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가을옷을 입은 옥녀봉

이바구아지매 2008. 9. 29. 06:15

 

 

2008년 9월27일 토요일 나는 다시 용기를 낸다

혼자서 산에 올라보기로 ...

 

 

 

심심하다 고독하다 ...낙엽을 밟으며...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 나올때도 혼자가 아니었나  그래, 해 보는거야 아자아자!!!

 

 

저기 네모상자는 혹 대우조선소의 전망대인가?

요즘 대우조선소 사람들은  매각건땜에 일이 손에 안잡히는 모양이던데

분위기를 보아서는 포스코가 가장 유력하다고? 글쎄 두고 봐야지 ...

 

 

 

대우조선소 동문 (아주동) 에서 산을 오르기로 하고 표지판을 따라서 걸어본다

달랑 혼자서, 저번에는 남편이랑 차로 100m 쯤  올라가서 봉수대를 보고 옥녀봉으로

 올랐으니 정상적으로 3,2km를 올랐다고 볼 수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원칙을 고수해 보는 쪽으로' 0' 에서 출발한다

 

 

처음으로 가 볼 곳이다

 

 산길 오르면서 숲속에서 만난 외딴 집...사람이 살고 있는 듯...

 

 

어느 농장에서  잎새 떨어진 나무를 보니 기분이 묘한것이  고독이 슬슬 다가온다

 

 

이제 감나무도 푸른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생각하는 나무가 되려하고...

 

 

 알밤을 까 낸 밤송이도 조금  지나면 아궁이속에서 활활 타 오르면 불꽃으로 좋겠다

 

 

 

 

옥녀봉 봉수대  이 곳은 신라시대부터  군사용으로  적의 침입이 있을 시 이곳에  

연기를 피워 올려 신호나 교신으로  적으로부터 안전과 보호를 위하여  사용했다

현재의 이 봉수대는 최근에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봉수대의 아궁이 ...이곳으로 불을 붙이면 봉수대 굴뚝 위로 연기가 피어 올라서

멀리서도 볼  수 있다고 ...옛날에는 이 봉수대가 적이 침입하는 것을 ,혹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쓰였으니 중요한 군사시설의 일부였다

신기한 아궁이속에는 일부러 불을 때어서 흔적을 남겨두었다

학생들이 와서 보면 좋은 체험공부가 될듯하다

 

 

가을산에는 억새가 제철을 만나 바람춤을 추고 있었다

 

 

혼자 하는 놀이 ...심심해서 ...나 홀로 다방에서...

 

 

커다란 나무가 엎어져서 신기한 대문 역할을 해 주는 나무대문...밑으로 쏘옥

기어드는 것도 재미나다

 

 

첫 전망대에서 지세포를 내려 다 보고...

 

 

 

 

가을산에는 지금 열매들이 가득하다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것이다 만약 길을 잃는다고 해도...

 

 

 사람은 죽어서 산으로 간다

나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  ? 무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혼자라고 못놀 내가 아니지  먼저 나무위에 올라가서  얼마나 하늘 가까이로

올라갔는지 뼘으로 재어도 보고 , 올려 다 보기도 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기어드는 햇살도 손바닥으로  받아도  보고...

ㅎㅎ 나 손이 이쁜지 못 생겼는지 햇살에게 물어보니 대답을 않네

 

 

 

이런 쇠줄이 땅속에 매설되지 않고 밖에 나와있다니 누구든지 정말 조심해야지

 

 

다시 조선소를 배경으로 펼쳐진 마을을 찍어 보고 아주지역인 대우조선 서문쪽과

멀리로 옥포시내가 보인다

 

 

청미래도 빨갛게 익었다

 

 

탐스러워 줄기잡고 어린시절 청미래를 따 먹던 기억을 그리워하며

한 동안 줄기를 잡고 흐뭇하게 바라도 보고...

 

 

천혜의 리아스식 해안을 가진 거제도는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계곡처럼 멋지게

발전시킨다면 정말 아름다운 해안이 될것이라고 아쉬워들 하는 곳이다

조선소가 들어서긴 하였지만 미래의 관광 거제를 생각한다면 자연을 함부로

무너뜨리지 말아야 하는데 늘 파고 뭉개고 부셔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가 물었다  우뚝 서 있는 두 탑이 무슨 탑이냐고?

그래서 하나는 파리의 에펠탑이며 또 하나는 캐나다의 CN타워라고 알려주었다

 

 

야호 , 드뎌 내가 해 냈다 혼자서 오른 옥녀봉정상 ㅎㅎ

이 사진은 약100m정도를 함께 걸어 올라 온 외국인이 찍어 주었다

"김치하세요 예뻐요 "

하면서 찍어 준 사진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554,7km인 옥녀봉 정상을 혼자서 올랐다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박차고 나와 출렁출렁인다

 

 

또 찍어 준다 꼭 기억하라고  ㅎㅎ 무엇을. 기억하나???

순간을 잊지 않는 것 참 좋은 일일것이다

 

참 옥녀봉에 올랐으니 옥녀봉 전설을 알아 보는게 좋겠다

 인터넷을 검색 해 보고...

 블로그며 책도 찾아 보고, 전국에는 옥녀봉이란 이름의 산봉우리가

 수도없이 많다 그렇다면 전설또한 다양하고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전설이 다 똑 같다   대한민국이 공산주의도 아닌데 ...전국에 있는 옥녀봉이란 지명은

 같더라도 전설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성의가 좀 없어 보이지 않는가

 누가 지었는지  아버지를 비하시킨듯한 내용도 좀 그렇고...

 

 

너무도 예쁜 딸을 둔 아버지가 숙녀로 커가는 딸에게 그만  욕정을 품고 범하려든다  

이 사실을 안 옥녀는 인륜의 도리를 설명드리며 그러면 안된다고 애원하다시피 간곡하게 ...

하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아버지는 이성을 잃고 만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옥녀는 다시한번 지혜를 짜 낸다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는 날 한밤중에 거적대기를 뒤집어 쓰고 소 울음을 내며 옥녀봉 산꼭대기로

오르면 그 때는 아버지를 받아 들이겠다고 하였다

어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날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서 거적을 뒤집어 쓰고 소 울음을 울며

소가 되어 산을 기어 올랐다 옥녀를 향해 덤벼들 기세로 ... 이 모습을 본 옥녀는  금수보다 못한 아버지의

 모습에 기막혀서 눈물을  머금고 바다로 뛰어내렸다는 전설이  옥녀봉에 전해 내려 온다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옥녀봉을 오른 외국인 

거제도에는 산을 오르는 외국인들도 많다 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잘

 받아 주고 , 국사봉으로 가서 에드미럴호텔 뒤로 하산할것이라며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작은 배려가 가을 하늘을  닮은 사람... 

 

 

 

 

 

가을산에 가득한 붉은 열매는...

 

 

하산하면서 찍은 숲속 외딴 집 , 평상에 할머니가 앉아서 멀뚱하니 쳐다보셨다

 

 

 산을 올랐을때는 산이 없고 , 산을 내려오니 다시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산악인 엄홍길이 즐겨 쓰던 말이다

공감하며  걸어서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되돌아간다.

 

오늘 나는 밤까지 길에서 소요한 시간이 장장 8시간이다

내일 몸살이 나지 않을까?

 

참 많이 걸었던 하루다  심심함과 고독함을 벗으로 삼고...

 

(2008년 9월 27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