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바람맛이 상쾌한 북병산

이바구아지매 2008. 8. 25. 03:33

 

 북병산의 매미는 노래도 잘 한다

북병산의 매미는 겁도 없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노래만 잘 한다

소사나무를 사랑한 매미는 이렇게 앙칼지게 노래하다

나무 구멍속으로 들어 갈 테지

가만 생각해보니 매미가 날아가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노래한

 것은  이미 죽을때가 되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노래하다가  혹 죽기라도 하였다면 ...내게 들려 준 노래가 마지막이었다면....

북병산의 파란하늘과 파란바다 그리고 바람이  죽은 매미를 위해 다시 진혼곡을 불러 줄 것이다.

 

 

 

 2008년 8월25일(일) , 오늘 우리부부는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의 북병산을 향해 출발한다

집에서 8시 10분경에 버스를 타고 고현터미널로 가려고... 우리차는 어젯밤

남편의     화려했던 고등학교동창회가 끝난 뒤   과음 탓으로  음주에 걸리까봐 

(혼줄이 단단히 난 적이 있는지라 ㅎㅎ)

 주차장에서  차를 일박하게 한 모양...차가 집에 못온 사실을 아침에야 알았네 ㅎㅎ

 짐작대로 숙박비를 계산하고 차를 몰고 나와서 집에서 싸 짊어지고 온 베낭을 차에 싣고 달렸다

노자산과 가라산을 산행했을 때 몇 번 걸어 본 길로 오늘은 우리차를 타고 가니 걸어갈때 3~4시간 걸리던

길이 금방인것 같다 부춘, 삼거림을 지나서  심원사라는 절을 만났다  절 옆으로 흐르는 숲속계곡이

어찌나 맑은 물소리를 내는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기분이 상쾌해진다

푸른 숲속 사위질빵풀이 가득하고 소사나무들이 가득한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돗자리를  깔아 놓고 앉아

아침을 먹었다 산에 가는 날엔 어김없이 아침겸 점심을 산밑에서 먹는 게 언제부터인지 당연시되었다 

계곡의 물소리는 마음의 잡티와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내 주려는듯 물소리를 돌돌돌 내며 흘러간다

 북방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은 문동저수지와 문동폭포로 간다  단풍으로 불타는 가을의 문동폭포수는

정말 장관이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걸었을까?  경치가 빼어나다는 생각과 함께 숲속에서 암자를 만났다

"멍멍멍 " 하고 검은 개 한마리와 흰개 한 마리가  절마당에서 후다닥 달려오며 우리를 경계하여

얼마나 무서운지 스틱을 쥔 손바닥에  갑자기  땀이 솟는다

"저리 가  이 개 혹시 도사견  아닌가? 왜 절에 이렇게 무서운 개가 지키고 있어 무서워서 못가겠어"

하고 겁 먹은 나는 다리도 후들거려서 정신을 똑 바로 차리고 개가 덤벼들면 개머리를 탁 후려쳐서 한방에

나딩굴게 하리라 눈을 부릅떴다

"그기 좀 서 있어봐라 어떤 종류의 개인지 내가 테스트 해 볼테니..."

남편은 먼저 앞장서서 두 마리의 개를 무사히 통과하여 등산로에 올라서더니

"똥개다 괜찮다 겁내지마라 참 사진도 찍어라 절지키는 똥개 멋지네 ㅎㅎ"

놀래라 정말  남편의 말에 들어올렸던 간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용감하게  개 가까이로 가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심원사지 13층석탑도 찍고 ㅎㅎ절이 그리 수수하다  아주 많이 ...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층석탑을 세운 모습이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고...

 몇 개의 항아리도 찍어 보고 넓은 다라에 둥둥 떠 있는 연꽃인지도 찍어 보고

 맑은 물이 철철철 흘러넘치니 속세의 번뇌를 다 씻어주고도 남겠다.

아 좋다 ,정말 좋다,  너무 좋다  상쾌한 바람이 좋아서 무릉도원에 온 기분이다"

남편이 참다참다  바람맛이 너무도 좋아서 참아지질 않는단다

나도 그런데 ... 초록은 동색인가?

 소사나무를 베어 말리는 중인가? 서어나무? 아니면 산딸나무를 베어 말리는지...

산 곳곳에 똑 같은 굵기의 나무들이 가득 베어져서 건조중인것 같다

혹시 절을 짓는데 쓰이는 목재인지?

 바람이 살랑대고 매미가 노래하고 숲이 내쉬는 나무냄새에 이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다

정말 좋다 바람이 나뭇잎새를 흔들면 그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도 꽃으로 피어나고...

