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07년12월19일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우리집에 찾아왔다.
어제까지 너무도 흥분된 선거열기에 진흙덩어리같은 상대방 비방하기
그래서 귀를 막았다.
눈도 감았다.
똑딱똑딱 시간은 우리를 잠재우고 후보들도 말문을 닫고...
새 아침이 밝았다.
투표장으로 향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경상남도교육감선거 투표안내문"을 잘 접어서
코트 호주머니속에 넣고 선거인 명부등제내역에 나의 등제번호는 1760번
언제나 그렇듯 작은 종이 한장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알싸한 찬 공기를 마시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제2투표장인 아들의 학교
급식소로 향하고 상큼한 아침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운동장
오늘은 흙먼지도 하나 일지 않았다.
플라타나스 나무위에서 까치가 깍깍이는게 오늘 대통령아찌 뽑는
경사스러움을 노래하는지?
"그래, 까치야, 너도 기분좋지? 오늘은 대통령아찌 뽑는날이야 마음껏
노래불러 그리고 저 울타리옆집 감낭개에 가 봐 니 밥이 매달려 있더라"
"고마워요. 고마워요. 오늘 좋은 아찌 두분 뽑으세요 휘리릭~"
"그래 알았다. 대통령아찌는 흰색종이에 콕
경남도교육감은 하늘색에 콕 알았다니까!"
이웃할머니, 시장에서 본 갈치파는 아지매. 조 위 아파트에 사는 이쁜 아가씨도
이른 시간에 입김 내뿜으며 투표장에 왔다.
오늘 예감이 참 좋다.
내가 찍은 두 아찌가 다 될 것 같은 느낌.
투표장 입구에 선 자원봉사자들.이른 시간에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내가 행사한 귀중한 한표가 대통령을 바꾼다. 얼마나 뜻 깊은 자린가?
까치도 좋아서 깍깍거릴만하고 동박새도 포르르 날아오를만하다.
학교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오려는 길목에 학교게시판에 붙어 있는 '저항시인 '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읽으며 이 맑은 아침에
내가 그를 만남도 좋고
왔던 길로 돌아가며
운동장 가득 찍어 놓은 내 발도장의 흔적을 뒤돌아서서 물끄러미
쳐다 보다 나온 날...다시 새 희망을 품어보며.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아찌 이런 맑은 아침처럼, 우리에게 맑음을 주세요.
까치도,동박새도 함께 어울려 날아오르며 노래 할 수 있는 멋진 세상을...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먹은 팥죽 (0) | 2007.12.23 |
---|---|
어떡해요? 미안해서??? (0) | 2007.12.20 |
며느님,며느님 우리며느님 (0) | 2007.12.17 |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0) | 2007.12.13 |
완이네집 (0) | 2007.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