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이 피면 오빠가 오신다고 했다.
예쁜 칸다꾸(원피스) 사가지고...
동화책도 사다주고, 왕사탕,별사탕도 사다준 우리오빠...
논바닥에 파르란히 소복소복 피어오르는 북새풀이 피어나면 오빠가
온다고 했다. 전차타고,기차타고,배타고 얼추 이틀만에 우리집에 도착했었지.
서울은 정말로 멀었다.
달나라만큼, 미국만큼,영국만큼... 계절이 바뀌어도 멀어서 못 오는 곳이었다.
돌담속에서도 봉긋하게 피어나는 봄나물꽃, 캐서 맑은 시냇물에
헹구고 헹궈서 풀멍이 들때까지 깨끗하게 씻어 장작불 때서 팔팔끓는 물에 데쳐낸
봄나물이 향긋할때면 오빠가 온다고 했는데...
서울은 어디쯤에 있을까?
얼마나 먼곳이길래 한번 가면 쉽게 못오실까?
우리집 염생이도 오빠가 올것이란 말에
좋아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좋아서 껑충대는데...
자야,순아,혜야,미야에게 자랑도 듬뿍했는데
"서울에는 기차도 다니고 ,전차도 다닌데 하늘길로 제트기가
붕붕 날으는 곳도 서울이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예쁜 옷 입고, 멋진 집에서 맛있는 것만 먹고
왕자님,공주님처럼 산대"
"히야, 주야는 좋겠다. 니네오빠가 그런곳에 사나?"
'ㅎㅎ 나도 서울이란 곳에 가보고 싶다 멋지겠다 그자"
종다리가 높이 날아 올라 노래 부르는 날도 가고...
개나리,진달래,산수유가 피어선 지고...
우리집 염생이도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그 봄 날...
쑥순이 파랗게 자라서 '봄도다리쑥국'을 끓여 먹고 쑥버무리 해 먹고,
쑥대가 새어서 뻣뻣한 쑥대가 되고, 진달래 화전 붙여 먹고 , 고사리 따던
곱디고운 계절이, 시냇물되어 흘러가도 오빠는 끝내 오지 않았다.
까치발하고 논둑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행여나 오빠가 올까봐
논둑길 꼬부랑길을 비틀비틀하며 하루해가 저물도록 달려가고...
행여나 내가 마중나가지 않으면 울오빠 섭섭해서 오던 길 돌아갈까봐...
복사꽃이 흐드르지게 필때도
복사꽃이 질때도 서울가신 오빠는 오지 않았다.징검다리 건너서 신작로길
하루에도 수십번 나가보고 먼지날리며 사라져가는 버스는 우리오빠를 끝내
내려주지 않고 그냥 사라져가 해질무렵 끝내 막차가 사라지는
모습 보고 울어버렸던 어린시절...
다시 또 풀꽃들이 다투어 피어난 논두렁길 ... 어제같은 나의 기억들이
봄을 앞세워선 그렇게 왔다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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