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순아, 손 내려 봐"
"ㅎㅎㅎㅎㅎ"
영순이는 얼굴은 그리 이쁘진 않았지만 보조개가 무지 예쁜 이이였다.
80년 여름에 고향에 와서 찍은 사진이다.
요즘 날씨가 무지 추우니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캐캐묵은 책꽂이에 자꾸만
손이 간다.
그 중에서도 앨범속이 갑자기 궁금해져서 열권의 앨범 중 무작위로 한 권을 쏘옥 빼들었다.
안 그래도 얼마전에 남편이 새로 사다 준 스캐너가 있으니 오래 된 사진이나 좀 정리해볼까?
난 옛날부터 사진 찍기를 참 좋아했다.
내가 찍는 것과 남을 찍어 주는 것 모두 다 .사진을 잘 찍어서도 아니고 얼굴이 잘나서도 아니다. 그냥 아버지가 그러셨던것처럼 사진 남기기를 무지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내가 닮았나보다.
앨범속에서 한 장 골라 낸 이 한장의 사진속의 아이가 생각나서 들고 한 참을 기억속을 더듬어 보았다.
영순이, 엄영순 나 보다 열살쯤 아래였나?
아버지가 조선소에 근무하였다 의장부(의장품을 부치는 일을 하는 부서)의 기장이라고 하였다 엄마는 탁씨 성을 가졌고 고향이 부산의 영도였다.
영순이네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부산에서 대우조선소에 옮겨 온 아버지를
따라 우리집으로 이사를 온 아이였다.
오빠는 재웅이, 동생은 영아 한 방에서 그 가족들이 3년이나 살았다.
이사를 온 영순이의 첫 인상은 죽은깨가 가득하고 삐쩍 마른 아이로 얼굴은 이쁘지 않았지만 볼우물이 있어 정말로 귀여운 아이였다.
"앗 빨강머리 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 친 아이였다.
그렇게 하루,이틀 정이 든 아이였다.
학교에 갔다 오면 졸졸 따라와서 귀여운 볼우물을 파며 웃던 영순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서 재수를 하던 그 해 여름 고향에
왔을 때 영순이는 내게 부끄럼을 탔다.
"영순아, 넌 보조개가 참 예뻐 정말이야, 그리고 넌 빨강머리앤을 닮았어
봐 머리도 갈색이잖아 "
그래서 고향에 간 기념으로 오랫만에 만난 주인집 언니에게 부끄럼을 타던 그 애를 억지로 끌어 당겨서 찍은 사진 한 장 그것이 앨범속에서 웃고 있었다.
손을 가리지 않았다면 보조개가 얼마나 예쁜지 보였을텐데 ...아쉽다.
뭐가 그리 부끄러웠을까?
아직도 난 보조개가 있는 여자아이들을 보면 영순이가 생각난다.
내 아이들도 보조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가나가 보조개가 있었는데 ... 요즘 볼살때문에 묻혔나?
잘 안보인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니 그냥 앨범속이나 찬찬히 정리를 하며 지난
날을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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