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을 걸어 보았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동동 떠 가고...
가을 햇살에도 태우는 건 싫어서 양산위에 햇살을 얹어 다니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아아치형 작은 공간속으로 멀리 보이는 바다가 졸고 싶은 날
집을 나선 나는 길을 따라 쭉쭉 걸어간다 길 위의 풍경들을 보며...
언덕 위의 억새풀이 성큼성큼 익어 가는 가을 날 바람에 억새향기가 날아든다
길 건너 언덕베기에 하얀벽 ,빨강지붕의 애광학교가 가을바다를 내려 다 보고...
나 처럼 길위에도 구경거리가 많은지 잔뜩 호기어린 모습으로 연신 고개 돌리는
할머니와 딸도 보고
스타킹이 내려가서 끌어올린다고 엎드린 친구를 기다려 주는 여학생의
고운 우정도 보고
도서관으로 가는 그들은 괴테도이야기하고 김춘수,박경리도 이야기하였다
뒷모습도 참 예쁘다
걷다보면 길 위에도 볼 거리가 참 많다
작은 일상들이지만 차를 타고 가면 그냥 스쳐지나는 소중한 세상이야기들...
장승포 두모에서 만난 거제문화원 앞 돌하루방도 내가 걷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 존재를 몰랐으리라
마을이름이 두모다 여기서부터 대우조선소가 시작되는 그 첫문인 북문이
있는 곳이다 남편은 왜 그쪽이 북문인지를 이해할 수 없단다
방향이 북쪽이 아니라서 조금 신중하게 방향을 챙겼더라면 크나큰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북문쪽이 동남쪽이라고 한다
북문쪽 조선소의 풍경
.
지금 나는 걸어서 조선소를 구경하며 대우조선 동문쪽으로 가고 있다
멋진 LNG 의 표지판도 보고
"산업기밀은 국가안보와 경쟁력이다"
조선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엄연한 사실을 지켜주면 좋겠다
나라가 있고 내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L
메뚜기도 만나고...
걷다보니 30~50cm정도의 보폭도 제법 진도가 잘 나간다
벌써 장승포를 벗어나서 아주동이다
혼자서 걸어 가는 길도 기분이 괜찮다
조금 더 쌀쌀해지면 이렇게 국도를 따라 걷기도 쉽지 않을것이다
내가 걷는 길은 국도 14호선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외국인의 뒷모습이 꽃과 어울리는 풍경을 남겨주고...
DSME이라고 담벽에 붙어 있다
이 곳은 대우조선 동문 만남의 광장이다
배의 앞 모습을 한 대우조선 동문 만남의광장
조선소에서 나온 여자직원이 차를 타려고 가고 있다
조선소 직원들은 남녀구분없이 유니폼이 다 똑같다
회색에 가까운 색깔이다
겨울에는 파카를 걸치고 출근한다
오른쪽으로 걸어가다가 길에서 뱀을 보았다
노란선 옆으로 꼬물거리는 것이 뱀이다
거제는 아직도 뱀이 많은 곳이다
뱀이 많다면 공기가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조선소쪽에는 그렇지도 않다
분진이 날기도 하고 소리의 공해도 심하고...
왼쪽의 건물이 하수종말처리장?
뭐 냄새가 날까했는데 너무도 깨끗하다
뱀에 쫒겨서 왔던 길을 200미터쯤 되돌아가서 길을 건너 가다보니 봄에 하얗게
고운 꽃을 가득 피웠던 벚꽃나무가 단풍빛깔도 제대로 물들여보지 못하고
툭툭 떨어져서 낙엽되어 딩군다
어느 새 겨울이 발밑에 왔나보다
낙엽이 딩군다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지난 여름이야기도 이제 차곡차곡
정리할 때가 되었다 짧은 가을을 느끼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어느 새 겨울이 바싹 다가와서 긴 겨울을 곳곳에 심어 놓는다
아직은 가을이면 좋겠는데 ...
(장승포에서 대우조선 동문까지 걸어 본 토요일 2008년 9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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