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절골마을의 심심한 가을

이바구아지매 2008. 9. 8. 13:14

 

 

2008년 9월  7일 (일) 오랫만에 아침잠을 느긋하게 즐기는 남편을 억지로 깨웠다

일주일을 회사에서 힘들게 일한 사람을 깨우는 건 정말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 가기로 한 <대금산>에 가려면 너무 늦어서는 곤란할것이다

더 자고 싶어하는 남편을 깨워서 다른 날과는 달리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상에 차리고보니 찬이 참 초라하다

핑계처럼

"산에 가서 먹으면 공기가 맑아서 밥 맛이 좋은거지 반찬맛이 특별한 건 아니라구"

괜스레 미안해서  한 마디 툭 던져본다 

 

10시 30분경 우리차를 타고 출발했다

 거제도 동쪽끝(장승포)에서 남쪽으로(연초면,하청면) 북으로 (장목면)으로 가면 대금산이 나온다

연초에서 차를 주차시켜 놓고 하청,장목,외포행 시내버스를 타고

바깥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며 가는  재미가 쏠쏠하여 마치 강원도 산골 깊숙한 오지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으로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 이름을 일일히 적어 보고기도 하고 사진으로도 찍어 보며

연초면 죽전,개고지,다공,덕치, 하청서리,신동,사환마을,와항, 애꼬지,매동동네를 지나니

장목이 나오고  장목 삼거리를 지나는데 (장흥사)라는 절 표지판이 나타났다

장흥사는  고등학교 동창 (각현스님)이 살던 절집으로 학창시절 간혹  놀러 가기도 했던 곳

잠시 오래전 깔깔거리며 콩알이 톡톡 구르는 듯한 목소리로 웃어젖히던 친구의

웃음소리가 낭낭하게 들리는 기분이다

 

어느새 차는 장목면 시방리에 우리를 내려 준다

차에 탄 아가씨 서넛이서 '시방'이란  마을 이름을 보고 얼마나 웃어대던지

시방,시방이 그렇게도 웃기는 이름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본 다음 정류장은 흥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럼 흥남은  피난민들이 가득 모여 사는 곳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동네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고

길건너서 대금산표지판과 절골마을이란 표지판을 보며 가을날씨지만  이미 느즈막히 출발한지라

햇살이 고추말리기에 딱 알맞은 온도로 탱글탱글 머리밑을 간지럽혔다

 눈 앞에 나타난 마을 이름은 '절골마을;? 아무리 생각해도 마을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어쩐지 산골깊숙한 오지마을로 여행가는 기분이 든다

 

 

 

 시방에서 대금산으로 오르려면 반드시 이곳 절골마을을 지나야 한다

집에서 출발할때도 오늘 대금산에 오르는 것 외에 알찬  소득이 무얼까 내심

기대를 잔뜩하고 나섰다

오늘의 소득은  이곳 작은 마을 절골마을을 만난 것이 큰 소득아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처음만난 절골마을은 거제도 속의 오지마을이란  느낌이...

아직  세상속에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것 같은 풍경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내 앞에 선다.

 몇 미터 걸어올랐을까? 절골마을 밭 언덕 소로길에서 내려 다 보니

9월의 바다와 하늘이 함께 놀고 있었다

논에는 나락이 익어가고

섬은 얌전히 바다에 발 담그고  바닷가에 옹기종기 펼쳐진 작은 마을이 가을 햇살에

밤새  내린 빗물을  말리고 ...아직 매미는 여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파도도 낮잠을 자는지 고즈녁하여 매미소리만 없다면

땅이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는 듯 한  정말이지 심심한 절골마을이었다

지금은  오지마을 같은데 한 바탕 변화가 오려고 한다

저 기 보이는 다리공사가 바로 그것이다

거제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교 ) 공사가  한창 진행중으로 보인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작업을 쉬는지 조용하다

 절골마을은 무지 심심한 동네다

아무도 오가는 사람도 없더니 걷고 또 걸어서 발 바닥이땀이 날 즈음 따끔거리는 열기를 내 뿜는

아스팔트 길 위에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어데 산에 가요"

할아버지가 먼저 물으신다

"네 대금산에 갑니다"

"이 동네 사세요"

"야 절골에 사요 참 심심한 동네지요

절골은 진짜로 심심한 동네라요 사람구경을 하기 심들어요"

하고 심심해서 말을 걸어 보는 할아버지, 함께 걷고 싶었지만  걸음이  너무 느려서

제대로 따라 걷지를 못하니...

