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첫사랑의 그림자를 찾아서

이바구아지매 2008. 4. 21. 07:18

 

돌담길이 있었구요

작은 다리가 있고 다리밑으로 작은  개울물이 돌돌돌 흐르는 곳

몇백년동안이나  이 마을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팽나무아래

소년과 소녀가 살고 있었대요

ㅎㅎ이정도면 첫사랑의 연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를만한  풍경으로 손색이 없겠죠?.

 

소년은 소녀가 이 바닷가에  나타나면 그냥 좋았대요

"그래 난 맹세할 수 있어 저 푸른 바다에 난 맹세할 수 있다구

내 마음속에 영원히 널 모셔둘거야  넌 나의 심장이야"

 

세월의 기차는  아릿하고 그리운 첫사랑을 그만 실어 가 버렸습니다

소년의 심장이었던 첫사랑은 통통배를 타고 떠나고

소년은 그리움을 안은 채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팽나무는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콩깍지가 날아가듯 통통 튀어  날아가버린 풋풋한 작은 사랑이야기를...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어느 봄 날 유채꽃이 가득 핀 바닷가에 한 할배가 나타났습니다

포말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몽돌길을 걷는 할배

팽나무가 단박에 알아보았습니다

"허허  세월이 많이도 흐른 모양이지

바보같이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더니

먼길온다고 다리 아팠을테니 이곳에 와서 좀 쉬어라

그리고 여태 아둥바둥 살던 이야기 한자락 내려놓아 보거라

그래야 너 떠나고  난 뒤 할매하나 찾아 와서 바닷가를 거닐면

내 너 이야기 전해줄게 ... 삶이란 다 그런 것이다

첫사랑의 심장은 영원히 콩콩거린단다

만나지 않는 모습이 더 좋다고들 하더라 그냥 가슴속에 꼭꼭 담아두거라"

할배는 지금도 그 때를 꿈 꾸고 있나봐요

ㅎㅎ 첫사랑은 영원히 늙지 않아 좋습니다.

 나이는 할배지만 할배의 심장속에 들어앉은 소녀는 영원히

열다섯살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 마을에 내려 오는 전설같은 첫사랑이야기입니다

 

ㅎㅎ 할배의 첫사랑이 머무는 곳

 바로 이곳입니다

그 옛날 추억을 잊지 못해서 그런지 떠나지 못한 채 붙박이가 된  바닷가의

그 집  ... 오늘 할배는 첫사랑을 찾아 두근두근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바닷가로 가 볼 것입니다.

조개파던 소녀의 바닷바람에 날리는 꽃무늬 포플린 치마를 기억하려고 온답니다

츠암내 할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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