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심양에서 통화로

이바구아지매 2008. 7. 25. 13:12

심양에서 통화로 가는 길에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5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본 것이 많다. 

오토바이에 기름을 주유할 때는 양철통에 석유를 부어서 오토바이 주입구에 기름을  붓는

모습도 보고 석양이 아름다운 이 곳이 어디냐고 현지가이드에게 물어 보기도 하고

들에 핀 꽃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주위의 나무이름까지도 물으니 현지가이드가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가장 난처한 질문이라나?

"그딴 건  잘 모름다"

 우리민족 3세이며 심양에 살아서 거의 북한말을 하는 그가 어찌나 웃기는지...

ㅎㅎ 차에서 문득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어디 가는거에요? 라는 황당한 질문에 가깝다는 것,

집에 돌아가면 못 물어 본 것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난 잘 알고 있다.

백과사전에도 잘 나오지 않는  현지사정 ㅎㅎ 아마도 내가 떠나고 나면 현지가이드의 몸무게가 5kg빠져

있지  않을까?

 

 

 5분간 휴식은 그야말로 가장 달콤하고 시원한 시간이다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에서,  오늘 공항에서 처음 만나서 중국으로 날아 온 우리들은  이렇게 친해진다.

중국심양의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순수하고 극히 자연스런 모습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하얀

속살을 내밀며  서로가 민망하여 킬킬대다가 단박에 친해진다. 여행이란 정말 매력덩어리임에 틀림없다.

심양의 인구가 750만명이라고 하는데 우리일행이 와서 56명을 보탰으니 똥도 저축하는 이곳에 우리는

이자 한푼 안 받고 그냥 보태주었다.. 오늘 우리가 보탠 저축이 훗날 중국 발전에 원동력이

될것임에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닐까?

 

 오후 6시가 지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중국은 무지 넓다 여기서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가

잠잘  통화까지는 4시간30분이라고 하였는데 현지사정으로  5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도착하리라 한다. 이유는 도로사정이 썩 좋지 못하고 (고속도로가 아님) 게다가 곳곳에서 

 도로를 파헤쳐서 공사중이며 차 또한 중국에서 만들어서 그렇게 성능이 좋지 못하다고 남편이

중국의 사정을 말해준다.

기사의 고생도 말이 아니다. 말이 쉬워10시간 운전이지 실제로 13시간 정도의 운전은 중노동이다. 

게다가 여름이라 심양의 날씨는 35도를 거뜬하게 넘긴다고 하니

말이 안 통해서 수고한다는 인사를 금방 못 전하고 눈으로 수고한다고 전하니 알아 듣기나 하는지?

 현지가이드한테 수고한다는 중국 말을 배워 두었다." 씬  콜라" 라고 알려 주어서

내릴 때마다 기사를 보고 씬 콜라" 라고 하니  까만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한국의 기업인들이 심양에다 방풍림을 심었는데 나즈막한 나무들이  심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 한국의 기업체들이  무진 애를 쓴다는 걸 현지에 와서 알 수가 있어 마음 뿌듯하다

중국은 현재 공사중이며  건설중이다. 우리가 70년대에 열심히 건설하였듯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다는 현지가이드는  열심히 역사, 지리, 문화, 언어등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붉은 기와집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차창밖으로 스치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둠이 내려도

시골에서는 거의 불을 밝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모깃불을 피우는지? 연기가 솔솔 피어올라 옥수수밭 너머로 혹은 옥수수밭 사이로

붉은 기와집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가 꼭 오래전에 도시로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 온 느낌이 든다.

 통화에 도착했다. 6시 20분경에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식당이름은 메아리,  여기서는

휴대폰 비용보다 1분에 1900원 싼 요금으로 전화를 한국에 걸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주인의 아이디어 상품같이 돋보이는 재치 ...하지만 아무도 메아리 식당의 전화를 이용하는

걸 보지는 못했다.  1분에 500원 통화료는 폰보다 싸다지만 사용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여기가  이틀간  머물 호텔이다.  야경이 너무 좋아서 담박에  홀리데이 호텔에 빠져 들었다.

통화시의 밤 풍경은 거의 환상적이다. 넓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체조도 하고 여름밤을

즐기는 풍경도  좋아보이고 ...기름진 중국 음식도 그런대로 먹을만 했고 무엇보다 내가 머물 방

의 전망이 어찌나 좋은지 8층(8503호)에서 내려 다 보는 강가는 내일 아침에 어떤 일이 있어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건너편에 보이는  옥황산에 다녀 오리라 남편과 약속을 했다.

