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달 빛 아 래 서

이바구아지매 2007. 10. 3. 13:00

 참다참다  못 참고 일어나 앉았다

오줌이란 건 꼭 단잠자는 밤중에 이렇게 불러 일으켜 앉힌다

기저귀를 차고 잘 수도 없고...

 

창호지 문살에 달물이 젖어들고

창호지 문구멍사이로,문틈사이로 달빛이랑 들깨향이

 싸아하니 밀려드니 코끝이 상큼하고...

 

참을때까지 참은 오줌은 더 이상 버틸 여력없어 문 고리 잡고

억지로 일어서서 문을 밀쳤다

문이 단 번에 시원하게 안 열리고 문 뒤에서 누군가 밀고 있는 듯

 

아~참 내가 한 일을 내가 잊은 것이...

들깻단을 행여나 비라도 올세라  청마루에 올려 놓은 것에 문이 받쳐서 열리지 않는다

 

이런 제기랄 ... 저리 달빛이 고고한데 비가 오려고?  너무

일을 지나치게 잘하려는 것도 문제지

때론 멍청하기도 하고 때론 느리기도 해야지 지나친 단도리에...

 

오줌보가 아린다

에라 모르겠다 발로 깻단을 턱턱 쳐 밀어내버리고

천막에 받쳐 논 깻단이 축담으로 굴러 떨어져 버리고

깨알들이 나 딩굴고  축담으로 떨어져내린 깨알들은 또 내 발밑에

콕콕 박히듯 밟히고 ...

 

살짝 이불속에 가나를 묻어 재워 놓고 장독대를 지나

수돗가에 얼른 앉아 오줌을 누고  ...사르르 소리를 내는

오줌줄기가 달빛에 젖어들다 하수도로 흘러가 버리고

얼마나 시원한지  눈물이 다 쏘옥 빠졌다

 

"ㅎㅎㅎ 시원하세요 어찌그리 시원하게 오줌을 잘 누세요"

"누구세요?"

"저 달낭자라구요"

"어 참 쑥스러워여"

"많이 피곤했나 보군요"

 

추석이 지난지 사흘째? 삼경에 달빛아래 선 여인이

오줌을 누고 나니 달낭자가 반갑다고 새벽1시까진 언덕위의

측백나무 숲에 있을거라며 함께 놀자 한다

 

"나도 이미 잠 깨워서 별 할일도 없는데  잘 되었네요"

"ㅋㅋ 잘들 노시네 나도 지금 한가한데... 나는

지나가던 소슬바람이오"

"어찌그리 이 야심한 시간에 여길 지나가오?"

"달낭자가 가는 곳에 제가 없으면 무슨 재미? 해서 친구하러 왔소"

 

밤에도 이렇게 하나,둘 밤마슬을 다니는 손님들이 있구나

 

"안녕하세요  무슨 재미난 일이 있어요 저는 북두칠성가족의

막내라구요"

 

"ㅎㅎㅎ 다들 모이는구나 난 들깨향, 나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좀 듣고 싶어요 난 우리아씨가 어제 건너 밭고랑에서  이곳 청마루에 데려 다 주었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어이, 이 무슨 소란들이야 너희들이 말을 하다니 말은 인간들만

하는건데..."

"아이고 아씨, 모르시는 말씀  우린 인간들의 말을 다 알아 듣는다구요 그런데 그 효험이 이런 달밤에나 가능해요 "

"넌  시누대 아니가?"

"그래요 제가 사각사각 거리면 사람들은 참 무섭다고 그래요

귀신이 붙었다고 하기도 하고 터가 쎄다고도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알고 보면 인간들은 저네들이 만물의 영장이라 하면서도 이런 밤이면 헛것을 보고  착각을 하고 그러지요"

 

"난 방에 가야 돼 우리가나가 울 수 있어    너희끼리 놀다 가거라"

"잠깐만요, 저도 좀 놀고 싶어요"

'넌 누구냐?"

"난 허수아비랍니다 저 할 말이 있어요 왜 이집 할머닌 제

머릴 안 만들어 주어요? 세상에 제 머리가 없으니

참새가 절 놀린다구요 "

"ㅎㅎㅎ 머리도 없는 허수아비가 무슨 허수아비냐

개수아비지"

 

"이러면서 절 놀린다구요"

"그래 그건 좀 잘못 되었더구나 근데 할머니들이

어째 얼굴그리고 파마머리하고 이쁜 모자 씌우고가 잘 되냐?"

허수아비야, 넌 지금 착각을 심히 하는구나 넌 사람이 아니야

그냥 해 주는대로 있어야지 할머니께 불만이야기 하면

내년엔 아예 널 만들지도 않아"

"그럼 참새는 누가 쫓구요?"

 

"걱정마 시커먼 검은 비닐이 있어 바람에 펄럭이면 참새가 도망가던데..."

 

"다들 모였구나 이젠 그딴 하소연은 하지 말고 우리 놀아 보자구"

"그래 달낭자님 무얼 하고 놀라요?"

"숨바꼭질 하고 놀면 어때요"

북두칠성의 막내가 놀아보자고 보채고...

 

 

 

"엄마엄마 ~~엄마엄마"

"아이구 자연들아 , 내 그만 가 봐야겠다 우리 아기가 깨어서 엄말 찾는다 퍼뜩 가 볼란다 담에 또 이런 밤이 오면 함께 놀아 보자고

간다?"

"잘가세요? 담달 보름날에 다시 만날까요?"

"그러세 달낭자님 ?"

 

후다닥 달려 와서 축담에 끌고 간 흰고무신 희딱 벗어 팽개치고

들깻단을 주섬주섬 밟고 창호문을 들커덕  열어제꼈다

 

"가나야, 엄마가 하마트면 옷에 오줌 쌀 뻔  했다

달님이 깨워주어서 옷에 쉬야를 안 했어"

 

"엄마 엄마 나도 쉬할래 그럼 달님이 나도 깨워준거야?"

"그럼 밤에는 달님이 깨워 주어서 일어 날 수 있는거야"

 

가나도 오줌 한 번 누고 다시 잠이 들고

엄마도 다시 누웠다

 

문틈으로 달이  빼꼼 들여다 보며 모녀의 잠자는 모습을 달빛으로 감싸 주었다.

 

 

 

07년 9월28일  휘영청 달 밝은 밤 지나간 일기 한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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