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참 세상도..."
"왜그러세요?"
"내 말좀 들어보소 어제저녁때 하늘같은 며느님한테 한 소리 들었는기라"
예에 그런데 왜 그렇게 며느님이라고 하세요?"
"그게 말이다. 우리 둘째며느님께서 우리집에 오셨어 내 저녁밥을 정성껏 차려 드렸어 아 그랬더니 숟가락을 밥에 탁 꽂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 이제 못살겠어요. 오빠가 벌어주는 쥐꼬랑지만한 돈으론 못산다구요"
"아니 착한 며느님 왜그러세요 그냥 사는대로 살아봅시다 예에"
"그렇게는 못해요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란다구요.
한달한달 힘들어서 어찌살아요?"
"그래도 좀 참아보시지요?"
"그렇게는 못해요 저 지금 화 엄청났다구요 어머니가 돈을 좀 해 달라구요
그렇지 않으면 못살아요"
"아니 며느님 내가 시어머니가 되어서 아들이 특별하게 많은 돈은 못벌어도
성실하게 직장생활 하고 있고 내가 며느님 보기 미안해서 여직까지
밥상한번 앉아서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오늘만해도 이렇게 상을 갔다 바치는
이런 비굴한 시어머니가 되어도 말한번 제대로 못하고 아이구 며느님 무섭구나
이리 싸웠는기라 내가 돈을 제법 꼬불쳐놓고 안 주는걸로 아는기라
무슨 세상이 요모양이꼬?"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쩌겠어요. 잘 타일러보세요 임신도 한 것 같던데"
"내나 임신8개월짼데 저 야단이니 인자 며느리 보는 게 겁난다 앞으로 넷을 더 혼인시켜야 하는데 아이고 무시라무시라
내 팔자가 참말로 기가 막힌다."
동네할머니로부터 이런 기막힌 하소연을 들었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건가?
태안에 검은 재앙이 몰아닥치더니 며느리가 검은 기름을 보고 놀래버렸나?
여하튼 세상 정말 요지경속이다.
시어머니가 밥상을 갖다 바치는건 자기집에 온 어여쁜 며느리라 그럴 수 있다지만 꼭 돈뭉탱이를 맡겨 놓은 듯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니
예순셋 된 시어머니 삶이 깝깝하다.
이게 어찌된 세상인지?
나도 몇년 뒤에는 아들,딸 결혼을 시킬텐데 참으로 겁난다.
결혼이 잘 먹고 잘사는 것만 결혼생활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할텐데
나도 며느리고 또 시어머니도 되겠지만 이건 아니다.
절대로 이렇게 세상이 요지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아들,딸 가진 부모님들도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잘 인식시켜야
불행을 막을 수 있을것이란 쓸데없는 기우를 해 본다.
참 씁쓸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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