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고구려인의 영원한 고향 압록강

이바구아지매 2008. 7. 31. 13:44

 2008년 7월 21일 평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차에 훌쩍 올라 앉았다 이번에 우리가 만나 얼싸안아 볼 곳은 고구려인의 영원한 고향

바로 압록강이다 나는 창가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압록강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설레이기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사는 곳이 38선 남쪽에 살고 있어 가 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에  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국경을 이루는 강이며 민족의 정기가  살아서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고구려인의 영원한 고향이라고 표현한 어느 시인의 글이 가슴속을 후빈다.

미처 만날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창가로 스치는 압록강을 만나고 만다.

이러는게 아닌데 차를 세우고 내려서서 압록강을 향해서 정중하게 큰 절이라도 해야하는데

압록강의 표지석이 준비못한 내게로 번개같이 지나간다

 

 압록강에도 비가 내린다

7월의 장마에는 압록강도 물을 가득 머금는가보다 비를 맞는 압록강이 너무 조용하다

 압록강은 고구려의 기상을 닮아 물결이 거세고 깊고 넓을 줄 알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압록강변은 평온하기만 하다 누가와도 호들갑을 떨지 않고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압록강에 배 띄워서  유유자적 뱃놀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북한의 민둥산이라는데 내가 보기에 는  이름처럼 그리 민둥산 같지는 않다 여름이라 풀들이 가득 자라서 그런지?

 집안시가 끝나가는 곳 , 이제 열심히 고구려의 옛기상을 이야기하던 가이드가 곧 이별의 인사를 한다

집안의 처녀는 집밖을 못나간다는 농담을 끝으로  이별을 하고만다 압록강가에서

  압록강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곳이 바로 집안이다

 기어코 압록강을 직접 만났다

내가 처음 만난 압록강은 조용히 비 내리는 7월이었다

압록강가 둑위에 섰다 아래로 다이빙을 하여  압록강에서 헤엄치며 한나절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보초를 서고 있는지 북한 군인들이 간간히 지나가고 강은 잔잔히 흐르고 있다

헤엄쳐서 건너면 금방 북한땅에 도착 할 거리다

눈 짐작으로는 강물을 건널 수 있는  폭이  501m 가  넘지 않을 듯

수영을  해 가면 금방 동포들이 살고 있는 땅에 발 디딜수 있을 것 같다

북한군인들이 안개속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사상도 이념도 우리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같은 핏줄이 연연히 이어 온 단군의 자손들임을 확인한다

민둥산 아래 펼쳐진 북한 땅 만포시에는 안개가 가득하여 신비롭기만 하다

예서 큰 소리로 외쳐보고 싶은데 혹 나랑 같은 이름의 친구라도 있는지 ...

소리치면 꼭 내 앞에  달려올것만  같은데...

 촉촉하게 비 내리는  날 압록강 건너 마을 사람들은 지금 쯤 낮잠이라도 즐기는지 혹은 막걸리에 파전놓고

 동네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앉았는지 모를 일이다. 

 

여기 압록강을 노래한 심금을 울리는 글이 있어 옮겨 본다

이날 내가 느낀  기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애틋하게 흐르는 고구려인의 영원한 고향

 -압록강( 문병란시인 “직녀에게”가 실린 신 만주 아리랑에서 발췌)



압록강을 만나면 애틋하다. 굽이쳐 흐르는 저 강에 손길만 건네면 잡힐 것 같은 그곳은 마음이 먼저 애잔하다. 고구려 두 번째 수도 집안에서 만난 압록강도 그랬다.

3년 전 늦가을, 북녘 땅 신의주를 바라보며 단동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며 마주했던 그날도 그랬다. 강 한 중간에서 끊어진 철교를 걸으며 못내 아쉬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아쉬움의 눈길을 거뒀던 그 때 그 순간이 그대로 떠올라 오버랩 된다.

성하의 계절, 집안에서 만난 압록강도 여전히 그랬다.

백두산에서 발원해 북한과 중국을 가로지르며 800km을 유장하게 흐르는 압록강은 그 물빛이 오리(鴨), 머리처럼 푸르다(綠)하여 이름을 얻었다 한다.

