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이사

이바구아지매 2008. 2. 3. 06:28




 이사가던 날 - 산이슬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혜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어릴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혜어지기 싫어서







 


 

 

어린 시절  우리집은 왜 이사를 안가는지 그것이 참 속상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이사를 많이 다녀야지 ㅎㅎ

 

어른이 되는 신호탄인 결혼을 했고

그리고 이사를 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친구들이 이사를 가는것이 어찌나 부럽던지

나도 그렇게 폼나게 이사를 가기로 했다.

 

1년에서 2년단위로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6개월마다

나만큼 이사를 즐긴 사람도 흔하지 않을것이다.

내가 이사를 다닌 횟수 전입,전출횟수는 자그마치23번

이만하면 이사전문가?

나는 이사를 즐겼다.

사람들은 나더러 돌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참 웃기는 취미생활이다

이사가 취미라고?

 

사람들은 이사는 고통이고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그래서 포장이사니 뭐 그래삿고...

 

나의 고약한 이사하기 취미의 변은  요렇다.

 이사를 가는 건 새로운 곳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무지 좋다.

정말이다.

여행하듯

오늘도 나는 또 이사짐을 꾸린다.

이사를   간다 ,

새로운 곳에 다시 뿌리 내리고 자라는 특별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일기를 써 볼테다.

ㅎㅎ 이렇게 나가려고 했는데 지금은 엉성하게도 제대로 된 이사가 아니라

내 집으로 기어드는 딸아이의 고향가는 보따리...

서울로, 미국으로 가겠다는 딸아이의 꾸질한  몽탱이들

그것들을 좋다고 보듬고 갈 것이다.

 

부산의 날씨는 나와 딸이 떠나는 걸 슬퍼하며 눈물로 작별한다.

흑흑흑 아주 오래 전 나도 이렇게 이사를 갔는데...

뒷집아이 돌이는 어디 간 거야

각시 짐도 하나 안 들어 주고...

 

부산, 잘 있어

오래오래 기억할게...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 수  (0) 2008.02.05
고향으로 가는 길  (0) 2008.02.04
갠지스강으로 가고 싶은 할머니  (0) 2008.01.31
길 위에서...  (0) 2008.01.29
물 병 자 리  (0)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