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
여름의 햇살은 타오르는 불덩어리다.
빨갛다.
젊음이다.
인생은 쌓아 올린 모래성이라고나 할까?
쌓고나면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려보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는 무지개빛깔인줄 알았다.
스무살 시절엔...
내 인생의 너와집 한채... 이 시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고 철이 들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너와집 한채
길이 있다면,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는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않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서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 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김명인(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