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바다도,하늘도 파랗게 어깨동무한 대금산

이바구아지매 2008. 9. 9. 06:59

어제 종일 내린 비로 산길은 미끌미끌하고 이끼가 잔뜩 끼여 풀숲에 발 디디면 발 밑이 보이지 않아

발 딛자  쭉쭉 미끄러져 내려서 한발한발 내 딛는 발자국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더구나 7,8월의 햇살과 비로 알맞은 영양공급이 되어서 그런지 9월의 풀숲은  억새들의 

키가 내 키를 훌쩍 넘는다

아직은 초록의 빛깔이라 억새풀은 드러난 팔,다리의  피부에 칼날처럼 스치니 기분이 아찔아찔하다

콩나물이 밤새 쑥쑥 자라는데 억새풀도 밤새 푹푹 자라는 것 같다

일년사이에 키를 1m 높이로 훌쩍 키우다니...

 오랜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는지 잡초가 우거져서 마치 원시림을 개척 해 나가는

사람 같기도 하다 그 동안 장갑을 끼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산에 올랐는데 오늘 기어코 낭패를 본다

이끼에 미끄러져 그만 꼬꾸라지면서 손등에는 칼금같이 순식간에 핏자국이 선연하고 손가락 곳곳에는

 가시가 박히고 ...대금산에 오르기전 산을 어느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가 보지 않고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남편은 잡초우거진 길을 덜렁거리며 먼저 밟아 간 터라 내가 나딩굴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른 채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다 ...혼자 산에 가서는 절대로 안되겠다...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대금산이 가르쳐 준 생명의 존귀함을 여기서 배운다...엉덩방아도 찧고,다행하게도 얼굴은 아무일도 없는 듯...

산을 우습게 보지 말자

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이제 산에 갈 때는 조금 더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살려고 발버둥을 친  나무의    모습이 신기하여...

 

이 나무는 거의 잘려서 옛날같으면 장작불이 되어 사라질 찰나인 처지를 불굴의

의지로 강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였다 사진속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거의 다 잘리어진 모습(멧돼지가 부러뜨리고 짖이겨서)에서 나무는 진을 내어

부러진 부분을 다시 이어서 살아난 대단한 나무다

나무에게서 소중한 걸 배운다

살고자 하면 살수있다는 확신을...

아직은 설 익은 가을풍경이, 아직은 다가지 않은 여름이 대금산에서

노닥이며 서로를 물들이고

진달래 군락지

 

 이 곳은 진달래 군락지...봄이면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진잘래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시에서 몇십억원을 투입하여 대대적으로 조성한

봄을 만끽하기로는 대금산을 따르는 산이 없을것이라는...

한 블로거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금산에 올라서 진달래꽃 바다가 펼쳐지는 걸 보고 그만 울어버렸다고 적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9월이어도 좋다

푸르름을 좋아하는 나는 초록이어서 좋았고...

 별별 열매가 가을산에 가득하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바다에 사뿐사뿐  발 담그고 서 있는 섬들은 도대체 몇개나 되는지?

멀리 보이는 다도해가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앞에 보이는 두 산 봉우리가 마치  예쁜 처녀의 젖무덤처럼 볼록하다 

 

 

 

여기가 정상은 아니다

바윗돌이 특별하고 멋 있다

정상의 20~30m 아래 ... 잘못하면 이곳이 정상인줄 알고 하산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데...

 바위에 기대고 하늘에 기대고

등뒤는 절벽이라서 남편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 혼을 낸다

떨어지면 죽는다고...

 염소 똥 ...바위위에 염소똥이 가득하다

 

내가 대금산에 갈거라고 하자 죽림회원 부인 아영이엄마가 한사코 말렸다

기다렸다가 봄에 진달래꽃이 만발하면 가서 넋이 나가도록 대금산에 취해보라고...

