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길 떠난 반쪽이네...

이바구아지매 2008. 6. 2. 08:04

 2008년5월 31일 토요일 느즈막히 반쪽이네 가족들이 산방산(거제시 둔덕면)을

찾아 갔다.

딸 셋을 빼고 가는 우리가족은 반쪽이다.

산방산은 둔덕골에 위치한 수려한 산으로 높이는 507,2m

거제도의 산들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험준하고 가파른 것이 섬에 뿌리 내린 산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여성적인 섬이라면 거제도는 남성적인 섬이라고 비교하여 말하곤 한다.

 

 산방산 허리쯤인가?  친구의 차를 타고  임도를 따라   산깊숙히 들어서니

해 지는  일몰이 시작되어  풍경이 탄성을 지르게 하였다.

서쪽 저 멀리 산등성이로 빼꼼하게 보이는,  지는 해로 물드는 곳은 어디냐고 친구에게

물으니 진남(통영의 옛지명으로 지금도 둔덕골 사람들은 그리 불렀다)

이라며    알려 주었다. 옛날, 둔덕골 사람들은  진남장으로  시장을 보러 가고

살기가 힘들면 진남으로  곧잘 이사를  떠나가기도 하였다는데...

그렇게 떠난 사람으로 극작가 유치진, 청마 유치환 형제도

둔덕골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숲속에는  밤도 일찍 찾아 드는가 보다

온통 나무냄새, 산꽃냄새들이 어찌나 고운 향기를 날리는지

 춥지만 않다면 그냥 퍼질러 앉아 나무도 되고 꽃도  되고 싶은데...

 

 가나는 춥다고 나무에 오줌 물을 주고 얼른 찻속으로 기어 들었다.

귀신이  나올 것 같단다.

 산방산에는 엉겅퀴가 지천이었다.

고사리,산삼,싸리꽃,보리수나무,산뽕나무도 가득하여 유년시절 뽕나무를 보는 듯 하여 정겨웠다.

자잘한 오디가 가득 달린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감나무도 가득하여 감꽃이 툭툭떨어진 산길에서 풋풋한 감꽃냄새를

맡아 보는 것도 여간 기분좋은 일이 아니었다.

측백나무 가 빼곡한 곳은 하얀  소복의 여인이 서 있는 듯

무서움증이 벌떡 일어나고...

"예 이 동네 귀신 많이 살았어요. 저기 저수지에도 귀신이 살았고

여기  풀숲에도 툭 하면 귀신이 나왔는데 요즘은 다 이살 갔는지 안 보여요"

하고 등골 오싹해지는 모습으로 우리 모녀의 간을 콩알만해지게 겁을 주었다. 친구는...

 

쑥쑥 자란 산쑥들도 쑥향을 맡아보라고 고개 내밀고

아직 이름조차 달지 못한 땅꽃들이 어둠속으로 묻혀 들어가는 시간

산에 호랑이도 있을까? 

 반쪽이네를 재워 준 착한 집...친구네

 ㅎㅎ 착한 친구네집에서 햇살이 퍼져나도록 질기게 늦잠 자고 일어나서

융숭한 대접 받고 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이 마을 이름은 옥산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팽나무  여름이면 동네 사람들의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 주고 나무아래론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일품이었다. 

팽나무 아래, 마을길로 쭉 걸어 가 보고 

 세상에 딸기가 이렇게나 많이?

딸기밑에는 뱀이 많은데...

조심해!!!

손바닥에 가득 따고, 입에도 가득, 반쪽이들의 딸기축제가 시작 되고...  

 온 산이 딸기밭이다. 하루종일 따서 고현시장에 내다 팔면 20,000원 정도는 벌겠다.

블로그님들 딸기 드시러 오세요!!!

거제시 둔덕면 산방산 아래로 바구니,소쿠리 각자 하나씩 들고 오시면  됩니다.

ㅎㅎ 오실 땐 뱀이 또아리 틀고 있을지도 모르니 백반을 꼭 준비하시고...

 

 못 오시는 분들은 한 웅큼 드릴테니 맛  좀 보세요. 새콤달콤...산냄새,물냄새가 풀풀나는

자연산 산딸기랍니다. 

 두  남자는 산방산 정상으로 출발했고 가나랑 나는  들녘에 서서 논에 모내기 하는 구경만 실컷 했다.

 모내기가 한창이고 보리가 누렇게 익어 바쁜 농번기였는데도 젊은 청년은 한 사람도

안 보이던 들녘에서 모이양기로 모를 내던 할아버지,할머니의 안타까운 농심을 뒤로

하고 우리는 버스를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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