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범일이네 집인가요?"
"그런데요?"
"범일이 담임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범일엄마입니다 별일 없으신지요?"
'범일이가 아직 학교에 안 와서요?"
"아니 오늘이 놀토아닌가요? 우리 범일이 지금 자고 있는데요? 어쩌지요?"
"그럼 깨워서 학교에 보내 주세요 혹시 학교에 오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범일이가 안 오니 친구들도 많이 기다리고..."
"아 그랬군요 미안해요 오늘이 놀토인줄 알고 깨우지도 않았는데 곧 깨워서 학교에 보낼게요"
이것은 그냥 선생님께 한 변명이다 내가 거짓말을 조금 보탠 것이다 거짓말이 좋지 못하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궁색한 변명을 들이댔다
놀토라고 잘못알았다는 억지같은 변명에 선생님이 어찌 생각하셨을까?
일부러 깨우지 않은 것은 스스로 일어나라는 이유에서였다
날마다 아침에 깨워서 학교에 보내야 하나?
방학동안 늘어지게 아침잠을 즐기던 그 습관을 고치기 위해
아침에 깨우지 않겠다고 어젯밤에 당부를 하고 아침에 지켜 보고 있는데, 선생님의 전화가 오리라 생각도 못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아이들이 학원에 안 오면 학원에서는 전화를 꼭 하지만
학교에서 수업 시작전에 전화 하는 이 좋은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학교도, 선생님도 예전 같지 않게
이만저만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지... 아침에 사실 무척 감동했다
"범일아, 선생님께서 전화하셨다 엄마가 안 깨운다고 말했지 엄마가 오늘 아침에 두가지로 약속을 어겼네
어서 씻고 학교에 가 그리고 월요일부터 지각하든지
말든지 안 깨울거야 스스로 일어나 알겠지
머릿속에 시계를 그려 언제까지나 아침에 깨울거야
만약 월욜 아침에도 선생님께서 전화하도록 잠자면
그 때는 사실대로 말씀드릴거야 알았지?"
"네"
부랴부랴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에다 아침밥도 굶은채
학교로 달려 간 아들녀석 참 어이없다
방학 땐 알아서 잘도 일어나더니
진작 개학을 하니 뭐가 힘들다고 아침에도 못 일어날꼬
아침마다 이방저방 돌아댕기며 5분씩 거짓말을 하며 깨우는데도 진력이 난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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