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국사봉 향기롭다

이바구아지매 2008. 8. 18. 06:05

동영상은 거제의 중심지인 고현만과 멀리로 삼성조선소가 살짝 보인다

음악이 흐르지 않는다면 매미소리도 들을 수 있다

 2008년8월17일(일)오늘은  참으로 의미있는  날이다

 그 동안 벼르고 별렀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오르지 못했던

국사봉을 오르기로 한 날이다

국사봉,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이는 이름이다

국사봉은 남편과 함께 다녔던 중학교 교가에 나오는 산이름이다

 경남 거제시 연초면에 소재한

연초중학교의 교가 첫머리에 나오는 산봉우리

졸업 후 30여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우리는 동창들의 모임에서 잊지 않고

부르는 교가 "국사봉 향기롭다 푸른 내 고장 오대양 뻗어나갈 뜻이 뭉쳤다

내일의 일꾼 되자 참을 배우자 힘차게 내 딛는 젊은 발자국 오뉘들

정답게 모여든다 우리의 보금자리 연초중학교"

이 노래 한곡으로  졸업생들은  대단한 결속력을 보인다

 집에서 아침 8시10분에 나섰다 얼린 물 가득 챙기고 도시락이며 간식거리까지... 지난시절  먹거리가 부족하여 소풍날이나 학교 행사를 무지 기다렸던

배 고팠던 시절을  생각하며

오늘메뉴는 그  시절의 추억속 음식을 준비해 보았다

깻잎,콩잎,마늘장아찌,삶은계란,고구마,옥수수등 그 시절을 떠 올리면 참 아련하기만 하다 이것저것 쿡쿡 쑤셔넣으니

배낭속이 볼록하고 아이스박스도  꼭꼭 찼다

 

국사봉은 연초와 옥포에 걸쳐져 있는 중요한 산이다

거제도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산이라고 보면 된다

집에서 옥포까지는 우리차를 타고 갔다

산에 오를때면 우린 아침겸 점심을 산아래서 먹고 산에 오른다

오늘도  옥포 '에드미럴 호텔 '근처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풀밭 언덕아래에서싸 온 도시락으로  풀밭 위의 식사를 했다

뒷정리를 하고 시계를 보니 9시다  곧장 출발했다

국사봉을 만나러...

 옥포 대우조선 사원아파트 근처를 지나가다 보니 잎이 넙적넙적하고

신기한  붉은 열매가 달려 있어 사진을 찍어본다 이름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열매는 '두리안'을 닮았다 작년에 캐나다에 갔을 때 '두리안'을

먹으며 똥 냄새가 진동한다고 아우성을 쳐댄 그 생각도 나고 열대과일

이름들이 무지 궁금하여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대백과사전을 산 적이 있었다

과일박사가 되어 보겠다고  ㅎㅎ 이것저것 지난일은 다 넉넉한 웃음으로

되살아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니 곧 바로 국사봉 안내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14살에 처음으로 교가속에서 처음  만나 여태 입에 달고 다니는 교가속의

그 산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 오대양 뻗어나갈 뜻이 뭉치게 해

주기도 했던 국사봉은  향기롭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향기를 맡게 해 줄지...

 생각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ㅎㅎ 미국산에서는 이런 낮은산은 '힐' 이라고 한다던데  언덕이라는?,

 산이라 부르려면 500m이상은 되어야 하는지? 산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여튼 우리나라에선 낮거나 높거나 다 산이라고 부른다

 산을 오르는데 근처의 밭언덕에 호박꽃이 소담스레 피어있다 풀숲에서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나무  건널목도 있고 아래로는 계곡의 물소리가 기분좋게 해 주고

역시 교가는 함부로 만들어진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무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니 작은 암자가 나온다 불경소리,목탁소리 그리고 열린

 문사이로 합장하여 엎드리며 절 하는 모습도 보이고 겨울에  때려고

장작을  쌓아 놓은 장작더미도  정겹다

 맑은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있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자귀나무가  이름표 달고 나를 반겨 준다

어린시절 소를 몰고 산에 오르면 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소고삐를 손에 동동 말아 쥐고 가도  어느새 자귀나무를 본 소는  숨을 헐떡이며 긴 혀를 낼름

코뚜레사이로  내어 혀로 칭칭감아 따 먹는 모습이라니 허연 침을 질질 흘리면서 헉헉대며 어기적어기적 씹어대는 모습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소가 좋아해서 '소쌀밥나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자귀나무,사랑나무,

합환목, 부부금슬나무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진 나무란것을 알게

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산에 오르니 14살 소녀로 돌아간다 잠 자고 있던 내 안의 추억들이 슬슬

깨어나고...

