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9월의 끝자락...가을을 엮다

이바구아지매 2007. 9. 30. 08:33

 

 

 

 

 

 

 

 수탉 벼슬이 멋지다

 스무마리중 유일하게 살아 남은 수탉이라며

숙모님은  사랑스럽단다 새벽엔 시계를 대신해서 깨워도 주고

 수탉

 낫갈기

 경운기... 뒷켠에 낫을 갈고 있다

 농약칠때 사용하는 호스

 배추모종

 배추벌레 잡기

 

 올망졸망 오래감 식구들 ...얼마 후면 광속으로 들어가 겨울의 간식거리가 될 것

 

 

 이끼 가득 한 돌담길

 밭으로 가는 작은 길

 이 콩 이름이 양대?

 

 

 

 나락껍질을 불태운다...왜 그러는지는 모르겠고

 

 

 

 

 

 

 

 

 

 

 9월이 끝자락을 보입니다

나에게서 이번 9월은 정신없이 바쁩입니다

들판에도,산자락에도 온통 때깔고운 먹거리들로 그냥 바라만

보아도 미소 가득한 풍경

 

이제 저 풍경들이 점차 사라질테고 먹거리들은 고방이나 창고로

들어가서 겨울의 간식으로 혹은 주식으로 쓰일것입니다

 

들판의 고운꽃들과 잎새들은 낙엽으로 날아가기도 할테고

땅은 다 주고 제 살을 푸석푸석하게  스스로 버림받고도

인내할 것입니다

 

누구말대로 제가 5학년이 되기전에 더 많은 것들을 경험 해

보고 가을풍경 고이고이 남겨 보려고 날마다 쫓아 다닙니다

 

오랫만에 6촌 아지매네에 들러서 수탉의 모습을 발견하고

무지 반가워서 몇 장 찍고 토란대며 그 집 시동생이 갈던 수털(낫을 감) 것도 보고 복순이(흰 개) 도 찍으려니 숨어버리더군요

 

어제 정말로 바빴습니다

비가 오려는 밭에서 끝은 보이지만 엄두가 안 나서 들깨를 베느라 무지 힘들었고 하늘엔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것만 같았던

아슬아슬한 풍경속에서도 잘 판단하여 들깨 를 한단만 베었는데

들깨향이 바람에 코를 스치는 향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들깨단을 베어서 천막에 잘 싸서 이고 가다가 업고 가다가 먼 길

걸어 가려니 꼭 사막길을 끝없이 걷는 기분이랄까?(가 보진 못했지만)...

가나는 걸어서 가느라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고

"깻단은 가나보다 더 어려 키만 컸지 걷지를 못해

엄마가 업어 주지 않으면 집에 갈 수가 없단다 가나도 이 깻단

업어 주면 좋을텐데... 가나는 지금 혼자서도 걸어 갈 수 있는

다리가 있어 얼마나 다행하니 이 깻단은 스스로 걷지 못해서

얼마나 슬프겠니?"

 

"응 그럼 나 걸어 갈게 가나는 다리가 두개나 있잖아

힘들어도 참을께"

 

이렇게 가나에게 자리를 빼앗은 들깨단은 내 온 몸을 들깨향으로 물들여 주고

 

집에 막 도착하자 비가 후두룩후두룩 뿌려서 소나기마저도

일못하는 우리모녀의 모습을 어여삐 보아 준 듯 무지 고마웠습니다 비가 후두룩 짝짝 쏟아지니 마루위의 들깨단에서 풍기는

들깨의 고소함에 취해  스르르 졸리웠습니다

 

초저녁에  아궁이에 불 때어서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녁도 굶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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