 '한 여름 밤의 꿈' 이었다

 

주방이 반질반질,  바람이 한들한들,  왜 어젯밤 기분이

 

오늘까지 취하게 하지???

 

너무도 좋아서 행복일기 한 토막 써 봤어요

 

혹 어젯밤 키스타임에 참가들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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