 굴참나무도 많이 만나고, 굴참나무 잎파리는 동네 또래들과 산에 오르면

으례 남자아이들이 이 굴참나무 잎을 가득 꺾어서 군인이라며 병정놀이를 할 때 모자를 만들어 쓰고 나무 가지를 꺾어서 탕탕거리며 바위 뒤에도 숨고

반공호 같은 호속에도 숨어 들어서 소가 달아나는지  있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전쟁놀이에 흥분을 했다 적군,아군으로 전쟁놀이를 하는것이 아니라

다 아군이었다

우리가 어린시절에는 남자아이들은 언제나 전쟁놀이를 하며 놀았다 6,25의 영향이 아닐까 신문,,TV ,그리고 책이며 반공교육의 영향이 컷다는 생각이 철드는 시절부터 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겐  전쟁놀이는 멋진 놀이임에는 분명했다 특히 산에서 푸른나문잎으로 만든 굴참나무잎 모자는  군인하고 비슷했다  전쟁영화를  보면   군인들의 모자에는 어김없이 굴참나무 잎이 너울거렷다는 기억도 생생하다 적군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게 주위의 빛깔로 물드는 것

꼭 개구리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습기도 하였지만 어린시절 남자애들은

산에만 가면 전쟁놀이에 해 지는 줄 모르고 온 산을 뜀박질 하였다

소가 저 멀리 산을 넘어 간 것도 모르고 ...

 한 참 오르니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큰골재도 나온다

반대편에는 뒤지기재가 있나? 우리가 소풍도 갔던 곳인데...

 비목나무다  이름만 봐도 코 끝이 찡해온다

이 한 곡의 노래때문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쳤네 " 기분좋게 올라서 한 그루의 나무이름을 보고 기분이 쓸쓸해진다 국사봉에는 비목나무도 있구나 정확하게 알기위해 잎사귀를 확대해서 찍어보기도 하고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니 세 갈래길이 나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를까?

조금만 더 가면 국사봉 정상이지만 다시 또 오르기로 하고 방향을 서쪽으로 향했다 송정고개 쪽으로 , 마을로 내려가면 어머니가 사시는 집이 나온다

생각 해 보니 남편이 어린시절에 날마다 오른 산이 아닐까 동네 앞산이인데...

"우리 와야봉으로 해서 수월쪽으로 가자 오늘 우리가 걷는 산길은 거제도의 핵심이다 중요한 길이니 한 번 걸어보자 국사봉 정상은 또 다음에 올라보게 숙제로 남겨 두고..."

남편은  역사적인 사명감을 띤 사람처럼 강조를 한다

여전히 200m도 못 가서 얼음물을 아그작거리며 돌부리에 걸터 앉는다

중간중간에 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히 받으며 국사봉을 오르고

있노라고 친구들한테 생중계를 한다 전화비도 만만찮게 나오겠다

시시각각으로 전화를 하니 월급타서 전화비 내고 나면 얼마 안 남는다

(통신비는 좀 줄여야 하는데)

급히 또 폰이 울린다 받으니 초상이 났단다 고교동창생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카페에 올려달라고 직접 연락을 한다

카페지기까지 하는 건 직장인으로서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궁시렁대며 가는데 야부소류지가 나온다 이 산길로 쭈욱 내려가면 야부에

사는  중학동창 광필이네집이 나온다고 남편이 알려 주는데 숲에서는 마을이

잘 안 보인다

사진으로 광필이네 동네를 찍어 보려고 숲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실패했다

산에는 호랑나비,노랑나비,흰나비가 많이 날아 다니고 검은 잠자리(물위에 잘 앉는 잡자리 )도 많고 꿩소리, 왜가리소리(꿱꿱거리는소리) 매미소리에 숲이 들썩거린다 마삭줄도 많고 ,곰솔이 지천이며 여린순의 담쟁이가 나무를 타고 오르는 것도 보기 좋다 돌이끼가 많은 것도 다른 산과는 많이 다르다

 땀이 삐질삐질 난다  와야봉으로 가는 길에는 거미줄이 어찌나 많은지 남편은

자신이 거미맨이 되었다고  어이없어 한다 한 동안 걷다가 갈증이 나서 다시

바윗돌에 걸터앉아서 포도송이를 내어서 톡톡 따 먹다가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도 우리나라 역사가 시작 된 이후로 지금의 숲이 가장 울창하지 않을까?"하고 남편의 동의를 구하니