절골  마을안에서도 나무늘보같은 걸음으로는   오늘 해거름안에

댁에 도착할지...

 절골할아버지도 나만큼이나 느리게 사는 모습이다

도대체 걸으려고 하시질 않는 것을 보니 다리에 힘이 다 빠지고  기운이 없으신지?

 심심한 절골에 덩치가 제법 나가는 사내가 오고 있다

 사내는 절골할아버지랑  아주  작은 나무그림자속에서 멋지게 비켜가기를 하며

교묘하게 조화를 잘 이룬다

스틱을 짚고 오가는 대비 구도를 이루면서 ...

흠흠 코로 맡아  냄새 맡아 보는 돌담길 , 해풍을 맞고  갯내음을 날리며

오랫동안  돌담으로 서 있은 듯 이끼 낀 돌담도 조용히 낮잠을 자는지...

시방절골길 142번지...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 같다

도단집을 노끈으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은 태풍에 대비한 듯

 할아버지는 오늘 온 종일을 저 자리에 앉아 계실는지?

이젠 아예 퍼질러 앉으셨다

절골에는 논도,밭도 다 층층히 계단식이다

정겹다 농지가 평지가 너른 들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절골마을에는 총 호구수가  열가호 남짓 ? 

참 심심한 마을이다 

 돌담길이 간간이  나타나  반기니 기분이 참 좋다

아스팔트길이 먼지 폴폴나는  흙길이었다면 더없이 폼 나는 자연속의 정경움은

배가 되었을...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시방리 절골길 214번지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

텅 비었다 세간살이만 대충 챙겨 떠났는지...

옛날에 쓰던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다

언젠가 돌아오려고???

혹 거가대교가 들어온다는 통에 땅 값 비싸게 받고  떠났는지?

사람이 살다떠난  흔적이란  참 쓸쓸해보인다

 외롭고  심심하고,아련한 그리움을 그 터에 남긴다

어떤 사람이 살다 떠났을까???

이끼 낀 대문도 이제  쓰러져 눕는다

파란 대문집 마당에는 가을 햇살에 고추를 말린다

다랑이밭에서 따다가 말리는것인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밝아 보인다

빨간 고추때문일까?

빨간소쿠리? 평상 ? 말리는 빨래들 때문에???

시방절골길158번지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기을 햇살이 마당이며, 평상, 대문가에서  함께 놀고 있다

 절골마을의 주소는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 절골마을이다

대금산에 올라가는 길목의   산밑 작은 마을이다

바다가 내려 다 보이는 작은 하늘지붕 아래 오롯하게 엎드려서 심심하게

놀고 있는 마을이다

허수아비도 심심한지 삐딱하게 언덕을 팔 베개로 삼고 기대어

낮잠 한 숨  즐기려는지?

대금산에 발을 디뎠다

이제 절골마을을   뒤에 두고 대금산으로 ...

쓰러져 가는 대나무 사립문은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알려 주지도 않는다

풀숲에 쳐 박혀 있던  도로주소 214번지를 꺼내  바로 세워 보았다

절골마을 214번지에서 쓸쓸함이 묻어 나는 것 같다

대금산에 오르기 전 ,20여분 걸으면서   작은  절골마을에서 느낀 허허로움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큰 바다를 끼고 있어도 진달래꽃 예쁘게 피어나는 대금산 아래에 엎디어 있어도

언제나 절골마을은 심심할 것 같다.

 

(2008년 9월7일(일) 대금산 가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