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이야기

비행기를 타고

이바구아지매 2007. 10. 31. 21:41

내가 앉은 오른쪽 창가 출입구에서 두번째칸 창밖으로 육십령고개가 지나고 시계를 보니10;38분 이쯤에 오면 이정표에 나타나는 정다운  마을이름과 바깥풍경에 재미가 쏠쏠함을 느끼는

곳 장계를 지나 포도밭과 노란 가을 들꽃들이 부는 바람에

꽃다지 춤을 추워 장관이었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된 단풍구경은 끝내 못했다 비가 많았던  여름날씨 때문에 가을 풍경이 영 별로였다

 

이름 예쁜 오두리터널은 10:49분에 지났다

고구마를 캐는 아낙네들의 호미끝이 바지런히 왔다갔다 하고...

 

가옥터널 ? 이름도 참 특별하다 누가 지었을까?

터널을 지나니 푸른산, 파란 하늘 ,흰구름이 무지 좋았다

 잔잔한 금강의 물은 흐르지 않고  서 있는 듯 하고

 

 서수남,하청일이 부른 팔도유람인가 하는 노랫말이 지금에 꼭 맞아드는 느낌...그래서 노래가 되는구나

 볼 것 많고 품을 것이 많아서 언제 캐나다로 가나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집에 빨리 안 가고 길바닥에서 노닥거리던 어린시절처럼...

 

금산엔 인삼랜드가 있었고 밭에서 삼륜차 같은것에 무엇인가를 담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였고 

모두가 잠든 시각 ,깨어 있는 사람은 기사님과 나?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 어느순간 길이 뚝 끈어지고, 그 끝에  낭떠러지라도 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많이 했던 어린시절...

 

유관순타운 휴게소, 신도식당에서 조기매운탕을 얼큰하게 먹고 처음으로 화장실에 갔다

 

오줌누고 난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화장실이 좀 지저분하면

어떠리 그깟것들은 이제 중요하지도 않다(화장실 정말 지저분했다 휴지통이 흘러 넘치고 휴지엔 ㄸ ㅗ ㅇ 도 어우러져

무지 복잡한 상황) 그래도 난 충분히 용서를 할 수 있었다

그것들이 내가 가는 캐나다행을 막진 않았으니...

 

12시31분 거울보고 화장 고치고 커피 한 잔 하고

이 시간에 나댕기는 사람들은 다 우리처럼 어디론가

여행가는 사람들? 많기도 하다 대부분 50대중반에서 60~70대가 많고 관광버스를 이용하니 목적지만 다르고 왁자지껄한 휴게소 풍경 ...

 

"자 출발하겠습니다 이불 덮으시고..."

구레나루 심지의 기사님은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 하신 것이다

조금이라도 웃어보라고

"다 들 가을 추수 잘 했어요?"

"네"

누군가 밥 많이 먹었냐를 이런식으로 표현하고

대답도 야무지니 ㅎㅎ 즐거운 여행길이 분명했다

 

 

차는 미끄러져 휴게소를 빠져 나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데 한 참을 달리다가 옆에 나란히 가는 경기고속 70너6047을 쳐다 보니

광고판의 특별한 글귀

 

"내 가슴엔 사자가 산다"

 

무슨 큰 뜻을 품으라는 소린지???

 

길가 고추밭엔 아직도 빨간고추가 주렁주렁하고

얼마전에  사진속에 담았던 피마자가 바람에 무리지어 춤추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이미 사라진 식물인줄 알았는데...

 

큰나무위에 까치집도 보고 인천문학경기장, 연안부두,인천항,일산,판교,분기점을 지나 넓은 갯벌의 장관을 보고

몇년전에 저 갯벌속에서 조개 파는 연기를 한 적이 있어

피식 웃음 났다(다영엄마역)ㅋㅋ 나 영화도 찍어 봤네요.

