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대금산,진달래꽃이 활짝 필 때 다시 만나자

이바구아지매 2008. 9. 9. 16:06

아직,아직 대금산 정상에서 놀고 있다

산에 올랐다고 후다닥 내려가는 것은 내 생리에 맞지 않다

시간에 끌려 다니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나도 산이 되어 보고 싶다

산,산,산  오늘은 대금산이 되어 본다

 

 대금산은 해발 437,5m 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순한 능선을 타고 올라 매미소리 들으며  훌쩍  자란 초록의 억새풀에 실컷 휘감겨 보는

9월도 좋기만 하다

대금산은 봄을 상징하는 산이다 진달래로 꽃물들이는 봄이년 분홍빛이 서럽도록 아름답다는...

 

9월에 찾은 대금산도 낭만적이다

겨울의 삭막함도 보기에 따라서는 더 멋질수도 있고...

 삼각점

 진달래 군락지와 시루봉

 

 은행잎새같은 이수도가 흥남마을을 바라보고 떠 있다

거가대교가 한창 진행중이고...

 

 

 작고 예쁜 외포마을이 내려 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섬같이 길게 누운 모양을 한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거제도 동쪽끝마을이다

양지암이 있는 곳

 

외포동네를 내려 다 보며 좋아서 입이 다물리지 않는 나

 귀마개를 한 남편도 마음속으로 시를 읊고 있을것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의 열병을 앓았던  적이 있는  남편이...

동양화에 잘 어룰릴 것 같은 산 능선들 

대금산을 느끼고  돌아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산을 내려 가는 길에...

어제 내린 비로 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84kg 나가는 남편은 대여섯번이나 나자빠졌다가

 일어나서 다시 걷고, 밥 먹은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배가 출출하여 

조금 전에 먹었던 먹포도맛을 잊지 못하여  남은 사과를  마저 깎아 먹었다

아직도 외포를 못 벗어났다

너른 터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니 숲이 바람을 날라다주어 간,허파,심장, 간장,된장 고추장까지

다 시원해져서 20분도 더 지체했다 

기분이 좋아지니 여기서도 += 이런 마음이 자꾸 생겨난다.

  저기 보이는 산 허리는  어디야?

내가 그거까지 우째 다 아노

 거제지맥등산로...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정말 수고하셨어요

 아니, 이게 모야?

보모 모리나 정자 아이가

막 금방 만들어서 세워 놓은것처럼 깨끗하고 윤기가 반지르르 ...좋다 좋다.

 어흠 좋네 우리가 처음 앉는건가?

넘넘 좋지

 이렇게 좋았다구요

 와 표시를 틀리게 해 놨노 정골이 1,0km라고?

20m도 안되것다 순 엉터리다

그래서 xxx로 표시를 하고 참 심술보다

메모를 살짝 해 놓으면 되지 아니면 거제시에 전화를 해 주던지...

 도대체가 엉터리를 보면 참지를 못하는 성격인지라

남편이 고민에 빠졌다

저러다가 새로 측량하고  표지석을 만들어 세울지도...

 명상마을...내 친구들이 많이 살았던 산골 깊숙한 동네가 2km라네

 숲에서 임도를 만났다 남쪽으로 가는 길에...발에 밟히는 자갈소리를 들으며...

 대간짓대가 정겨워서 한 컷

 외포바다를 숲에서

임도의 자갈길을 철철거리며 걸으니 이렇게 길에 물웅덩이가 간간 나타난다

어제 내린 비로 산길도 이끼가 끼고 길이 미끄러워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길에서 만난 물웅덩이는 반갑다

옛날 비포장길로 학교 가는 길에 비가  온 뒷날은 어김없이 이런 물웅덩이를 만났고

지나가던 차라도   만나면 영락없이

뻘물을 뒤집어 쓰고 교복이 엉망이 되었고...

 

물웅덩이속에서 양갈래 머리 소녀가

물에 비친 하늘가에 빙그레 웃고 선다(나의 옛 모습이...물 위에 동동동)

 

 

 거제지맥을 살펴보니 억새대평원이란다

겨울로 가면 억새들의 노래가 시작되는 구나

누군가가 그러던데 으악새를 아느냐고?

갈대가 부딪는 소리라고도 하고

바람에 부비대는 억새의 노래라고도 하고...

하여튼 으악새가 슬피 우는 계절이 저만치로 오고 있다

왼쪽의 큰 봉우린가 대금산이며

작은 봉우리는 시루봉

그러고 보니 시루에 떡 찌던 추석이 가까워 온다  며칠뒤로...

시루봉을 보니  그 옛날 엄마가 팥시루떡 쪄  주시던  생각이 간절하고...

 

 가을산에는 산 열매가 주렁주렁 ...이름모르는 산 열매도 눈팅으로 즐겁다

 이 산길로 쭈욱 걸어가면 천곡,주렁이라는 마을이 나온다고?

죽은 광자, 범석이가 살았던 동네

성옥이랑 애숙이가 살았던 동네

ㅎㅎ 남편의 마음이 또 벌렁거리겠네

가을이면 미치는게 남자라고 ㅎㅎㅎ

 

 햇살에 빛나는 거미줄도 만나고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 내고 이렇게 봉합

담당자는 이호윤님?

 천곡 대롱골 가는 길

예쁘고 착하고 조용하던 친구 광자가 살던 곳

스물여덟살에 췌장암으로 죽은 친구...좀 오래 살았더라면  하고  슬픈 기억이 울컥

덕포 가는 길 ...친구들은 우루루 몰려서 덕포 가는 길인 이 길로 갔겠지

산 넘어 바닷가에 살던 친구들이 걸어서 ...

나는 지금도 낮에 혼자  산길 못 가는데

이렇게 산을 넘어 다니면서  강한 정신력으로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참 잘하던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옥포 레드페이스에서 붙였군요

한나님 , 옥포레드페이스도 아세요?

요 옆이 우리산인데 ㅎㅎㅎ

 

산책하기에 딱 알맞은 길

뒷모습을 남기고 가는 저 아이는 처음 보는 내게 인사도 깍듯하게 하여서

감동했는데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면서  잘 가르쳤나보다

아름다운 아이,,멋진 아빠

덕순이네 산이란다

버섯을 재배하는...

남편의 이웃 집  친구네 산 

 산을 막 내려와서 옥포고등학교에 들렀다

대입수능이 66일이 남았다고?

열심히 공부할 일이다

 휴 하고 숨을 고르며 아랫마을 연초면 송정리를 찍어 보고

황금들녘으로 물드는 시골 풍경이 곱다

 

 연초면과 옥포의 경계에 있는 것

거제도 기독교 선교 100주년 기념비

 거제도 기독교 선교 100주년 기념 탑

 대금산에 올랐다가 외포,,명동,덕포, 천곡을 산길타고 걸어서  송정으로

내려 온 긴 산행

전문 산악인이 들으면 웃겠지만 , 어쨋거나 오늘 참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함께  중학교를 다닌 친구들이 살았던 동네를  산길따라 걸으며 내려다보는 기분도 좋았고

거제지맥을 따라 갔다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을 산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진달래꽃이 가득 피면 다시 대금산에 올라  대계마을로 가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에 들러  그곳의 봄 바다도 제대로 느껴 보고 싶다.

 

(2008년9월 7일 대금산을 다녀와서 ... 산행 소요 시간 5시간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