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다래랑,돌배랑

이바구아지매 2008. 10. 4. 07:33

 

 

옥녀봉을 오르는 도중에 숲에서 만난 풍경

나뭇가지 꼭대기로 오른 아저씨가 나뭇가지를 마구 흔들었다

"아저씨. 지금 뭐하세요? "

"다래따고 있어요 "

"다래요? 어머 신기해라 "

"다래도 몰라요 어디 출신이요?"

"거제요 ㅎㅎ 아직  다래도 몰라서 죄송해요 "

순간포착의 즐거움이라니...

 

너무 좋았던 시간... 이 즐거운 시간이 영원하였으면... 

 

 

 

2008년10월 3일 옥녀봉에 오르다가 숲속에서 만난 가을풍경

다래를 따고. 다래를 줍고, 돌배를 줍고...가을산의 먹거리는

따는 재미도 흠뻑느끼게 해  준다

 

 

돌배...깊은 산 속에는 이런 작은 돌배나무도 있다

술을 담그면 약이 된단다

 

 

다래나무가 가을바람에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예쁜 다래

 

 

아저씨와 다래...아저씨는 고향이 경남 산청이라고...지리산 자락에 사셨나?

산박사님이시고

나무가지 맨 꼭대기에서 다래나무를 흔들거나 가지를 꺾어서 내게 선물로 주신 아저씨는

경북 포항이 고향이라고...우리는 산이 좋아서 산에서 만난 사람들...

 

 

ㅎㅎ 나는 포항아저씨가 가지째로 툭툭 꺾어서 선물이라고 주신 것을

받으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다래향이 펄펄나는 야생다래를 처음 보기도 했고

마치 풋대추를 닮은 파란 다래가  손바닥에 만지는 느낌이란...가을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산청아저씨는 내가 주문하는대로 다 들어주신다

"이렇게? 요렇게요  하하하

"주문도  참 많네 " 

 

 

땀을 삐지직 흘리며 올랐다가 좋은사람들,멋진 풍경 만나서 

땀도 식히고 숲속체험으로 이만한 게 어디 있을까?

가슴속으로 가을이 치밀고 들어온다

 

 

 난데없는 불청객을 싫어하지 않고 다래도 챙겨주고, 돌배도 챙겨주는

어느분의 부인인지 넉넉한 가을의 품을 닮은 마음씨...

 

 

높은 다래나뭇가지 사이로 파란색 소매가 보이는 ...포항아저씨 정말 고맙다

다래가지를 툭툭 꺾어서 내게 던져주시면서

"집에 가져 가서 말려서 먹고. 꿀에도 절여보세요 최고의 보약이에요"

다래를 가득 선물로 받고 얼굴도 제대로 못 보았다

하늘가까이로 올라가셨으니...

 

 

가을산에 오르니 기분도 좋고, 먹거리도 생기고,추억도 만들고... 

 

 

많이 수줍어하시는 아지매 ...참 착하게 자라신 느낌이 든다

 

 

돌배. 단단하기가 돌같은 ...단맛도  별로 많지 않고

차돌같지만 술 담그면 좋대나?

 

 

 

내 배낭속에 다래가지를 가득 챙겨 주시고

가을산에는 뱀이 많아서 조심해야 하고

스틱끝에 항상 휘발유를 묻혀 산에 가는  것 잊지 말라시는 당부도 해 주시고

바로 다래나무 근처에 뱀이또아리를  틀고  뭉개고 앉아 있다며   

겁을 주기도 했지만...

 

가을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작은  이야기도 고스란히

수집하여 너륵바위에 엎디어  기억속에서 지워지기전에 수첩에 적어보았다

 

참 고마운 아저씨들...

 

지세포 바다의 물이랑이 햇살에 은빛으로 졸졸 몰려 다니는 풍경도 

보고, 대우조선소의 배 만드는 소리가 텅텅 거리면서 옥녀봉 숲속으로 파고 들던 날

나는 옥녀봉을 지나서 국사봉을 가려고 옷에 붙은 나뭇잎을 툴툴 털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