 

야경이 아름다운 옥황산교를 거닐며 데이트 하는 젊은 남녀들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사랑은

이념과 체제도 무너져내리게  한다는 것 ...통화에서 밤이 깊어간다. 전망도 좋고 방도 깨끗하지만

냉장고가 없어 가져간 밑반찬을 창가에 그대로 두니 깻잎냄새가 솔솔 풍겨 사방으로 퍼진다.

 

 여독을 풀기 위해 샤워를 하다 보니 물빠짐 장치가  정말 마음에 든다.

살짝 한쪽으로 젖히기만 하면 세면대의 물이 사르르 빠지는 게 좋았다. 

휴지는 너무 적게  배치해 두어 넉넉하게 준비해 가지 않앗다면 큰 낭패를 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통화시에서의 밤은 깊어만 가지만 잠은 쉽게 들것 같지를 않다.

 

 

 망고스틴이 정말 맛있었던 밤. 작년에 캐나다에선 까기도 힘들어서 집에 가져와서 겨우 까 먹었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참 하고픈 것도 많아서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꼭 신혼여행을 온 느낌이 든다.

나의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갔는데 지금도 종종 이야기하면 꼭 앞의 두글자 부곡은 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한참 하와이의 환상을 쫓다가 끝에는 부곡하와이라고 말하면 배꼽을 잡고 딩구는 나의

신혼여행이야기는 두고두고 화제거리가 되곤 한다.

이젠 다시 신혼여행이야기를 재구성 할때가 되었다.

집에 돌아가면  여행이야기를 하나 그럴듯하게 만들어봐야겠다.

 

 

 

 낚시는 만국인의 취미인지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아침일찍 강에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계신다.

 구더기 고기밥이다. ...어제 우리가 갔던 그 화장실에서도 이런 구더기가 많이 생산되는 것 같았는데

혹 그기서 잡아 온 구더기? 하긴 중국에서는 모기 눈알도 요리를 한다고 하니 구더기라고 요리를

 못할까?

 할아버지께 부탁드렸다. 모델이 되어 달라고 만국 공통어로 ㅎㅎㅎ

 호텔의 접대원아가씨? 이곳에선 그리 부르는것 같다. 아가씨가 작고 예쁘다.

 호텔부매니저...영어로 쓰면서 물어 본다. 주위의 산과 강이름을 ...

 우리가 묵은  호텔의 2층 레스토랑은  이렇게 결혼식장을 겸하는 곳이었다.

오늘도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는지 준비를 해 놓은 상태 그대로  내가 기념으로 한 번 서 보고...

 오늘의 신부, 신랑이 이 곳에 불을 밝히겠지

 우하하하 아저씨, 죄송해요 어제 공항에서 빨간병을 맡기셔서 얼마나 의심을 했는지 ...미안해요

양주병이라고 말씀만 남기고 슬그머니 사라지셔서 오해를 했지요.

지난 밤에는 포도까지 가득 사서 주셨고  이번 여행에 친구랑 둘이 온 팀...배려도 많이 해 주시고

맛있는 것 계속 사 주셔서 고맙고 미안하고...어제 공항에서  별별 상상으로 아저씨를 의심한 것

미안하지만 말은 안했다. 모르는것이 약이 아닌가?

 

아침을 먹는데 역시 현지식으로 기가 막힌 요리 하나를 먹고 나자빠지는 줄 알았다.

바로 '어성초 나물' 멋 모르고 어성초잎무침을 쟁반에 담아  가져다  몇젓갈 집어 먹고 그 고약한

비린내에 놀라서 발랑 까무러칠뻔했다.

 

꼭 금방 잡은 날붕어를 통째로 먹는 기분이라고 말하면 표현이 적당할지?

그 비린내는 두고두고 역겨워서 기억속에서 몸서리 칠 것 같다.

어성초잎을 2~3장 튀겨서 매일 먹으면 그렇게도 좋다고 하였는데...난 싫다.

돈을 한 보따리 주고 먹으라고 해도 다시 먹으라면 내장까지 다 토해 내고 말것 같다. 아 역겨워...

 

아침 식사에서  멀미를  한 오늘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

 

...비릿한 기분으로 이제 백두산으로 슬슬  출발 해 볼까?~~~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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