 음질간골, 우리가 서 있는 현위치의 이름이 이쁘다

 북병산에는 이렇게 잘라 놓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단단하게 여문 산딸도 가득 주워 보고,별별버섯도 만져보고,때죽나무 열매도 지난 여름에 떨어뜨린

별꽃을 생각하며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이렇게 칡넝쿨처럼 생긴 나무도 가득하고 더욱 신기한건 한나무에 6~12개의 나무가 함께 자란다

 똑 같은 굵기의 나무들이 열몇개씩 사이좋게 한뿌리로 나가는 신기한 나무들이 산에 가득하니

많이 신기하여 남편한테 물어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단다  단풍나무도 많고 활엽수들이 많은 산이라

가을산도 정말 고울것 같다 나는 북병산에 홀딱 반해서 5분 가다가 좋다 말하고 수시로 좋다고하니

남편이 그런다

"여름에 힘들게 땀 뻘뻘 흘리며 산에 오른 보람이 오늘에야 나타나는거지 가을산에 산행하기는

정말 신나겠다"

그렇겠다 땀 흘려 오른 여름의 결실이 가을산에서 흐뭇하게 빛날건가보다

어쩐일인지 오늘은 다리도 하나 아프지 않다

매일 2시간 정도씩  바닷가로 걸어다닌 다리품이  다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정말이지 산행하기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날  산에 오르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산에 오르면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오늘 북병산에는  우리두사람 뿐인가 했는데 10;29분에 핸섬한 남자분이 올라 오길래  인사를 하고  보니 남자의  손에는 집게가 들려 있어 무엇을 하려고 들고 가는지 궁금했지만 일일히 참견할 수 없으니...

 삼각점이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거제시 일룬면 망치리 산7번지

 야호 정상이다 별 힘들이지 않고 기분좋게 오른 북병산은 해발 465,4m라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소사나무에 매달려 죽을힘을 다해 노래 부르던 매미가 내가 건드려도 도망가지 않고

동영상에 담는동안 쉬지 않고" 미미미미~~엄 "

하고 목청껏 노래하던 매미가 왜 포르르 날아가지 않았는지 궁금해하며 오른 정상에서

파란하늘,하얀구름,그리고 푸른 바다를 만났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푸른 절벽이 펼쳐진다

녹음이 우거진 절벽들이 고와서 할말을 잊는다

푸른하늘이 너무 맑아서 , 푸른 바다가 싱그러워서 ,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았다

"시원하세요? 제가 지금부터 이곳을 알려줄게요 귀대어 보세요  저기 바라다 보이는 왼쪽 백사장은

구조라 해수욕장이며 그 옆에 붙은 산은 수정봉이구요 해수욕장 뒤엔 예구마을, 중앙의 작은 섬은 윤돌섬

수정봉 뒤의 섬은 내도(안섬) 오른쪽 윗쪽의 섬은 외도(밖섬) 그리고 그 아래로는 망치의 아름다운 팬션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답니다 ㅎㅎ 이쁜가요? "하고 바람이 소곤소곤 알려준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귀기울여 다시 들어본다

바라다보이는 저쪽은  노자산,가라산이 연결 되어 있는 산이며 산 아래에는 삼거림이란 동네가 있단다

 아하 ,그렇구나  북병산은 북쪽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자락이 고와서 붙은 이름이구나

정말 자연으로 수 놓은 병풍이 둘러 쳐진 곳이란 생각이 단박 든다

 표지석에 기대서서 세상을 본다

산을 보고, 바다를 보고,  떠 가는 구름을 본다

그리 높지도 않은 산이 이렇게 고운 손을 내밀다니

역시 거제도 산의  멋이다

 야트막한 산에 올라도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곳

섬이어서 좋다,산이 있어서 좋다...

 

 해안선을 구비구비 돌아서  산을 만나고 , 산을 구비구비 돌아서 바다를 만나는 곳

 둘을 함께 아우르면서 만나보는 곳이  그리 높지 않은 북병산이다

거제도는  대부분의 산 꼭대기에 오르면 이런 모습이지만 오늘처럼 다리도 아프지 않고 맑은 바람의

인사를 받으며 오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북병산은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란다.

 

땀 뻘뻘 흘리며 산  오르던 부부의 발걸음이 하도 빨라서 휙휙 소리를 내는통에 과연 저렇게 땀을

비오듯 흘리며 강행군을 해야 하나 싶어 인사조차도 힘든 모습이라 딱한 생각을 하며 땅콩 까 먹으며

길 걷듯하는 우리의 스리슬쩍 걷는 폼새는 언제나 동작이 빨라질지 ...내 생각에는 절대로 빨라질

동작이 아니다 ...지구의 종말이 올때까지.도.. 슬로우 고고로...

 산속에는 이미 가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땀방울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맑은 공기로 상쾌한 기분이 되어 북병산 표지석에

기대서니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산행소요시간 약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