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이 있었구요
작은 다리가 있고 다리밑으로 작은 개울물이 돌돌돌 흐르는 곳
몇백년동안이나 이 마을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팽나무아래
소년과 소녀가 살고 있었대요
ㅎㅎ이정도면 첫사랑의 연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를만한 풍경으로 손색이 없겠죠?.
소년은 소녀가 이 바닷가에 나타나면 그냥 좋았대요
"그래 난 맹세할 수 있어 저 푸른 바다에 난 맹세할 수 있다구
내 마음속에 영원히 널 모셔둘거야 넌 나의 심장이야"
세월의 기차는 아릿하고 그리운 첫사랑을 그만 실어 가 버렸습니다
소년의 심장이었던 첫사랑은 통통배를 타고 떠나고
소년은 그리움을 안은 채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팽나무는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콩깍지가 날아가듯 통통 튀어 날아가버린 풋풋한 작은 사랑이야기를...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어느 봄 날 유채꽃이 가득 핀 바닷가에 한 할배가 나타났습니다
포말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몽돌길을 걷는 할배
팽나무가 단박에 알아보았습니다
"허허 세월이 많이도 흐른 모양이지
바보같이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더니
먼길온다고 다리 아팠을테니 이곳에 와서 좀 쉬어라
그리고 여태 아둥바둥 살던 이야기 한자락 내려놓아 보거라
그래야 너 떠나고 난 뒤 할매하나 찾아 와서 바닷가를 거닐면
내 너 이야기 전해줄게 ... 삶이란 다 그런 것이다
첫사랑의 심장은 영원히 콩콩거린단다
만나지 않는 모습이 더 좋다고들 하더라 그냥 가슴속에 꼭꼭 담아두거라"
할배는 지금도 그 때를 꿈 꾸고 있나봐요
ㅎㅎ 첫사랑은 영원히 늙지 않아 좋습니다.
나이는 할배지만 할배의 심장속에 들어앉은 소녀는 영원히
열다섯살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 마을에 내려 오는 전설같은 첫사랑이야기입니다
ㅎㅎ 할배의 첫사랑이 머무는 곳
바로 이곳입니다
그 옛날 추억을 잊지 못해서 그런지 떠나지 못한 채 붙박이가 된 바닷가의
그 집 ... 오늘 할배는 첫사랑을 찾아 두근두근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바닷가로 가 볼 것입니다.
조개파던 소녀의 바닷바람에 날리는 꽃무늬 포플린 치마를 기억하려고 온답니다
츠암내 할배도 ...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이역으로 기차여행을... (0) | 2008.05.16 |
---|---|
5월이야기 (0) | 2008.05.14 |
하늘보기님을 찾아서 (0) | 2008.04.20 |
내 귀는 소라껍질 , 파도 소리를 듣는다. (0) | 2008.04.20 |
부산 풍경 스케치 (0) | 2008.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