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이야기

비나이다,비나이다

이바구아지매 2007. 11. 12. 14:45

 보우강가에서  친구들은  돌쇠가 시키는 대로  침실용 사진찍기에

열심이었다. 나는 원래 입은 바지런하여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해서 쑥쓰러운 침실용 사진은 아예 못 찍고  대신에

 "나는 침실용 사진은 안 찍고 대문용 사진 찍을래 침실용 사진은 아무도 볼 사람도 없으니 대문에 떡 하니 걸어 놓을 사진이 필요하다구 

캐나다를 다녀 온 기념 사진 (마릴린 먼로가 찍은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인

보우강에서 찰칵) 이라고 큼지막하게 글도 써 넣고 ㅎㅎㅎ"

"아무튼 누가 말려요 아무도 못말린다니깐?"

누군가가 또 내 대문용 사진에 태클을 걸었다.

돌쇠도 어이가 없는지  "하하하 대문용 사진이라 그것 좋군요 돌쇠 이름도 써 넣구요"

 

우리는 다시 근처의 설퍼산에 오르기 위해 장소를 옮겼다.

눈 보라 휘날리는 설퍼산에 오르기 위해선 곤돌라를 타고 올라 가야했는데

곤돌라를 타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니   잠시  짬을 내서 

학교에 다녀 왔다.

 

설퍼산(Sulphur Mountain)은 높이가 2285m로  침엽수가 울창하고 곤돌라에서 내려 다 보면 중세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밴프스프링스호텔도 시야에 들어 오고슬픈 영혼이 깃들었다는 전설이 내려 오는 미네완카 호수도  보인다. 

 

 

 

4인승 곤돌라를 타고 눈 바람이 흩날리는 설퍼산을 오르니 그 기분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내 생애 최고의 기분이 되었다. 김병영씨네랑 함께 탄 곤돌라에서 나는 소리쳤다. "요호(야호라는 캐나다의 말) 세상은 다 내것이다"

"하하하 정말 애기같애 아니 그래 좋으까?"

점둘씨가 나를 향해 소리 치고 남편은 곤돌라에서 바깥 풍경을 동영상에 담고

5~6분만에 곤돌라는 설퍼산 정상 전망대에 우릴  내려 주었다.

갑자기 고산지대의 어지럼증에 머리가 빙글빙글  속도 울렁거리다가

 이내  괜찮아졌다.  우리는 설퍼산 꼭대기에 눈바람을 맞으며 나부끼는 메이플기를 바라보며 벅차오르는 내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설퍼산, 내가 왔다  잘 있었어.  이게 보통인연이냐! 반갑다 반가워!"

하고 외쳤다.

 

우리는 눈보라 휘날리는 전망대 난간에서서 메이플기와 설퍼산의 꼭대기를

사진에 담고 풍경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연광아, 우리 저 난간에 서서 소원을 빌어 보자" 하고 김성악씨가 슬몃 끌어당겼다.

나는 무슨 뜻인지  말 안해도 알지  "자자 저 난간에 기대서세요 그리고 모자를 벗고 가만있어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설퍼산의 신령님 여기 동방에서 두 빛나리가 왔습니다.

설퍼산 신령님의 영험함을 들은지라  먼 길 달려서 이렇게 왔으니

둥글둥글,반작반짝 빛나리  두 분  김성악씨와 정연광씨의 머리칼이 제발

오늘부터 솔솔 올라와서 검은 머리 되어서 전두환이란 말 듣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설퍼산 신령님 이렇게 이쁜 여인이 간절히 비나이다"

"우 하하하 웃겨서 죽것네 옥기자 설퍼산 신령님이 웃스워서 배꼽 날아가겠다.

물리러  오면 어쩌지?"

"히히히 그럴일은 없어요 . 제가 누굽니까? 옥황상제  손녀빽이 있는데요.

다 잘될겁니다"

하고 두 사람의 머리를 눈바람 휘날리는 설퍼산 전망대에서 마구  문질렀더니

김성악씨 부인 문미옥씨가

'왜그렇게 웃겨요 난 벌써 배꼽이 날아갔다 내 배꼽 물어 내"

 

여행은 이래서 즐겁다.