 

스르르 미끄러져 차가 주차한곳' 인천공항'

 

차에서 내리자 우리를 마중나온 세중TOUR의 가이드 '허은숙씨(아가씨)가 아주 날씬한 몸매와 예쁜 모습으로 우릴 반겨 주었다 동그란 눈 하얀피부 (단 번에 최지우를 닮았다는 내 생각)

은숙씨는 가이드의 유창한 말씨로 인사를 하는데

 

"신이 내린 직장에 다니시는 삼성중공업 ~~"

인사는 첨 만나는 사람처럼 했지만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와 남편뿐 , 툭하면 유럽여행에다

동남아여행 ,미주여행 이러다 보니 여행의 설레임이

하나도 없는 베테랑부부들이 은숙씨랑은 벌써 친해져서

스스럼도 없고  

 

우리가 탄 기행기표는 오후5시55분 발 벤쿠버행 소요시간

10시간40분

"우아 꿈에도 타 본 적이 없는 비행기를 10시간이나 탄다구 내가?"

"사천비행장에서 김해,인천 가는 비행기 타기 연습은 하고 왔능가? 숙제 잘 했능가?"

 

"아니 그 숙제 안 해도 자신 있쪄 설마하니 첨 탄다고

날 어찌할라고? 그래봐야 다같이 당하지 ㅎㅎ

내가 무얼 못하나 글 써 놓은 것 보고 함 되지..."

 

"참말로 야무지네 겁도 없어야, 벵기 안에는 한글 없당게

AIR CANADA라고  벌써 한글이 항개도 없어브러 암"

 

ㅎㅎ 웃기고 있네 남자들은 다 그냥  적당한 유머를 가진 성격 여자들중 엔 재자씨랑 짬짬히 귀여운 애교와 예쁜 말씨로 웃음을 만드는 고향이 충북 음성이라 했는지?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동향이라면서   어깨가 으슥해지던

왕배씨의 부인 경란씨

 

이젠 어느정도 성격 파악도 했고 무리지어 남은 시간에 면세점에 가서 루즈 몇개를 사고  참 대단한 일 하나 또 했네

당당하게  마일리지 적립하러 갔다는거

이번 노선만 갔다 오면 마일리지가 쌓여 제주도행 비행기가 공짜라네 한 번 길 내니 비행기 탈 일 많이 생긴다

 

볼 일 다 보고 공항로비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려니 몸이 건질건질 해서 마구 돌아댕기며 디카에 담고

면세점 입구에  붙어 있던 배용준,최지우 사진도 찍고

외국승무원도 많이 봤는데 남편이 초상권침해라며

못 찍게  해서 속도 상해  자주 티격격태격했다

그렇게해서 삐지면 따로 앉고 삐죽거리다가 화해하고...

 

드뎌 안내방송으로 우리가 탈  비행기를 향해 갔다

"햐 넓고 넓다 공항이 이렇게 넓구나 무지넓어요"

"인천공항이 세계 10대 공항에 들어요 게다가 서비스부분1위구요"

은숙씨의 설명

 

"비행기 함 탈 절차 복잡도 하여라 "

남편이 아끼던 멕가이버칼도 내어 던지고 1인당5병씩의 액체만 가져 갈 수 있다 했는데 나는7개씩 넣었으니 물론 가방속은 내가 다 챙겨 넣고 남편한텐 손도 못대게 했다 헝큰다고...초보는 바보같애 나중에 알고 보니 수화물 가방엔 다 넣어도 상관없던 맥가이버칼 ...아까워라

 

공항의 시커먼 개는 눈빛이 꼭 경찰을 닮아가지고

내 곁에 오자 나는 그냥 물려 죽을 것 같아서

"호랑이굴에 물려 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구

그래 나도 눈을 부릅뜨야지  야 덤벼 ,너 아이큐 몇이야

고작 개 주제에 썩은 냄새밖에 더 맡아 "

별 수 없는지 개도 사라지고 아니 내가 예뻐서 봐 주었나???