그만큼 물이 맑다는 애길 터다. 현상은 그만두고, 압록강이 우리의 발길을 유혹하는 것은 우리의 또 다른 반쪽인 북한 땅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다. 더구나 이번 답사단에게 압록강은 고구려의 영원한 고향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더 빠른 발길을 재촉하는 요인이었다.

압록강은 중국 땅에서 보면 만주의 남쪽 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고구려는 바로 이 압록강 중상류에 첫 뿌리를 내렸다. 여기에서 압록강 중상류는 만주 땅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북부지역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고구려는 만주 남부와 한반도 북부에 걸친 압록강 중상류에서 발흥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구려가 5세기의 한반도와 만주 일대를 아우르는 대제국으로 성장하는 데는 이러한 압록강의 입지조건도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압록강 가에 자리 잡은 두 번째 도읍지 집안엔 고구려의 유적들이 그토록 웅장하고 장대하게 산재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유적을 만나기 이전에 압록강은 “민족의 감성”을 자극하며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첫 도읍지 환인을 떠나 집안으로 가는 길, 집안은 압록강이 먼저 반긴다.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다들 반가운 마음에 차를 멈추고 강가로 달려간다.

압록강의 중상류에 위치한 집안은 하류의 단동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장도로 북한과 지척이다. 그런데 중국 쪽 숲들은 울창한데 한 길 건너 북한의 산들은 민둥하다. 키 큰 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45도 이상 경사진 비탈길 산 정상까지도 밭을 일구어 놓았다. 이유가 무엇인지, 거의 확실하게 짚이는 게 있는지라 마음이 아프다. 그 헐벗은 땅에 “산림녹화”라는 구호를 크게 써 놓은 간판을 세워 놓았는데, 주위는 온통 민둥산이다.

이러한 마음을 잘 아는 중국은 이것마저 상술로 활용, 재미를 보고 있다. 모터보트를 이용해서 북한 땅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끌고 가는 것이다. 4명 또는 8명씩 고속 모터보트에 태워 씽- 하니 달려 만포시가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시간은 겨우 7-8분 남짓, 그 사이 우리는 강 건너 땅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군 초소가 있고. 초병이 서 있고, 민간인 몇 명이서 먼지 풀풀 내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나마 손을 흔들어 준다.

밤이 되자 그곳이 너무도 마음에 걸려 다시 찾았다. 그런데 불빛이 없다. 낮에 보았을 땐 분명히 군데군데 마을이 있었는데... 집안의 압록강 가는 네온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짝이는 불빛으로 거리가 환한데 그곳은 한밤중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맥주를 청한다. 얼굴을 스치는 강바람은 시원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턱 하니 치고 올라온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눈물을 감추려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만은 집안의 하늘보다 더 가깝게 다가와 반짝인다.

전날 밤의 아쉬움은 한낮 하나의 만남으로 깨끗이 해소됐다. 하루에 한번 집안과 북한의 만포를 오가는 철교를 따라 애타는 마음으로 딱 중간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조선족 처녀 김00양을 마났다. 아버지가 북한 함경도 출신이라는 김양은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우리의 이러저러한 질문에 대답을 하더니 사상성 짙은 “혁명의 노래” 로 현실을 이야기 했다.


“그대가 한 그루 나무라 면은

 이 몸은 그대의 피는 잎사귀“

 <중략>

아~ 아 나의 친구여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

답가가 없을 수 없다. 문병란 시인이 일어선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에겐 가수 김원중의 노래가 익숙하지만, 이 노래는 문병란 시인의 시 <직녀>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시인은 분단된 우리 민족의 슬픔을 가슴 아파하고 남북의 우리 동포는 언젠가 다시 만나야 한다는 염원을 시로 형상화 했다.

이 노래는 비단 시인의 노래만이 아니었다. 우리민족 모두의 노래였다.

그 것도 압록강에서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 있는 북한 처녀와 남한의 노시인이 노래로 뜻과 의지를 전한다.

그 사이로 압록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신 민주 아리랑- 한국동북아학회 학술답사 시리즈1>>에서 발췌. 보림출판사 2008년 6월 25일 초판 발행

 

(다음카페 Dokdo 에서 옮긴 글)

소지맘이 들려 주는 다음이야기는  '안개속의 오녀산성'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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