나랑 남편은 또 전망대 가게에 들러서 장갑도 사고 이누슉(Inushuk,우정,화합을 상징하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가 된  수백전부터 이누이트  에스키모인의 마을입구에 세워 둔  인간모양의 돌더미로  방문객에게  올바른길로 접어들고 있다. 안심하고 전진하라는 의미의 상징물)모형을  샀다. 남편은  8$을 주고 손톱깎기도  하나 샀다. 가게 점원이 한국인 아주머니라 반가워서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더니 이 곳 상권은 일본인들이 다 잡았다고도 했다.

 

우리가 산 손톱깎기는 중국제였다.  남편은  손톱이 잘 깎인다고 자랑을 하더니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서  발톱을 깎아보고  불량품이라며   불평을 늘어 놓았다. 여행기념으로  주위에 나눠 주려고 여러개 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또 하나 설퍼산 정상에서 에피소드를 꼭 남기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남편의 영어실력을 믿고  자신 만만하게  돌아다니며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다니다가 우리 일행을 놓쳐버렸던 일

학교에 갔다 오려고 갔더니 볼일을 보지 못하게 하질 않나 시간이 끝났다며

사정을 해도 들여 보내 주지 않고 입구를 막아 버렸다. 에구 쌀쌀한 개나다  사람들 그냥 아무곳에서나 볼 일 봐?  그럼 또 1000$이나 되는 벌금을 물릴까?

 

일행을 놓치고 우린 다국적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섰다.

이번엔 설퍼산을 내려 가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서 내려가는 1회의 비용이12$이란 가격표를 천정밑에 매달아 놓은 것을 보았는데  왕복으로  곤돌라를 타는게 아닌가? 어떻게 올라오면 내려갈 때만 탈수  있단 말인지?  궁금하여 둘러 보니 전망대 옆으로 잘 정돈 된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아하 그랬구나!!! 궁금증이 이내 풀렸다.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설퍼산의 전망대에선 곤돌라를 타고 내려 가는 사람들을  사진사들이  빠짐없이  사진을 찍었서는  아래  내려가면 사진을 보고 돈을 지불하고 찾아 가게 되는데  우리도 내려가는 모습을 사진으로도  찍었다. 이 사진에 난 최고의 폼을 잡았는데 감빡하고 사진을 못찾고 그냥 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아깝다  지금쯤 제일 멋진 사진으로 설퍼산 전망대에 걸려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그깟 돈 15$이면 찾는데)

 

나도 재미삼아 곤돌라를 탄 사람들에게 '김치' 라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우리차례가 되어  함께 탄  사람들은 '쿡선장님과 연인' ㅎㅎㅎ 내가 붙여 준 멋진 뚜엣 , 곤돌라에서 통성명을 하고  웃으며 메일을 주고 받고 가져 간 명함도 건네주니 기분좋은  표정을 연신 지었다.

기념 사진도 찍어 주고...

 쿡선장과 연인...

 

 옥릴린 명로...

 

 

 

 

 

 

 박기현씨와 손미정씨 커플...설퍼산 전망대에서

 

 

 

 설퍼산 정상의 메이플기

 

 

 

 나리의 내자들...

 

 

콘도라 시설 건설일자 및 위 아래 종점의 해발 높이등이 표기되어 있는 명판

 

 

 

 

 젊은이여, 이상의 날개를 펴라, 그 눈향기를 맞으며...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기도 하다.

신이 캐나다를 만들 때 기분이 좋아서 만들었다는 표현을 실감하며

이상과 희망, 꿈을 가슴에 품어 보며  산을 내려 왔다.

돌쇠의 뒤를 따라서 이번에 가는 곳은

 Canadian Rockies Hot Springs로 야외 유황온천...온 몸이 눈보라에 부들부들 떨었으니 온천에서 푹 몸 담그고 록키산의 설경을 품어봐야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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