왜 못가게 하냐고 물으니 염소를 방목하여  온 산이 염소똥천지여서 지린내가 베여서

숨이 막힐지경이라고? 그 말에 나는 가지 말자하고 남편은 염소똥이 좀 있으면 어떠냐

별것도 아닌것으로 놀라고 난리냐 하고 도로 흥분했다

과연 와서 보니 염소똥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그렇지만 내 코는 염소똥 지린내를 느끼지 못한다

푸르른 산 냄새만 느껴지고 ...

남편은 늘  귀마개를 하고 다닌다

겨울도 아닌데 사시사철 ...그러니 내가 따라오고 있는지도 모르지 ㅎㅎ

남편도 하늘에 기대섰다 하늘만큼 키가 컸고...

명상마을,명하마을이 대금산 골을 타고 내려와서 숨바꼭질 하듯 마을을 이루었다

 

와우 여기서 내려 다 보이네 우리친구들의 집이!!!

맨윗동네는 연초면 명상마을 ,중학동창 춘자네 집이 보이고

아랫동네 명하마을에는 첫사랑에 눈 떠서 분홍꽃물이야기가 널리 퍼졌던 병을이네 집도!

ㅎㅎ 수십년전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 오른다

저 동네엔 중학교 동창 친구들 윤순이,두원,치홍,구호, 순덕이,석종이.둘자가 살았다

다들 보고 싶다  소 먹이러 대금산에 얼마나 올랐을까???그 시절 풍경이

그려지니 눈가가 젖어드네

 

대금산에 오르는 주등산로는 이곳 명상마을과 반깨고개로 오른다고 한다

이 곳 말고도 대여섯군데의 등산로가 있단다

 사진은 거가대교 설계도

 

2010년 거가대교가 완공으로 예정되어 지금 한창 공사중이다

대우가 시공하며 국내최초로 해저터널이 된다

장목과 부산 가덕도를 잇는 다리로  완공후의 거제도는 어떻게 바뀌어갈지

바다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멀리 보이는 길게 누운 섬은 가덕도다

 

 

 

 

 

 맨 뒷쪽 긴 섬이 칠천도며

 앞쪽으로 아주 작은 섬이 저도(대통령 별장이 있는)

그 옆으로 거가대교 다리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대금산을 바라 본 모습

 아름다운 이수도를 배경으로 한 컷

 나 여기서 한 숨 잘래

너무 좋으니까  ...두둥실   날아오르는 기분

 

 

 

 +ㅎㅎ 예쁘죠 9월 어느 날 산에 오르니 이런 마음이 생겨나네요

 ㅋㅋㅋ 독사진...바다, 너무 좋구나

 +... 멋진 산사나이들

10년씩이나 산을 탔단다

싸온 도시락으로 산밥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던지 밥 먹었냐고

물어보길래  다시 군침이 돌고...

 

옥포에서  강망산을 타고 이곳으로 걸어서 산행시간 1시간40분 걸렸다는데

그 정도 시간이면 우리는 노닥거리는 시간포함  소요시간 약3시간 정도로 잡으면 될까?

갈 때는 강망산(외포와 덕포에 걸쳐진 산)을  타고 옥포로 갈계획이다

거제지맥 ...대우조선해양의 우정알파인클럽에서 3개월여에 걸쳐 거제 전 지역의 지맥을

이렇게 만들어 새웠다

 

그 분들의 수고에 감사한다

거제지맥을 이렇게 표지판을 일일히 세운 거제의 중요한 산들을 2박3일코스로

돌아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한 '우정알파인클럽'의 노고다

산에 오르면 언제나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고 사람  사는 마을이 펼쳐지는 섬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서 관광하는 재미가 더 한층 알차게 해 준 거제지맥이야기 ...누군가의 멋진 상상이

현실화 되었다는 ...

 

 마음 급한 억새풀이 윤기나는 제 모습을 자랑하고

은행잎같이 떠 있는 이수도가  가을바다에 누워 잠잔다.


 

 (2008년9월 7일 대금산에 오른 기쁨을  블로그에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