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옥녀봉에서 국사봉으로 능선을 따라 걸어보니...

이바구아지매 2008. 10. 4. 12:58

 

 

옥녀봉 정상 전망대에서 산들바람에 땀을 식히고 상쾌한 기분이 되니 다시

도전하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능선을 따라 국사봉으로 , 작은 펱트병에 얼린 물이

서너모금 밖에 남지 않아서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서 길을 나선다

 

 

걸어서 3시간이상 걸릴거라는 소요시간이 막상 길 떠나고보니 겁이 덜컹 난다

물 떨어지면 어디서 물을 구하나? 마침 앞서가는 부부가 있어 물어보니 이분들도

 국사봉에 간다고 하여 안심이 되어 같이 가자고 하였다

부부는 산행을 한지가 오래되었다고 하였으며 지리산도 종주하였는데

사람들이 말하던 지리산의 밤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이었다고 하며

너무 급하게 빠른 걸음으로 걷는것은 무릎관절을 상하니 조심하라고 귀띰도 해 주고

옷차림을 따뜻하게 하며 밤에 잠잘곳은 산장을 이용하면 좋다고 하며 사탕과 인삼

등을 준비하라고 알려주니 꼭 선생님을 만난 기분이다

 

                                                     (옥녀봉 전망대에서 내려 다  본 대우조선)

 

국사봉을 목표로 정하고 함께 가는 일행이 생기니 발걸음도 가볍고 무엇보다

걸음걸이가 빠르지 않아서 좋다 느리게느리게를 강조하는 아저씨가 앞장서고

아내가 길을 비켜주며 내가 가운데서 가는게 좋겠다고 한다

한동안 걷다가 정자가 나타나자 들어가서 쉬었다 가자고 한다

아저씨는 감식초를 한잔 권했고 한잔 마시니 힘이 불끈 솟았다

삶아 온 군밤과 감을 내 놓고 드시라고 드리고 눈치를 보니 국사봉길을 포기하는 것

 같아서 혼자 출발하였다

이 부부는 내가 국사봉에 도착하여 20분을 머물러도 오지 않았다

예감이란 건 때로는 어찌그리도 잘 맞는지.

 

                                                      (산을 무진장 사랑하는 부부인 모양)

 

혼자 걷는 길에 가장 무서운 것은 뱀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것이 바로 뱀이다

징그럽고 혐오스런 뱀이 스르르 기어 가는 모습은 정말 생각하기조차 싫다

어린시절 겨울산에 가끔 올라가면 따뜻한 양지쪽에 웅크리고 있던 뱀이 자지러지게

하였고 허불 벗어 놓은 그 마른모 모양의 칸칸이 질서정연한 기하학적인 무늬도

내 기분을 몸서리치게 하여 그 모습을 보면 놀라서 고함을 치고 집으로 달려 갔던

기억이 아직도 뱀공포증을  씻어 내질 못한채다

 

 

반가운 이정표를 만난다

현재시각은 12시 06분  등산로가 잘 되어 있는 산에서는 이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3,1km을 더 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서...

 

                                                     (산행하던 사람이 만들어 세워 놓은 길이졍표)

걷다가 가끔은 놀랄일이 막 생겼다

두갈래길,세갈래길이 막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몇갈래길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길에 서면 그 난감함이란 '헨젤과 그레텔'

처럼  난 그만 길을 잃고 말것인가?

이럴 땐 나뭇가지에 매단 리본을 찾으러 애쓴다

작은 리본하나가 산행하는 사람들의 친절한 길안내이며 작은 배려이기도 하다

세갈래길에서 왼쪽길 작은 나뭇가지에 묶은 빨간 리본 하나가 "이쪽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빨간 작은 리본하나가 어찌나 반가운지...

덕분에나는  헨젤과 그레텔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참을 걸으니 또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인도 해 준다 산행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푯말임에 가슴이 따뜻해온다

남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산행인들의 마음가짐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나라 산은 이제 숲이 울창하다 산길을 걷다보면 길을 막아서는 이런 나무둥치가

가끔씩 나타난다  썪어가는 나무냄새를 풀풀 풍기는 ... 산에 숲이 울창해졌다는

 흐뭇한 기분이 들어서 참 좋다

 

 

이 두 나무는 서로 사랑하는 나무부부인것 같다

갑자기 연리지가 생각난다

숲을 가다보면 때로는 사이좋은 모습을 한 나무들을 보기도 하는데 오늘 만난

이 두 나무는 뿌리는 이미 한 뿌리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나무인지? 연애하는 나무인지?

