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귀여운 동서

이바구아지매 2007. 9. 7. 13:15

 

여러 날 만에 가나를 데리고 송정집에 갔다

가는 길에 길 풀섶에서 여치도 보고 노랑나비며 빨간 고추잠자리도

빙글빙글 돌며 들판을 춤판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며

사진속에 담는 것도 잊지 않고?

어 그런데 셔터를 세번째 누르니  말을 안 듣는다

건전지 밧데리가 떨어졌나???

 

 

어쩌나 오늘은 귀여운 동서(하노이 신부) 징티류엔을 꼭 사진 찍어 주려 했는데...

 

가나와 나의 잔망을 먼 발치에서 미리 본 어머니와 동서가  내리 달려  왔다

 

"형님이야, 인사 해"

하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니

 

"혀님, 아녀하세요? 방가워요? 조카조카 아녕?"

 

"응 안녕 동서도 잘 있었어? 아니 류엔? 잘 있었어?"

 

"네네네 잘 있었어요 "

 

하고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우리사촌 동서는 참 발랄한 하노이 신부다 귀엽고 ,

착하고, 똑똑하고...

 

우리어머니랑 작은어머니네는 거의 한집처럼 붙어 산다

 그러니 사촌시동생이 조선소에 출근하고 집에 남는 가족은

어머니랑 류엔뿐이라 둘이서 서로 친하게 지낸다

 

오늘은 어머니 등물도 쳐 주었다 한다

 

"인자 류엔이 내 등을 밀어주니 지은에미가 안 밀어 줘도 되것다

류엔이 어찌나 시원하게 밀어주는지 시원하다

둘이 오랫만에 만났으니 네가 류엔한테 공부도 좀 봐 주거라

그라고 이야기하고 놀거라 여게 고메도 삶아놨다 묵고 알긋제"

 

하고 어머니는 밭으로 호박 따러 가시고 나는 가나랑 함께 새 신부

류엔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류엔이 하던 한글공부 교본을 꺼내서 베트남 말과 한 번 맞추어 보고 몇 가지를 물어 보았다

 

오랫만에 만나서 내가 사진을 찍어주려 하자 이쁘게 찍어 달란 표정으로 스마일을 하고 나는 셔터를 눌렀다

 

아니 안 찍혀 또 불발 저번에 류엔이 처음 왔을 때도 사진을 찍으니 불발이더니 이 놈의 건전지... 또 말썽

 

"류엔 미안 미안 담엔  예쁘게 찍어줄게"

"큰 혀님 괜찮아요"

'아니 동서 언제 그런말까지 배웠어?"

 

"공부하고 또 하고 음음"

 

더 이상 말 안해도 알 수 있다 의사를 통하려고 부지런히 공부한다는 뜻 아무리 보아도 귀엽단 말이야

난 여동생도 없는데 잘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낮선 이역만리 이국땅에 22살 어린 류엔이 홀로 떠나 와 있으니

부모님이며 동생들이 얼마나 보고 싶어 할까?

 

"류엔  고향 부모님 보고 싶지? "

하고 사진을 보며 이야기 하자

금방 울려고 눈물이 그렁그렁거렸다

"오빠가 잘 해 주라고 형님이 다짐해 놓을게 울지마"

"오빠 보고 싶어요 온 종일..."

"몇 시에 출근 해 ?"

"새벽에요"

 

온 종일 얼마나 보고플까?"

"오빠 폰 번호 줘봐 내가 전화 해 볼게"

류엔은 참 똑똑한 동서다 비록 의사가 100% 통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시동생은 참 야무진 아가씨랑 결혼 한 것이 분명하다

"류엔, 이번 일요일에 내가 '지심도'란 섬에  구경 시켜 줄게

알았지 ? 예쁘게 하고  기다려?"

하고 단어 몇 마디와 손짓 몸짓으로 우리의 의사소통을 했다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동서란 생각보다 여동생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삼촌 장가 잘 갔단 말이야"

하니 우리 숙모님 왈

"참내 우리 욱이는 인물이 얼마나 좋은데 날씬하제 마음씨 좋제"

"숙모, 또 아들편 든다 요즘은 아들보다 며느리하고 사이가 좋아야지 숙모, 류엔한테 딸처럼 대해 주세요 그먼 나라에서 누구 보고 왔겠어요 잘 해 주세요"

 

"우찌 해야 잘하는긴지 모리것다 선이도 잘하라는 소리가 떴고

애기니도 신신 당부항께 나가 도로 시집 살것다"

 

류엔이 처음 오는 날 신신당부를 했더니 요즘은 두 어머니

큰어머니,작은어머니가 동서칭찬에 열을 올린다

 

내가 집을 나서자 짐을 들고 따라 나선다

'혀님 가세요 바이바이 또 보고 싶어요"

호박 한덩이를 차에 태워 주며

"조카 바이바이"

 

차 문을 닫고 차창밖으로 손 흔들어 주고 큰길로 차를 올렷다

온 종일 집에서 혼자 있을 류엔한테 무료함을 잊을  좋은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할텐데...

 

우선 몇 군데 함께 구경 다니는 걸로 계획을 잡아 보아야겠다

오늘은 기분이 참 좋다

귀여운 동서랑 노닥 거리며 보낸 시간도 좋고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이랑  동생들이 많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컴퓨터를 배워주면 어떨까?컴퓨터로   소식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 삼촌과 숙모랑 의논 해 볼 일이다

 

사진찍기며 운전도  배우게 해 주면 좋을 것 같고...

차차 생각 해 보기로 하고 돌아와서 류엔이 준 사진 몇 장을 정리해서 앨범에 끼워 넣었다

 

상큼한 류엔의 모습을  가족 앨범속에 끼우니 사진속의

그녀도 좋다고 방긋 웃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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