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진분계 마을의 추석

이바구아지매 2008. 9. 1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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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분계마을은 고성군과 사천시의 경계에 있는 숲 유원지(와룡산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역)

 

추석 날 아침일찍 차례를 지내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사천시의  숨겨 놓은 보물이라는 '와룡산' 에 가 보려고 ...

와룡산은 지난 여름 거제 남부면 망산에 올랐을 때  만났던 뫼놀산악회 회장님(교장선생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며 적극 추천했던 산이다

추석 날 낮에

남편과 집을 나섰다 송편과 과일을 조금 넣고 서둘러서 차에 올랐다

1시간30분쯤 달렸을까?

고성군 하이면 '진분계마을'이란 마을표지석이 나온다  차를 세우고

 마을을 꼭 둘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낯선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았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풍경을 만나고...

 

마을에서  아이 손을 잡고 설렁설렁 걸어다는 총각 같은 아저씨를 만나서

길을 물었다 와룡산을 아느냐고?

총각같은 아저씨는 어린시절 진분계마을의 뒷골재로 와룡산에 올라 본 적이 있다면서

뒷쪽방향을 알려준다 

이쯤이면 이제 산도 오르고  덤으로  진분계마을이 풍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겨도 좋겠다

 

남편더러 이 동네를 돌아보자고 우겼다 약간은 나무그늘의 서늘함과,마른 낙엽들이 굴러서 철 이른

초겨울 느낌도 나고 마굿간 같은데서 풍겨오는 퇴비냄새 같은것도 느껴지는 ... 옛날 풍경이 아주 많이

남아 있어 마을의 정겨움이 느껴져서 좋다

와룡산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아은 동네,   진분계마을의 골목길이며 정자나무아래, 텃밭

흘러내리다 말라붙는 샛강이며 잘 익은 무화과가 주렁주렁매달려서  담장너머로 넘쳐나며

그 집 마당에 모인 마을 떠났다가 추석이라고 고향 찾아 온 사람들이 웃음소리도 넘쳐났다

나도 몰래 손이 가서 잘 익은 무화과를 하나 똑 땄다

반으로 쪼개니 선홍빛 으로 곱게 익은 무화과(무화과는 꽃이 과일속에 들어있고 꽃이 없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해 준다

에구 무화과 속을 사진으로 찍을걸 먹는다고 정신이 팔려서...

 

 

 산골마을 진분계는 때마침 추석이라고 객지에 나가 있던 아들,딸들과 친척들이

가득 내려와서 오랫만에  마을이 펄펄 살아나서 춤을 추는 것 같은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의  둥근 연못에 맑은 물이  가득하고, 물레방아가 돌고

 

 

총각인지? 아기아빠인지?  얼른 구분이 잘 안되는 남자  도시에서

추석이라고  고향 진분계 마을로 온 젊은 사람

덕분에 진분계마을을 속속드리 구경하고

이곳에서  와룡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제5코스를 택하기도 하였다

 

 

 

 

생면부지의 동네 진분계마을이 자꾸만  내 발길을 이끈다

신기하다 조금 전 젊은이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작은 마을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아빠가 살았던 고향이라며...아이가 오늘 들었던 아빠의 고향이야기를 오랫동안 기억 해 주었으면 좋겠다

 

 

물을 안고 돌아가는 물레방아 

 

 

4H 구락부가 돌이끼를 머금고 서 있다

옛날에는 마을 입구에 떡 하니 버티어 서 있던 4H구락부

동네청년들이 마을을 위해 일하던 모임을 결성한 단체였다

 

 

 

 와룡산에 오르는 길은  이곳 진분계로 간다면 가장 짧은 코스로

등산로 제 5코스다(소요시간 1시간40분)

 

 

마을회관

 

 

담벼락에 기대 선 아이가  추석차례를 지내고 떠나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틀동안 시끌벅적하던 동네에서 신이 났던 아이는 또 다시   산골 깊숙한 동네의 심심한

아이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익어가는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도 보고

 

 

 도시에서 돌아 온 총각들이 정자나무 아레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난시절

진분계마을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더라

ㅎㅎ 누구를 좋아했는데 다른 친구가 먼저 데시를 했다는 ...

그리운 이야기도 바람결에 들리고...

 

 

아직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 있는 마을...

 

 

 그 곳이 진분계마을이다

와룡산자락 아래서 꼭 소꼽놀이하는 동네 같다

 

 

차례를 일찍 지낸 농부는 벌써 논에 가서 피(나락논의   벼에딱

 붙어 자라는 키큰 풀)를 뽑는다 

 

 

벼는 누렇게 황금색으로 익어간다 

 

 

추석 날  하루는 쉬어도 좋을텐데... 

 

 

곧 햅쌀밥을 해 먹을 수 있겠다 

 

 

돌담길에 호박넝쿨 가득한 집, 사람이 사는 것 같기도하고 살지 않는 빈집 같기도 하고

처마밑에는 마늘을 주렁주렁 매 달아 놓았다 

 

 

멍멍이는 추석이라서 신이 났다

친척들이 몰고 온 차들은 넓디넓은 마당에 대어 놓고...

할머니도 신이 나고 멍멍이도 신이난다

오랫만에 동네가 시끌벅적하고 사람 사는 동네같다 

 

 

멍멍이도 오랫만에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보고   신났다가

모두가 다 떠나면 또 슬플지도 몰라.

 

 

 

 

담배 피워 문 할머니는 나와,남편도 진분계 마을에 추석 쇠러 온 마을사람인줄 착각한다 

"뉘집 애기고?"

라신다.

ㅎㅎ 누구네 집 애기라고 하지???

 

 

 

도시로 갈 차안에는 진분계에서의 추석선물이 가득 실렸다

어머니가 싸 주신 진분계의 선물이 차속에 바리바리 ...

진분계를 떠나는 먹거리들...  김치고추장,깨,콩,,된장,감,밤,마늘,대추가

도시로 간다 주인을 따라서...

 

진분계에서 본 추석 풍경...시골 마당에서멍석 깔아 놓고 윷놀이도 하고

 막걸리도 권하는 훈훈한 산골마을

 

진분계의 추석은 술잔에 정을 가득 부어

마시는 마을이었다.

 

(2008년9월 14일 진분계미을에서 만난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