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오늘같이 좋은 날...

이바구아지매 2007. 9. 22. 10:05

 

버스를 탔다

 

7627번 기사님 혹 가수출신인가?

 

"꿈은 하늘에서 잠 자고 우린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그리운 친구여?"

"허허 기사양반 노래도 잘 하네 아침에 기사양반 노래 들으니

기분이 참 좋구먼"

 

하고 옆 의자에 앉은 베레모 쓴 할아버지의 칭찬에 신이 난

기사가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보고 싶지, 아마 나는 어린가봐 엄마야~"

 

"고추잠자리, 음음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잘 한다 잘 해 고마 우리 이 버스 달리는 노래방 만들모 우떻것소?

내 여태 살아봤지만 오늘 아침멩쿠로 이레 신나는 차 첨 타 본기라

야 기사양반 이 차 '달리는 노래방' 맞지요?"

 

기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하고 더 신나게 조용필의 메들리를 엮었다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기사의 목소리는 조용필보다 한 옥타브 위로 올라가고

"우리 기사님요 노래 같이 부릅시더"

"야 그랍시더 참 좋고마는  자자 박수도 치고 같이 불러 보는기라"

할머니들이 고마 신이 나서 덩실덩실 어깨 춤을 추며 노랠 따라 불렀다

 

이른시간이라 학생들도 탄 차에 졸던 학생들이 눈을 번쩍 떠서

이 기막힌 달리는 노래방의 열기와 신바람에 머쓱해 하더니

이내 함께 노래에 장단을 맞추고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 메여 불러 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앵콜, 앵콜,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다 "

 

장승포에서 달리는 버스는 고마 달리는 노래방으로

7627번 기사님은 조용필의 노래로  노래로 어디에 출전이라도 할 모양

"엄마 아저씨가 노래 마이 잘 하제   박수 쳐 주야 되제

엄마도 노래 불러바라 엄마가 저 아저씨보다 노래 더 잘하잖아

빨리' 도라에몽 '노래  "

 

"안 돼 엄마는 노래 못해 그러고 도라에몽 노랜 이 차 분위기에

안 맞아 아무도 몰라서 따라 부를 수도 없단다"

 

"참 내 함 불러 보세요 아들이 엄마 노래 잘한다고 하는데~"

하고 맞장구 치는 핸섬한 아저씨

'어데예 못 해요 아가 무슨 그냥 에니메이션 주제가를 따라 불렀더니 그라는거라예"

'불러보라쿨때 좀 불러바라 나사마 남행열차가 마 좋더라 그거

함 불러바라 새댁"

엥, 새댁? 히야 우째 알았지 내가 새댁이란 걸 ㅎㅎ 기분은 좋다

착각이거나 말거나

 

"참 저번에 한 번 뵌 적 있지요 저 밭에 배추130포기 심은 사람..."

'네 안녕하세요 아침에 왜 버스를 ..."

 

"그리 되었어요  아이가 저랑 비슷한거 보니 나이가 서른중반?

저는 올해 마흔한살입니다

결혼이 늦어서..."

 

"아니예요 전 대학졸업반이 있어요 제가 한 참 윌텐데,,, 내 나이가 들통나네"

 

"그런데 그렇게 젊어보이세요?"

 

"아닌데 아이가 있으니 그리 착각을 하신거지요"

 

이렇거나 저렇거나 기분은 조오타

"새댁 뭐하노 남행열차가 어데로 가고 있노?"

"그래 부리라쿨때 한 곡 빼라 이랄때 부리지 언제 불러 보것노?"

 

'예 불러 보이소 개안심더 이 차는 고마 오늘 달리는 노래방이라예"

기사님도 동조를 에고 음치가 빠져 나가는 길은 바로 이것

"기사님 조조 앞에 내립니다 우짜꼬예  빽'

하고 벨을 누르고...

"햐 빠져나가는 법도 가지가지네 그라모 잘 가입시더"

 

기사님이 아쉬운듯 차를 세워 주었다

오늘 아침엔 기분이 왜 이리 좋은지

 

가끔, 그래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기라...

이 젊은 새댁 어찌이리 기분이 째지노  늦둥이 가나덕에...

 

 

 

 *** 7627번 버스 기사님 노래 참 잘 들었습니다

요즘 시내버스 타 보면 기사님들이 일일히 "안녕하세요 , 안녕히 가세요 "

하며 인사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기사님들이 나름대로 운행하는데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하시는 태도가 참 보기 좋습니다

기사분들 시민의 발인 그대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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