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가만히 귀 대고 들어 봐!

이바구아지매 2008. 1. 25. 12:42

 

어둠이  물러나니 소리들이 분주하다

시계초침소리,컴퓨터 스피커에서 나는 잡음소리,새소리,차소리

그리고 가나의 숨소리, 또 하나 내  심장이 뛰는 소리  막 깨어나서 들으면

모든  사물들도 다 소리를 내고 있다.

 

천정에 달린 형광등도 쉬잇 하고 소리내고 수도꼭지는 찔끔 하고 소리를 낸다.

내가 앉은 의자도 한번씩 삐끄덕 소리를 낸다

모든 것들은 다 소리를 내려고 발버둥을 친다.

가끔씩 내 웃는  엉덩이도 예쁜소리를 내기도 하고 미운 머슴의

하품소리를 내기도 한다.

낮이 되면 이 소리들은 세상을 가득메워서 우리는 아주 독특한 소리의

개성이 없으면 소리를 다 기억하지도 못한다.

 

나는 소리에 무진장 예민하다

낮에 나는 소리는 말할것도 없고 밤에 나는 소리에도 민감하여

별별 소리를 다 듣는다.

참 별별것에 관심이 울컥울컥 솟는다.

얼마전에 읽은 글중에서 밤에 듣는 소리의 으뜸은 여인의  사각사각

 치마벗는 소리라고 했다. 몇몇 글쟁이들이 모여 앉아서  소리의 

최고 으뜸 으로 뽑은 '치마벗는 소리' 그것도 기생이 벗는 치마라야

더욱 교태스런 소리로 좋지 않을까?

또 어떤이는 새벽녘에 술채에 받쳐서 술그르는 소리가 으뜸이라고도 했다.

정말 멋진 생각이다.

 

나는 어릴적 듣던 소리에 제일 멋진 소리론 겨울밤 깊은잠에 빠져 있을 때

대나무의 댓잎이 사각사각 부딪치는 소리와 정지문이 삐거덕 열리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았다.

그리고 낮에 나는 소리로는 콩타작을 할 때 도리깨가 수월수월 돌면서

콩을 탁탁 때리면 콩알이 누런  껍질속을 톡톡 튀어나와 멀리로 날아가던  

모습의 소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소리는 성격도  다양해서  기쁜소리,슬픈소리,우스운소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슬픈소리중 으뜸인 것은 죽어서 이별하는 통곡으로 한을 실어 우는 소리가

가장 슬프고 애닯다  황천길 가는 걸음마다 이승에서 우는 한맺힌 슬픔의 곡소리는 저승가는 망자가  들으면 슬퍼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소리다.

 

또한 이별의 소리로는 뱃고동소리와 기차의 기적소리가 제일 안타깝고

아쉬운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간간히 버스가 지나갈 때 꽁무니에서도 아쉬운 이별의 냄새가 베여 있었던 추억도, 떠나가는 이별의 아쉬운 소리로 그리운 풍경소리였다. 뒤모습을 보이고 가는 것들은 다 슬픈소리를 타박타박 내는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소리속에 다시 갇히고 말았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하나,둘 깨어나서  궁시렁대는 소리며 TV에서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재미있는 호기심의 소리들 ,  가나가 또 일어나서 맨 처음 하는 일은 오줌누는 소리를 들려 주는 일이다. '쏴아아스르르'.

 

날마다  주위에서 밤낮으로 나는 소리들이  각각 특별한 효과음을 낸다는  것에  내 관심이  모아지는 아침

 

나도  크게 소리를 한 번 질러 본다.

소리의 세계로  점점 달려간다.

 

"아 잘 잤다 오늘은 일요일이구나   얘들아, 잘 잤어? 어서일어나 엄마한테 한 소리 듣기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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