 

 

 사랑을 나누는  두 나무

 

 

이 구멍은 두더지가 사는 굴인지?

 

 

여기서도 산행인이 매직으로 이정표에다 국사봉 가는 길이라고 적어 놓았디

시에서 미쳐 준비를 못한 것 같다

 

 

산토끼, 노루, 꿩 다 잡히라고 쳐 놓은 그물인가?

빨간색 그물이 인간의 욕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야속하다

자연에 사는 동식물을 왜 그리 잡아 먹으려고 하는지?

혹 곰이라도 잡히기를 바라는지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씁쓸해진다

 

 

내 짧은 다리로도 부지런한 걸음으로 걸으니 국사봉이 가까워진다는 ...

 

                                                        (국사봉의 거룩한 바위, 사모관대를 두른듯한...)

 

등산로에서 열차례 정도 산행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길을 물으니

모두가 웃으면 넉넉한 인심으로 길을 잘 아려 주었고 특히 작은 국사봉에도 가

보고 싶다고 하자 가지 말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큰 벌집이 있고 벌들이 왕왕거려

쏘이면 위험하다며 갔다가 혼이 나서 돌아왔다며 자신을 만난것은 행운이라고 ...

 웃으며 고맙다고 하였다

 

국사봉은 두개의 봉우리가 아주 멋지다

큰 국사봉과 작은 국사봉으로 나누어지는데 한반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형상이라고 한다  궁중을 향하여 절하는 모습이기도 하다하여  예로부터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들은 꼭 이 국사봉에 올라서 큰 절을 하고 길 떠났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다닌 연초중학교의 교가에 국사봉의 정기를

받은 학교라고 노래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 가까운  지인중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아주 큰 바윗속을 내려가서 굴 속을 들여다보니  신기하고 , 아늑하다

 

 

전망대에서 수월쪽을 내려 다 보는 젊은 연인들

 

 

아, 이 대단한 위용  큰 국사봉의 바윗돌 , 크고 장대하고 , ...

 

 

만저  국사봉에 오른  사람들이 넉넉한 모습으로 산 아래로 펼쳐진 모습을 감상한다

국사봉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전망은 빼어나다  부산까지도 바라다 보이는 전망을

자랑하고 있다 옥포대우조선소와 고현의 삼성조선까지 다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이렇게 하여 국사봉도 두번째로 올랐다는 기념으로  돌아서 있던 아저씨가

찍어 주었다 국사봉은 해발 464m이다 하지만 산새가 험준하여 올라올 때 바윗돌과

벼랑을 사투 벌이며 올라왔다

국사봉에는 작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자잘한 참새같은 새들이 숲에 가득하여 찾는 사람들의 기분이 더 한층 즐겁게

해 주었다 

 

 

벌 때문에 가 보지 못하는 작은국사봉 , 다음에 꼭 다시 가 보고 싶다

멀리서 보는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ㅎㅎ 다시 또 나비의 멋진  포즈. 이 나비는 내게 수 없이 사진을 찍게 도와

준 아여쁜 나비다 도대체가 날아 갈 생각을 않더라

 

 

나비가 앉았다  소방서 위에 앉았다

 

 

나비가 앉았다

 

 

나비가 ~~

 

나비가~~

 

나비가~~

 

나비가~~

그리고 훨~훨 날아갔다

 

 

옥포만~

 

 

 멀리 보이는 방파제 옆으로 충무공 이순 신 장군이 옥포대첩의 첫 승리를 안겨 준

역사적인 옥포대첩비가 바다를 내려 다 보고 있다

거제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지금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 땅을 지켜주시고 앞으로도 영원히  지켜주시리라...

 

오늘  옥녀봉에서 국사봉까지 걸은 시간은 6시간 , 혼자서 걷는 길이 겁도 났지만

 완주하고 보니 뿌듯하고 행복하다  물 몇모금을 가지고 6시간을 버텼고

국사봉에서 20여분 이상 기다려도 끝내 이곳으로 오겠다는 부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간에 대부분 하산해 버린다는 말을 전해 듣고  용기 낸 정신력과 협조 해 준 내 두다리에

고마움을 전한다

 

 

 산, 조금씩 우정을 쌓아 가는 내  좋은 친구만들기다

 

 

(2008년10월3일 걸어서 옥녀봉에서 국사봉까지)