 

ㅎㅎ 공항검색대에서 나는 모자만 벗어 보라했고

남편은   자켓, 벨트도 다 풀어 보라고 하니

 가방도 열어서 검사하는데 실내화 3켤레가 톡 튀어나오니 동료들이 마구 웃으며

"참말로 별난 부부야 고시공부하러 가나 책은 또 무시라

도대체 몇권이고?"

"어이 골아푸다 이집 엽기부부땜에 요번 여행 추억한 번 별나것네"

 

아짐들은 저마다"엽기부부의 해외나들이"

요렇게 이름 붙여 주었다 그러거나말거나

자동으로 화장실로 가서 오줌 한 번 누고

 

비행기속으로...

 

휴 한 숨 돌리고 비행기에 탔구나 좌석에 나와 있는 자리를 스스로 찾아 벌렁 앉아  안전벨트로 내 허리를 가두고

"똑똑하네 잘 하네 우사시키고 댕길줄 알았더만 잘 하네

실내화 챙긴건 우리보다 한 수 위네 장거리 여행에 발 불편타고 ㅎㅎㅎ"

 

캐나다 승무원들은 대한항공이나 싱가폴항공의 젊고 예쁜, 게다가 똑똑한 선발 된 미인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다 보기 좋게 늙은 할머니들,

하얀 머리, 즐겁게 일하는 노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선진국의 배울점)인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

능력으로 (멋지게 늙는구나 반드시 이민가야겠어) 남편의

이유있는 반항(외모에 자신이 없는지라,,,)

떠 오른 비행기는 구름위로 힘찬 날개짓하여 날아오르고

 

높이높이 날아  35000피트로 올라 바람을 갈랐다

창문을 내려다 보며

"안녕,나의 조국 나 갔다 올게 잘 있어"

하고 손을 흔들자

"아 문디 지금 뭐하노? 꼭 알라같네 저라니 안 늙는가베

그자 하는 짓이 꼭 아 같제 안 글라"

내 뒷자석에 앉은 그녀의 말투 나는 그녀의 말투가

더 우스웠다

고등학교부터 가까운 학교에서 사귀어 졸업 후 바로 결혼했다는 그녀는 그냥 털털한 우리이웃의 아지매 같았다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데이트를 했을테지...

 

앞 모니터에선 날짜변경선(키리바시)를 지났는지 하긴 비행기가 남태평양을 날지는 않았으니 그래도 날짜는 바뀌고

단풍의 나라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기내에선 처음 타자마자 울기 시작한 가나만한 아이의 울음소리로 내 마음은 편치 않고 자주 마려운 소변땜에

날으는 화장실로 몇 번이나 달려갔는지 ㅎㅎ 세어보니

한시간에 한 번씩 갔구나(11회 갔나 보다)

 

화장실에서 소변하고 누르면 회오리 바람소리에다 쇠소리를 혼합한 것 같았던 요란한 소리도 잊을 수 없었다

그 용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으니 쫘악 물기를 빼내어

저장소가 있다나? 아마 그 화장실 사용로를 회수로 따진다면 내가 돈을 가장 많이 냈어야 했을지도 몰라

 

기내에서 주는 식사도 먹을만했고 이리저리 10시간도 넘는 비행, 나는 그 여행을  무조건 즐기기로  하였다

"승객 여러분 잠시 후 벤쿠버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물론 영어와 불어로 방송이 나오고 모니터자막에 이렇게 나왔다

 

"와우 드뎌 꿈의 나라,단풍의 나라에 내가 왔다

안녕 벤쿠버"

이렇게 소리쳤다

벤쿠버는 조용히 비를 맞고 있었다 초겨울의 비를...

 빨간 우산을 받쳐 든 동양의 작은 이방인

그녀의  눈으로 본 캐나다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들려 드릴게요~~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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