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갠지스강으로 가고 싶은 할머니

이바구아지매 2008. 1. 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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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워서 자려고 멀뚱거리며 천정을 쳐다보았다.

 잘 시간을 놓쳤더니, 잠이 자꾸만 도망을 간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생각의 포로가 된다.

 

난데없이  눈 앞에  아주 작고 가냘픈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오고 있다.

머리엔 까망 차도른지 히잡인지 아니면 우리식으로 두른 보자긴지...

 

점점 가까이 온 할머니는 안경을 썼는데 간디도 좀 닮았고

간디라도 닮은 것 같다.

아 참 벵골어를 쓰는 바비 힐더도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마더 테레사도 좀 닮은 것 같고...

그러니까 그녀는 분명 인도쪽 할머니다.

 

점차 더 가까이 다가와서 내 곁에 선다.

몸무게는 40kg이 나갈까 못나갈까?

검은 차도른지를 두른 할머니는 깡마르고 검으뎅뎅한 손으로

내 손을 잡는다

가만 보니 폭이 한 없이 넓은 아이보리색 치마를 입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 간다. 치마폭은 열두폭은 됨직하다

치마를 허리춤에 모아 붙이지 않았다면  거리의 먼지며 더러움은 다

쓸고 갈 것 같다.

안 그래도 큰 눈은 내 눈으로 치면 오른쪽 눈하나가 내 눈 열개는 될것같다.

동그스럼한 얼굴이 눈과 코로 조화가 잘 되어 있어 젊었을 때 무지 이뻤겠다.

"할머니, 지금 어디가세요?"

라고 물으니 아쉬람 (갠지스강을 인도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강가로 가시겠고 한다

갠지스강? 바라나시에 있는 갠지스강?

"뭣 하러요"

"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물도 마실거야, 암 아쉬람으로 가야 해

어서 가야 한다고 우리엄마,아버지도  아쉬람에  있어

나 아쉬람  강가로 데려 다 줘"

할머니는 힘이 없어서 곧 쓰러질 것 같다.

얼굴색도 죽음의 빛깔이 감돈다.

"나  아쉬람 강가로 데려 다 줘"

 

갑자기 정신이 똑 바로 든다

인도할머니가 사라졌다.

잠시동안 멍해진다.

 

 

그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제 내가 만났던 인도할머니 그녀의 모습이 잠들기전에 잠을 확 깨운다.

치매에 걸린 인도할머니를 만난 날 ... 먼나라 인도에서 거제도까지 날아 온

늙고 작은 할머니가 소리치며 찾는 것은 어릴 때부터 늘 갔던 바라나시의 갠지스강가였다.

함께 간 이웃집 아줌마가 이야기 해 주셨다.

인도할머니는 지금 여기가 인도인줄 아신다고

그리고 빨리 갠지스강가로 데려달라고 우긴단다.

긴 이야기는 못했지만  긴 머리를 치렁하게 묶은 세 사람의 인도 여인들이랑

함께 쇼핑을 했다. 아주 우연히  그리고 집에 돌아올때도 함께 차를 탔다.

두여인은 할머니의 딸이라고 했는데 그런 할머니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함께 모시고 시장도 가도 놀러도 간다고 했다.

구제품 옷같은 걸  입고 구제품  같은 냄새가 코를 후볐다.

내 옆에 앉은 인도할머니한테선 어쩐지 죽음의 냄새 같은게 풍겼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갠지스강을  애타게 찾던 인도할머니

혹 죽음을 맞았을까?

그렇지는 않겠지

인도할머니의 열두폭  치렁한 광목같은  치마도  아주 강한

인상으로 머리속에 박혔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강 

인도사람들은 죽어서도 갠지스강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가...

 

이렇게 잠을 몽땅 반납 해 버린  시간에 난  인도로 상상 여행을 

떠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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