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탔다
7627번 기사님 혹 가수출신인가?
"꿈은 하늘에서 잠 자고 우린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그리운 친구여?"
"허허 기사양반 노래도 잘 하네 아침에 기사양반 노래 들으니
기분이 참 좋구먼"
하고 옆 의자에 앉은 베레모 쓴 할아버지의 칭찬에 신이 난
기사가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보고 싶지, 아마 나는 어린가봐 엄마야~"
"고추잠자리, 음음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잘 한다 잘 해 고마 우리 이 버스 달리는 노래방 만들모 우떻것소?
내 여태 살아봤지만 오늘 아침멩쿠로 이레 신나는 차 첨 타 본기라
야 기사양반 이 차 '달리는 노래방' 맞지요?"
기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하고 더 신나게 조용필의 메들리를 엮었다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기사의 목소리는 조용필보다 한 옥타브 위로 올라가고
"우리 기사님요 노래 같이 부릅시더"
"야 그랍시더 참 좋고마는 자자 박수도 치고 같이 불러 보는기라"
할머니들이 고마 신이 나서 덩실덩실 어깨 춤을 추며 노랠 따라 불렀다
이른시간이라 학생들도 탄 차에 졸던 학생들이 눈을 번쩍 떠서
이 기막힌 달리는 노래방의 열기와 신바람에 머쓱해 하더니
이내 함께 노래에 장단을 맞추고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 메여 불러 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앵콜, 앵콜,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다 "
장승포에서 달리는 버스는 고마 달리는 노래방으로
7627번 기사님은 조용필의 노래로 노래로 어디에 출전이라도 할 모양
"엄마 아저씨가 노래 마이 잘 하제 박수 쳐 주야 되제
엄마도 노래 불러바라 엄마가 저 아저씨보다 노래 더 잘하잖아
빨리' 도라에몽 '노래 "
"안 돼 엄마는 노래 못해 그러고 도라에몽 노랜 이 차 분위기에
안 맞아 아무도 몰라서 따라 부를 수도 없단다"
"참 내 함 불러 보세요 아들이 엄마 노래 잘한다고 하는데~"
하고 맞장구 치는 핸섬한 아저씨
'어데예 못 해요 아가 무슨 그냥 에니메이션 주제가를 따라 불렀더니 그라는거라예"
'불러보라쿨때 좀 불러바라 나사마 남행열차가 마 좋더라 그거
함 불러바라 새댁"
엥, 새댁? 히야 우째 알았지 내가 새댁이란 걸 ㅎㅎ 기분은 좋다
착각이거나 말거나
"참 저번에 한 번 뵌 적 있지요 저 밭에 배추130포기 심은 사람..."
'네 안녕하세요 아침에 왜 버스를 ..."
"그리 되었어요 아이가 저랑 비슷한거 보니 나이가 서른중반?
저는 올해 마흔한살입니다
결혼이 늦어서..."
"아니예요 전 대학졸업반이 있어요 제가 한 참 윌텐데,,, 내 나이가 들통나네"
"그런데 그렇게 젊어보이세요?"
"아닌데 아이가 있으니 그리 착각을 하신거지요"
이렇거나 저렇거나 기분은 조오타
"새댁 뭐하노 남행열차가 어데로 가고 있노?"
"그래 부리라쿨때 한 곡 빼라 이랄때 부리지 언제 불러 보것노?"
'예 불러 보이소 개안심더 이 차는 고마 오늘 달리는 노래방이라예"
기사님도 동조를 에고 음치가 빠져 나가는 길은 바로 이것
"기사님 조조 앞에 내립니다 우짜꼬예 빽'
하고 벨을 누르고...
"햐 빠져나가는 법도 가지가지네 그라모 잘 가입시더"
기사님이 아쉬운듯 차를 세워 주었다
오늘 아침엔 기분이 왜 이리 좋은지
가끔, 그래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기라...
이 젊은 새댁 어찌이리 기분이 째지노 늦둥이 가나덕에...
*** 7627번 버스 기사님 노래 참 잘 들었습니다
요즘 시내버스 타 보면 기사님들이 일일히 "안녕하세요 , 안녕히 가세요 "
하며 인사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기사님들이 나름대로 운행하는데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하시는 태도가 참 보기 좋습니다
기사분들 시민의 발인 그대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의 바다 (0) | 2007.09.24 |
---|---|
전 원 일 기 (0) | 2007.09.22 |
가 을 전 어... (0) | 2007.09.21 |
가 을 소 풍 (0) | 2007.09.19 |
어 깨 동 무 (0) | 200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