"그럴지도 몰라 개화기전에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염탐하여 쓴 글이 얼마전에

발견이 되었는데 1800년도경에는 우리나라 산이 민둥산이었고 조선의 사람들은 한 없이 게으르고  무슨 일을 시키면 일의 진척이 없었다고   적고  있는 책이라네"

"우리나라 산이 민둥산인건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하였고, 집을 지을때도 나무를 사용하고, 전쟁때에도  무기로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며  더 중요한 건 일본이 다 벌목 해가지 않았나?" 하고 택택거리니 

"우리나라를 참 안 좋게 쓴  책이야"

하고 남편이  대꾸한다

우리는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산을 다시 올랐다

산에 가면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게 된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 회사이야기 그리고

요즘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초반부터 정말 잘 해 주어서 우리가 늘 기쁨속에서  더위를 잊고 살았다는 이야기며 여자양궁에서 중국의 야유같은 응원은 보기 훙했으며

중국 선수 장주안주안에 패해서 등을 보이며   힘들어 한 박성현의 모습에 대헤서도 이야기 하고...정말 열심히 싸워 준 우리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성적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야  라고 말 할 수 있는 우리여서 좋다)

 

 

 아름다운 숲속나라 같은 송정마을이 발 아래로 보인다

저기 하송마을에 새로 지은 붉은 벽돌 2층집은 중학동창생 옥금이가 사는 집이란 걸  단박에 알아낸다 내 시력이 아직 그리 나쁘지는 않는 모양이다

옥금이네 집이 빤히 내려 다 보이니 ㅎㅎ

 산 사이로 우뚝 솟은 건물른 우리 딸 귀염이가 다니는 옥포고등학교다

교복이  예쁘고  엘리베이트 시설에다 최 첨단의 시설을 자랑하며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멋진 학교다 

 와야봉 정상이다

산 정상에서 탁 트인 전망을 본다

효촌으로 가면 어린시절 반을 보낸 마음씨좋은 외숙모가 살았던 외가가 나오는데 오래전에 다 서울,부산 그리고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텅빈 외가가 궁금해진다 한 번 가 보고도 싶은데...

동창들이 많이 살고 있는 연사 한들도 찍어 보려 했는데 전망이 도드라지게 

잡히지 않는다 많이 아쉽다  mp다리 지나서 동창들이  많이 살고 있던

깨박골(임전)도 ...

 

 저 멀리로 우뚝 솟은 북동쪽의 산봉우리는 진달래꽃이 고운 '대금산'

 자락이며 봉우리 옆으로 펼쳐지는 저 옆의 바다는 장목바다, 그 옆으로 

조금만 더 달려가면 대계마을이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영의 생가'  ㅎㅎ

민주멸치란 이름의 멸치어장도 나온다

 

 여기가 약수봉인가? 4~5개의 돌탑이 서 있다 고현의 옆동네 양정,수월사람들이 이 산에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다 체육시설도 있고 , 날씨가 더운 낮이라서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오늘 우리부부가 산을 전세 낸 것 같다

국사봉에 올라서 서쪽으로 산 능선을 타고  몇 시간 걸었다

이런저런 상념을 떠 올려도 보면서...

 고현만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곳이 거제시의 최고 중심지이다

1950년 한국전쟁의 그 상처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로 다시 태어난 곳 ,거제시 고현만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국민학교 동창으로 만난 우리부부가 오늘 오른 국사봉에서 와야봉,약수봉에 이른 산행은 정말 보람차다 지금 휴식을 취하는 이자리에서 힘들었지만

오늘이 있게 해 준  스스로의 노력에 흐뭇해한다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수 많은 실패를 거듭하였기에 이 자리에 선 우리는 작은 감동이 밀려든다 이제는 큰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자는 소박함으로 주말이면 꼭 산을 찾는 우리...

 산을 내려 와서  수월의 춘광아파트, LG자이,등 빽빽한 아파트 숲을 헤치고

만나는 대추나무, 이제 서서히 가을이 오고 있다는 걸 대추나무로부터 느낀다

 감도 주렁주렁, 가을이 어느새 우리곁으로 깊숙히 파고 든다

2008년8월17일 산행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다녔던 중학교의 교가를 함께 부르며 올랐던 국사봉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산행시간 3시간 45분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